UCL 결승 앞둔 레알 마드리드 안첼로티 감독, 비밀병기는 '아들'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올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도르트문트(독일)와 우승을 다툴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의 '비밀병기'에도 관심이 쏠린다.
안첼로티 감독이 이끄는 레알 마드리드의 전술·전략을 담당하는 '아들' 다비데 안첼로티 코치가 UCL 결승에서 보여줄 활약을 주목해봐야 한다고 영국 BBC방송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BBC는 안첼로티 감독이 장악한 레알 마드리드 벤치에서 다비데 코치가 아버지와 '다른 목소리'를 내며 적재적소에 필요한 전술이 이식되도록 이끄는 능력을 조명했다.
아버지에게 '전술적으로 도전하는 임무'를 맡은 다비데 코치의 존재 덕에 레알 마드리드 벤치에서 건강한 소통과 재빠른 의견 교환이 이뤄진다는 게 이 매체의 분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김민재가 뛰는 바이에른 뮌헨(독일)과 UCL 준결승 2차전이었다.
1차전을 2-2로 비긴 레알 마드리드는 2차전에서는 후반 막판까지 0-1로 끌려가며 탈락의 위기에 처했다.
주포인 주드 벨링엄,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가 뮌헨의 수비에 고전하고 있다고 본 다비데 코치는 수비진의 시선을 분산시킬 최전방 공격수가 필요하다고 봤고, 호셀루를 투입해야 한다고 아버지한테 의견을 냈다.
안첼로티 감독은 호셀루에게 몸을 풀라고 지시했고, 후반 36분 그라운드를 밟은 그는 투입 7분 만에 동점 골을 넣더니 3분 후에는 역전 골까지 터뜨리며 레알 마드리드에 UCL 결승행 티켓을 안겼다.
안첼로티 감독과 레알 마드리드의 성공 이면에는 '뚜렷한 축구 철학이 없다'는 비판도 따라온다.
BBC 역시 '명확한 축구 철학이 없는데 레알 마드리드는 어떻게 결승에 올랐나'라며 언급했을 정도다.
역대 최고 전술가로 꼽히는 페프 과르디올라 감독의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와 UCL 8강 2차전에서 이런 의문이 가장 증폭됐다.
맨체스터 시티는 디펜딩 챔피언답게 공 점유율(68% 대 32%), 슈팅 수(33 대 8) 등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였으나 준결승행 티켓을 가져간 팀은 좀처럼 라인을 올리지 않고 수비에만 치중했던 레알 마드리드였다.
BBC는 안첼로티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가 '유연성'에 큰 가치를 둔다며 특정한 축구 철학을 고집하지 않고 상황에 맞춰 다양하게 대응하는 기조가 그 비밀이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1959년생으로 60대 중반인 안첼로티 감독이 유연성을 발휘하는 비결이 바로 아들 다비데 코치라고 짚었다.
안첼로티 감독, 과르디올라 감독을 모두 경험해본 미드필더 하비 마르티네스는 BBC에 "(안첼로티 감독은) 계속 진화한다. 나이 든 감독에게는 그렇게 적응하는 게 참 어려운 일"이라며 "다비데가 안첼로티를 완성한다. 축구의 진화 과정을 이해하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스포츠 과학을 전공한 다비데 코치는 유럽 축구를 깊게 연구하기로 잘 알려져 있다. 수석 코치 신분이지만 전력 분석원처럼 여러 리그의 각 팀 플레이를 뜯어보며 약점을 연구한다.
UCL 결승에 오르기까지 가장 어려운 상대로 꼽힌 맨체스터 시티와 8강을 무사히 넘은 것도 다비데 코치의 '연구'에서 비롯됐다고 BBC는 밝혔다.
맨체스터 시티는 지난 3월 말 아스널(잉글랜드)과 리그 경기에서 공 점유율 73%, 슈팅 12개를 기록하고도 득점하지 못해 0-0으로 비겼다.
이 경기를 유심히 본 다비데 코치는 맨체스터 시티가 후방 깊은 지역에 수비벽을 쌓았을 경우 상대를 잘 공략하지 못한다는 점을 파악, 지난달 중순에 치러진 UCL 8강전에서 이를 활용해 실제 성과를 냈다.
'맞불 작전'으로 나선 8강 1차전, 난타전 끝에 3-3으로 비긴 레알 마드리드는 2차전 들어 돌연 공세를 포기하더니 정규시간과 연장전을 1-1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이겨 4강으로 향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라리가)에서 우승한 레알 마드리드는 올 시즌 마지막 공식전으로 한국시간으로 다음 달 2일 오전 4시에 열리는 도르트문트와의 UCL 결승전만 남겨두고 있다.
준비 시간이 충분히 마련된 '단판 경기'인 만큼 다비데 코치의 전술적인 안배가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2012-2013시즌 아버지가 사령탑을 맡았던 파리 생제르맹(프랑스)에서 지도자 경력을 시작, 2016년 아버지 밑에서 제대로 된 자격증도 없이 독일 축구 명가 뮌헨의 수석코치 자리를 꿰찬 그에게 '아빠 찬스' 논란이 끊임없이 따라붙었다.
따가운 시선 속 꾸준히 역량을 키워온 다비데 코치에게도 '홀로서기'의 시기가 다가오는 듯하다.
스포츠 매체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UCL 결승전이 끝나는 대로 프랑스 리그1의 스타드 랭스가 그에게 사령탑 자리를 제안할 걸로 예상된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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