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배 앞선 대만…'65만가구 전력' 만드는 해상풍력단지 또 생겼다

타이베이·타이중(대만)=권다희 기자 2024. 5. 2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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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대만 창팡시다오(Changfang Xidao) 해상풍력 단지를 가다
대만 창팡시다오 해상풍력 단지/사진=권다희 기자


대만 중부 도시 타이중(臺中)의 타이중역에서 버스로 40분을 이동해 도착한 우치항. 지난 23일 찾은 이 곳에서 배를 타고 서쪽으로 약 1시간 반을 이동하자 높이 100m를 훌쩍 넘는 풍력 터빈 수십개가 설치된 거대한 해상풍력 단지가 등장했다.

대만 서해안 약 11km 거리 바다에 위치한 이 단지에는 매시간 최대 9.5메가와트(MW)의 전력을 만드는 베스타스 터빈 62대의 날개(블레이드)들이 쉼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65만 가구가 쓸 전기를 생산하는 약 600MW 규모의 이 해상풍력 발전소는 대만에서 6번째로 상업운전을 시작하는 창팡시다오(Changfang-Xidao, CFXD) 단지다.

창팡시다오 단지는 덴마크 재생에너지 전문 투자운용사 CIP(코펜하겐인프라스트럭처파트너스)가 2017년 이 프로젝트를 인수하며 개발이 본격화됐다. 29억달러(약 3조9000억원)의 조달을 1년 반 안에 마치고 2020년 건설을 시작해 올해 말 상업 운전을 시작한다. CIP가 투자해 운영을 시작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첫 대형 해상풍력 발전소다.

샤오메이친 대만 부총통/사진=권다희 기자
대만 부총통 "대만 기업 위해 에너지전환 필요"
22일 타이베이 하이라이 호텔에서 열린 준공 기념식을 채운 인사들의 면면은 이 풍력 단지가 CIP의 아태 지역투자에서 갖고 있는 중요성을 드러냈다. 덴마크 본사에서 온 CIP의 파트너들, 샤오메이친 대만 부총통을 비롯한 대만 정부 관계자들, 공급망 기업 대표 및 관계자들이 200명 가까이 모였다.

창팡시다오 단지의 지분을 CIP의 펀드들과 함께 보유한 태국 GPSC(태국 최대 기업인 국영 에너지 회사 PTT의 발전 자회사) 및 대만 생명보험사들을 포함해 수조원에 달하는 금융주선을 함께 한 주요 금융사들도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대만 최대은행 중 하나인 중국신탁상업은행(CTBC)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국영 BRI, 싱가포르 DBS와 OCBC, 미즈호, 스미토모미쓰이, 미쓰비시 UFJ 파이낸셜 등 일본 3대 은행, 크레디아그리꼴, 도이체방크, JP모간체이스은행, 소시에떼제너럴, 스탠다드차타드 등이다.

준공식에 참석한 샤오 부총통의 축사는 대만 정부가 해상풍력을 바라보는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에너지 전환은 글로벌 기후 및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대만의 노력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이와 함께 에너지 전환은 이러한 목표에 전념하고 있는 대만 기업들을 위해 접근 가능한 친환경 및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데에도 중요하다"고 했다. 대만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막대한 재생에너지 수요의 상당부분을 해상풍력으로 공급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재확인하는 발언이다.

대만 역시 GDP(국내총생산)의 30% 이상이 제조업에서 나온다. 그만큼 탄소배출량 감축이 난제다. 특히 반도체 등 공장을 돌릴 때 쓰는 전기가 많은 전자업종의 비중이 높다. 제조업체들의 스코프2(공장을 가동할 때 쓰는 전력원의 탄소배출량) 감축이 시급한 배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2010년대 후반 대만 정부의 지원과 함께 급성장한 해상풍력은 대만기업들에게 가능한 선택지가 되고 있다. TSMC가 지난 2020년 1기가와트(GW)에 육박하는 해상풍력단지 전력을 사는 초대형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한 게 대표적 예다.

대만의 해상풍력 설치량이 지난해 기준 2.25GW(대만 경제부 발표)로 현실화하며 가능해진 선택지다. 현재 해상풍력 설치용량이 158MW인 한국보다 약 15배 더 많은 규모다. 대만 경제부 산하 에너지청의 위청웨이 청장도 같은 자리에서 "에너지 전환은 대만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센츄리윈드파워가 제작한 자켓/사진=권다희 기자

풍력과 함께 크는 대만 기업들
대만 해상풍력 확대는 일차적으로 대만 기업들이 쓸 수 있는 전력의 청정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유럽을 중심으로 제품의 탄소배출량을 줄이도록 하는 규제가 늘어나며 탄소배출량 감축 역량이 수출경쟁력 제고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만 정부가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는 배경이다.

동시에 대만 해상풍력 시장이 커지면서 해상풍력 단지에 필요한 중간재를 생산하는 대만 기업들의 '먹거리'와 생산능력도 늘어나고 있다. 대만 정부는 외국 해상풍력 개발사들에게 자국 기업들의 제품을 의무적으로 쓸 것을 정책적으로 요구해 왔는데, 수년이 흐르며 이 정책의 효과가 가시화하고 있는 것.

창팡시다오 해상풍력단지 개발 총괄자인 COP(코펜하겐오프쇼어파트너스)의 데니스 사노우는 같은 날 기념식에서 이 프로젝트가 "대만 해상풍력 산업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현지화를 이뤘다"고 했다. 즉 해상풍력단지를 건설하는데 필요한 구조물·중간재 등을 대만 현지 공급업체에서 조달받은 비중이 지금까지의 대만 해상풍력 프로젝트 중 가장 높다는 의미다.

창팡시다오 프로젝트에 대만 기업인 센트리 윈드 파워(CWP)가 자켓(하부구조물의 일종) 62기를 공급한 게 대표적 예다. CWP는 철강 기업 등을 보유한 센트리(世紀鋼)가 2017년 만든 기업이다. 대만의 해상풍력 시장이 커지고 대만 정부가 역내 제품을 쓰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대만 현지 자켓 조달이 필요했던 CIP가 투자하며 생산용량이 확대됐다. 현재는 매달 4~6개의 자켓을 생산할 수 있다. 자켓 제작은 한국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내던 분야였으나 대만 기업의 제조 역량이 자국 시장을 기반으로 확대하고 있는 것.

라이웬샹 CWP 회장은 22일 CIP 관계자들이 신베이 소재 CWP 본사를 방문해 가진 기념식에서 "현지화 정책을 지원해 준 CIP에 특별히 감사하다"며 "CIP의 지원으로 러닝커브를 성공적으로 극복했고, 다른 개발사들로부터 더 많은 수주를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어 그는 "호주시장을 목표로 인도네시아에 제작 야드를 설립할 계획"이라며 "CIP와 호주 및 다른 지역에도 진출할 것"이라 했다.

타이베이·타이중(대만)=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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