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위 5경기差에 팬 몰리고, 나들이족 북적… “올 1000만 관중 가능”[Who, What, Why]
217경기 만에 300만명 돌파
역대 두번째 빠른 속도로 늘어
류현진 품은 한화,매진 일등공신
치열한 순위싸움도 흥행 불지펴
잠실구장 좌석값 평균 2만원대
“3代 함께 즐기는 유일한 공간”
밈·움짤 생산 허용후 팬층 확대
무더위·파리올림픽 기간은 변수
야구경기장이 미어터진다. 주말만 되면 표를 구하기 힘들고, 역대 최다 매진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2024 신한은행 쏠(SOL) KBO리그는 28일 기준 265경기를 치렀고, 379만565명의 관중을 모았다. 경기당 평균 관중은 1만4304명에 이른다. 지난 16일엔 시즌 217경기 만에 300만 관중(305만6380명)을 돌파했다. 이는 2012년(190경기) 다음으로 역대 두 번째로 빠른 페이스. 2015년 10개 구단 체제 이후로는 가장 빠른 속도다. 특히 100만 관중에서 200만 관중까지는 78경기가 소요됐으나, 200만 관중에서 300만 관중 돌파까지는 69경기밖에 걸리지 않았다.
한 해 일일 관중 10만 명을 4번이나 넘긴 것도 처음이다. 2016년, 2017년, 2019년, 지난해 2번씩 일일 관중 10만 명을 돌파한 바 있다. 또 지난해 1년간 매진이 총 46번이었는데 올해는 벌써 67번으로 훌쩍 뛰어넘었다. ‘그야말로 역대급 흥행 대박’이라는 야구계의 반응이 나온다.
◇대전발 ‘야구붐’… 흥행 판도 뒤흔들다 = 올해 관중 동원에서 가장 큰 임팩트를 보이는 건 한화다. 한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도전을 끝낸 류현진과 자유계약선수(FA) 안치홍 등을 데려오며 팬들의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실제 한화는 올해 시범경기부터 매진을 이루는 등 ‘대전의 봄’을 예고했고, 페넌트레이스 홈경기에서 예매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한화는 홈에서 치른 27경기 중 무려 21경기를 만원 관중으로 채웠다. 매진율은 77.8%. 리그 전체로 따져도 올 시즌 전체 매진의 3분의 1을 한화가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한화가 홈으로 쓰는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는 KBO리그 10개 구단 중에서 관중 수용 규모가 1만2000석으로 가장 작다. 그러나 한화는 작년보다 관중이 66%나 증가했고, 평균 관중은 1만1554명으로 한화가 한 시즌 홈 경기당 평균 1만 명을 넘긴 것은 2018년(1만196명) 이후 역대 두 번째다. 올해 좌석 점유율은 무려 96.2%에 이른다. 한화는 원정에서도 매진을 돕는 일등공신. 한화가 원정 경기를 치른 25경기 중 12개의 야구장에서 매진을 달성했다.
◇자고 나면 순위가 바뀐다… 역대급 순위 경쟁 = 지역 연고 의식이 어느 종목보다 강한 야구는 매우 견고한 팬층을 자랑한다. 그래서 KBO리그 흥행 공식은 인기 구단의 호성적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는 전국구 인기팀인 광주 연고의 KIA가 1위를 달리며 한화와 함께 흥행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KIA는 홈·원정 경기를 가리지 않고 팬을 끌어모은다. 특히 KIA는 올해 45만1299명을 동원했고, 12차례 매진 등 전체 관중이 68% 늘었다. 잠재력이 폭발한 내야수 김도영, ‘대투수’ 양현종의 투혼, 부상에서 돌아온 외야수 나성범 등 선수 개개인의 캐릭터와 스토리도 생생하게 살아있다. 여기에 철벽 불펜의 일원인 장현식, 최지민, 정해영 등 막판 구원진의 활약도 훌륭한 흥행요소가 되고 있다.
이와 함께 올해 얽히고설킨 순위 싸움은 프로야구 흥행에 불을 지피고 있다. 28일 현재 KBO리그 순위표를 보면, 1위 KIA와 2위 LG의 격차는 2.5경기. 2위와 5위의 격차 역시 2.5경기다. 여기에 3위 두산과 4위 삼성, 5위 NC까지 1경기 차로 붙어 있어 ‘자고 나면 순위가 바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특히 서울 연고의 LG와 두산, 대구의 삼성 등 전통적인 인기팀이 모두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인기팀들의 성적은 흥행으로 직결되고 있다. 28일 기준, LG가 홈경기 관중은 48만9611명을 동원해 전체 1위를 달리고 있고 이어 두산(47만8152명), KIA가 뒤를 이었다. 올해 경기당 평균 관중은 LG가 1만8134명으로 1위에 올라 있고 이어 KIA(1만7358명), 두산(1만7077명), 삼성(1만6015명) 순이다.
◇야구장은 ‘가성비 만점’짜리 여가 공간 = 한국 야구장은 특유의 문화가 있다. 치킨과 삼겹살을 먹고, 맥주를 마시고 목이 터져라 노래도 부르며 신나게 응원할 수 있는 곳이다. 때로는 놀이터가 됐다가 시간이 흐르면 노래방으로 탈바꿈하는 등 야구장은 복합 문화공간으로 자리를 잡은 지 오래다. 여기에 각 구단의 마케팅이 관람의 질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면서 관람문화가 선진화됐고, 좌석을 고급화·다변화해 가족 단위로 찾는 팬층, 여성팬이 전반적으로 크게 늘었다. 2023 KBO리그 팬 성향 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야구장을 직접 찾은 이유에 대해 무려 32.2%의 응답자가 ‘가족과 나들이를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KBO 관계자는 “야구장은 삼대(三代)가 모여 함께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라면서 “야구의 장점은 다양한 세대가 한데 모여 소통하며 경기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야구장은 ‘가성비’도 만점이다. 염경엽 LG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최근 몇 년 동안 극장과 뮤지컬 모두 매년 가격이 오른다. 뮤지컬의 경우 18만 원부터 가격대가 형성된다. 반면 야구장은 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3시간 넘게 즐길 수 있다. 다른 문화 공연보다 가성비가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다수 야구인과 구단 프런트는 최근 KBO리그 흥행에 큰 요인 중 하나가 ‘가성비’라고 입을 모은다. 올해 인천SSG랜더스필드 좌석 평균값인 응원지정석의 경우 주중 1만6000원, 주말 1만9000원이다. 잠실구장의 평균값인 블루석의 경우 주중 2만 원, 주말 2만2000원이다. 수년간 값이 크게 오른 뮤지컬과 극장보다 야구장 티켓은 상승 폭이 작았다. 두 구장 모두 지난 9년 동안 단 5000원만 올랐다. 주차비도 종일권 선불 구매 시 2000∼6000원으로 부담 없는 금액이다.
◇부정적인 이슈가 사라진 KBO리그 = KBO도 올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면서 흥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야구팬 성향조사에서 야구에 부정적인 의견 1위는 심판 판정이었고, 2위는 유튜브와 SNS에 프로야구 영상 소스 사용 금지였다. 그런데 올핸 두 가지 모두 해결됐다. KBO는 올 시즌 전 세계 최초로 자동볼판정시스템(ABS)을 도입, 공정한 경기 진행에 나섰다. 볼 판정 시비가 사라졌고, 야구를 보는 데 훨씬 쾌적한 환경이 조성됐다. 시범 운영 중인 피치클록도 경기 시간 단축에 힘을 보탰다. 27일까지 정규시즌 평균 소요 시간은 3시간 9분으로, 지난해 시즌 전체 평균(3시간16분)보다 7분 줄었다. 불필요한 볼 판정 논란 없이 경기 속도가 빨라지면서 야구의 질적 상승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지난 5년간 야구팬의 SNS 플랫폼 활용이 제한됐지만 올 시즌부터 야구팬이 각종 ‘밈’과 ‘움짤’을 적극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신규 야구팬의 유입도 늘고 있는 추세다.
◇1000만 관중 달성 변수는? = 물론 지금 이 폭발적인 흥행이 시즌 내내 지속할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역대 프로야구를 보면, 개막부터 봄 날씨가 유지되는 6월 초까지 관중 수가 가장 많았고 무더위와 장마가 찾아오는 시점에서 감소세를 보였다. 게다가 올핸 전 세계 스포츠인의 축제 2024 파리올림픽이 열린다. 올림픽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도가 크게 떨어졌으나 오는 7월 26일부터 8월 11일까지 열리는 파리올림픽 기간엔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이 분산될 수 있다. 물론 매년 프로야구는 시즌 막바지 상위권에 자리한 팀 중심으로 관중 수는 회복세를 보였다. 다만, 여름을 기점으로 순위 싸움이 일찍 갈리면 시즌 후반 관중을 끌어모을 동력도 사라지게 된다. 80승 3팀, 80패 4팀이라는 양극화 순위표가 작성된 2019년엔 728만6008명의 관중이 야구장을 찾았는데, 당시 4년 연속 800만 관중 도전이 좌절된 바 있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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