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자로 ‘빛과 소금의 사회’에 기여한 참 아름다운 사람[자랑합니다]
‘목사’라 하니, 종교 이야기가 아닌가 하겠으나 아니다. 고교 3학년(1975년) 같은 반에 형뻘 친구가 있었다. 자기를 한 번도 크게 내세우지 않고, 나이 때문(1954년생)인지 늘 조용했다. 얌전했다는 말이 맞을 듯하다. “○○야” 하기가 거시기해 “최형”이라 불렀다. 졸업하자마자 군대에 간다기에 송별회를 해준 기억이 있다. 그 후 오랫동안 소식도 모르고 만나지 못했다. 5년 전, 군산에서 당시 학창시절 제법 가까웠다 할 수 있는 5인이 모임을 가졌다. 목회자 최형의 인생역정 이야기가 30분도 넘게 길어졌다. 얘기를 들으며, 심성이 본래 착하고 온유한 때문에라도 ‘참 아름다운 사람’‘자랑스러운 친구’라고 대번에 느꼈다.
그는 제대 후 1980년 공무원시험에 합격했다. 당시 월급이 8만5000원. 당시 그가 근무한 그 계통엔 부조리가 아주 심할 때여서, 월급보다 급행 통행료식 현금이 오갔다 한다. 어느 때에는 월급의 10배를 넘기도 했다. 그는 그 현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입사 두 달 만에 사표도 썼으나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퇴근 후 5년여 동안 ‘술의 세계’에 빠졌다. 어느 동료는 ‘대박 직장’을 즐기기도 했지만, 그는 끊임없이 괴로워했다. 그러던 어느 해, 오토바이로 관할 순찰지역을 돌다 대형사고를 당해 두 달간 생사를 오가는 가운데, 하나님의 목소리를 들었다 한다. 이후 술을 완전히 끊고 신학대 입학을 계획했다. 1990년 신학대 야간과정에 입학, 10년간 신학을 공부하여 2000년 목사 안수를 받았다. 고향(전북 옥구 대야) 근처에서 개척교회를 열었다. 2년 동안은 가족 4명이 기도를 했다. 그러다 신자들이 100여 명으로 늘었지만, 최근 노령화의 영향으로 신자가 자꾸 줄어들고 있다.
그가 다섯 살 때 아버지가 51세로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아들만 10명을 낳았다. 농촌에서 아들 10명을 키우고 가르친 41세 홀어머니의 고생은 안 봐도 비디오. 보릿고개도 사치한 말, 가난해 모두 대학 진학은 엄두를 못 냈으나, 장남만 제대로 가르치면 집안이 펼 거라고 생각했단다. 장남 역시 어렵게 의사가 되어 막냇동생까지 케어를 했다. 3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그가 목회자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이런 환경에서 큰 사고까지 겹치자 ‘예비된 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를 ‘아름답다’고 한 이유는 간단하다. 4반세기(24년) 동안 목회활동을 하면서 신자들에게 참 좋은 얘기들을 해줌으로써, 신앙생활로 인도하고, 중생을 ‘착한 양’으로 만들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어느 종교를 불문하고, 나쁜 성직자보다 착한 성직자가 몇천 배 많을 것은 사실이 아니겠는가. 그들이 그 소임을 다함으로써 ‘빛과 소금의 사회’에 일정 부분 기여한 바가 클 것이기 때문이다.
보름 전 주말, 다섯 쌍 부부의 분기 모임이 있었다. 뷰가 좋은 커피숍에서 ‘사는 이야기들’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나눴다. 한 친구의 부인이 남편에 대한 미움의 사례를 솔직하게 밝혔다. 그러자 평소 목회자 티 한번 내지 않던 그가 “진심과 진정은 통하게 마련”이라며 자기 부부의 성공사례를 고백했다. 젊은 시절 갈등이 많았으나, 지금도 ‘온전한 평화’를 이루었단다. 그 비결을 얘기하니 좌중이 숙연해졌다. 아내에게 항상 믿음을 주는 남편, 온종일 남편 사랑으로 충만한 아내, 말처럼 쉬운 일인가? 다를 수밖에 없는 성격, 인생관 차이 등을 극복하고 감싸 안는 비법이 있다는 것이다. 성경을 들먹이지도 않고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사례들을, 목에 힘주지 않고 말하여 전체의 동의를 얻는다는 게, 그가 가진 장점인 것 같았다. 종교를 강요해서 될 일인가? 우리 삶 속에 ‘생활종교’가 있는 것을 일러줬다. 갈등을 표출한 부부가 아니래도 우리 모두 귀담아들을 만한 좋은 설교(?)에 감명받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최영록(생활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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