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로 객석 넘나드는 배우들… ‘예술’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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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막을 올린 연극 '인정투쟁; 예술가 편'에는 무대와 객석을 연결하는 8개의 '구멍'이 있다.
뒤이어 다른 배우들이 "각자의 방식으로"(예술가2·강보람), "또는 서로의 방식으로"(예술가3·김원영), "객석을 본다"(예술가4·어선미), "그 순간"(예술가5·김지수), "어둠 속에 있던 관객이 보인다"(예술가6·백우람) 같은 대사를 던지며 '무대의 안과 밖'(3막 부제)을 부지런히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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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 구멍 뚫린 무대, 사방이 관객
105분 간 예술의 정의 두고 논쟁
저마다의 위치에서 작품 보게 해
28일 막을 올린 연극 ‘인정투쟁; 예술가 편’에는 무대와 객석을 연결하는 8개의 ‘구멍’이 있다. 사각의 복싱 경기장 같은 무대를 객석이 둘러싸고 있는데, 객석 사이에 뚫어둔 이 틈새로 배우들이 드나들며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문다. 동시에 배우와 관객 사이에서도 연극의 제목처럼 상호 인정을 위한 투쟁이 벌어진다.
이런 식이다. 6명의 배우가 객석 쪽에서 무대로 불쑥 들이닥친다. ‘예술가1’을 연기하는 배우 하지성이 “무대 위를 지나간다”며 한가운데를 가로지른다. 뒤이어 다른 배우들이 “각자의 방식으로”(예술가2·강보람), “또는 서로의 방식으로”(예술가3·김원영), “객석을 본다”(예술가4·어선미), “그 순간”(예술가5·김지수), “어둠 속에 있던 관객이 보인다”(예술가6·백우람) 같은 대사를 던지며 ‘무대의 안과 밖’(3막 부제)을 부지런히 움직인다. 이들은 끊임없이 예술에 대한 정의, 예술가의 자격 등을 논하며 105분간 열연을 펼친다.
사실 극의 서사는 뚜렷하지 않다. 오히려 불친절하다. 그러나 27일 찾은 리허설 현장은 몰입감이 매우 강했다. 이유는 독특한 무대 구조에서 비롯하는 것 같았다. 게다가 6명의 배우 중 4명은 휠체어를 타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객석을 휘저으며 뒤편까지 무대로 만들어버렸다. 예술을 둘러싼 이들의 대화가 무르익을 무렵, 한 배우가 “지금 나만 이해 못 하는 거야?”라고 물으며 무대 밖에 시선을 두자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관객의 속내를 들추는 대사로 ‘인정투쟁’을 벌였다.
이연주 연출은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납작하게 보이거나, 보여주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초연 때, 무대와 객석이 마주하는 일반적인 관람 구조였던 게 5년 후 4면의 객석으로 바뀐 것이 그 고민의 결과다. 무대 정면이라는 고정관념 자체를 없애고 관객이 저마다의 위치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품을 바라보게 했다. 특히 ‘1열’에 좌식의자를 배치한 것과 관련해 이 연출은 “아래에서 휠체어 바퀴, 배우의 걸음을 함께 보면 더욱 큰 역동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무대 장치는 붉은색 ‘샤막’(Shark-Tooth Curtain)이다. 보통은 장면 전환 때 무대를 가리는 용도인데, 되레 반투명 소재에 조명까지 비춰 관객이 무대 안을 계속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다. 이 와중에 배우는 무대를 거부하고 돌연 관객에게 사과하는 ‘메타 연극’(연극 자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연극)의 상황도 연출한다. 휠체어를 탄 배우들이 등장하지만 이 극본에는 ‘장애’라는 단어가 없다. 기껏해야 “이 정도였다면 장해물이 아니었겠지” 같은 대사 정도다. 이에 대해 이 연출은 “(장애·장해를) 의도적으로 구분해서 쓰고 싶었다”고 했다. 극은 연출가의 의도대로 우울함보다는 경쾌한 분위기를 조성하며 역동성을 보여준다. 공연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다음 달 15일까지 계속된다.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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