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멋진 형"…외국인? 따끔하게 혼내는 진짜 선배였다, '국대 1선발' 키운 은인이다
[스포티비뉴스=대전, 김민경 기자] "페냐는 진짜 멋진 형이에요. 추억이 됐네요 이제."
한화 이글스 문동주(21)는 28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올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라는 좋은 성과를 낸 뒤에도 마음껏 웃지 못했다. 친구이자 스승이기도 했던 외국인 투수 펠릭스 페냐(34)가 짐을 싸서 한국을 떠났기 때문. 한화는 27일 페냐를 웨이버 공시하면서 결별을 알렸다. 페냐는 올해 9경기에서 3승5패, 37⅓이닝, 평균자책점 6.27로 부진했다. 한화는 올해 반드시 성적을 내야 하는 시즌인데 하위권으로 내려앉자 페냐의 반등을 기다려 줄 여유가 없었다.
페냐는 올해 프로 3년차인 문동주가 지난해 신인왕을 받고, 국가대표 1선발로 활약하는 데 큰 힘이 됐다. 투구도 투구지만, 선발투수로서 루틴의 중요성과 마운드 위에서 마음가짐 등을 옆에서 알려줬다. 보통 소통의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에 외국인 선수가 국내 선수의 성장을 바라며 옆에서 적극적으로 조언하는 일은 흔치 않은데, 페냐는 달랐다. 때로는 문동주를 따끔하게 혼내면서 충고하기도 했다. 페냐가 자신을 그저 용병이라 생각하지 않고, 문동주를 팀 동료이자 후배로 생각했기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페냐는 28일 마지막으로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과 인사를 나눌 계획이었다. 고별전이 될 뻔했던 지난 26일 인천 SSG 랜더스전이 비로 취소되면서 한국에서 마지막 등판이 불발됐고, 27일 방출되면서 선수들과 마지막 인사를 제대로 나눌 시간도 없었다. 페냐 웨이버 공시에 앞서 최원호 감독과 박찬혁 대표이사도 동반 자진 사퇴하는 등 여러모로 팀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페냐는 마지막 인사 대신 바로 운동을 이어 가면서 취업 기회가 오면 바로 잡을 수 있도록 경기장에 들리지 않고 미국행 비행기에 곧장 몸을 실었다.
정경배 한화 감독대행은 "페냐가 일요일(26일 인천 SSG전)이 마지막이었는데, 사실 그때 그런 상황(최원호 감독 자진 사퇴)이 벌어져서 인사도 못하고 그냥 가게 됐다. 페냐한테도 굉장히 미안하고 그랬다. 새 외국인 투수와 관련해서는 지금 나는 들은 이야기가 없다"고 이야기했다.
문동주는 다행히 페냐와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그는 "페냐랑 이웃 주민이어서 어제(27일) 집 앞에 찾아갔다. 진짜 또 감사하게 저희 어머니가 시장에 가서 페냐 딸 그레이스에게 선물할 한복을 직접 맞춰서 오셨다. 어머니가 계속 같이 밥을 먹고 싶다고 이야기했는데, 사실 나도 월요일에 봉사 활동도 하고 그러다 보니 이야기를 잘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어머니가 많이 아쉬워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가 갑자기 한복 선물을 준비해줘서 엄마랑 같이 페냐에게 한복도 전달하고, 서로 유니폼도 교환했다. 그동안 정말 고마웠다고 그리고 많이 그리워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진짜 정말 좋은 사람이고, 그리고 원래 오늘(28일) 인사하고 가는 일정이었는데 빨리 넘어가서 운동한다고 하더라. 리스펙했다"고 덧붙였다.
문동주가 더 잘됐으면 하는 마음에 페냐가 진심으로 한소리를 했던 날은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문동주는 "진짜 멋있는 형이다. 진짜 성실하고, 약간 정이 있다. 진짜 약간 형 같은 느낌으로 잘 다가온다"며 페냐가 한화에서 머문 3시즌 동안 문동주와 얼마나 가까이 지냈는지 짐작하게 했다.
이어 "내가 작년에 선발인 날에도 말을 많이 했던 적이 있었다. 내가 원래 말이 많아서 잘 떠든다. 페냐가 그때 나를 불러서 따끔하게 이야기를 했다. 페냐가 '선발 등판할 때는 너만의 세상에 갇혀서 야구를 하는 게 좋은 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작년 창원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조금 그런 루틴을 가져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문동주는 이날 롯데 타선을 상대로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6이닝 8피안타 무4사구 4탈삼진 3실점을 기록하면서 시즌 3승(2패)째를 챙겼다. 타선이 2-3으로 뒤진 5회말 무려 8점을 뽑으면서 12-3으로 대승했다. 한화는 3연승을 달리면서 시즌 성적 22승29패1무로 8위에 올랐다.
문동주는 "오늘 조금 유난히 더 그 루틴(페냐의 도움을 받은)에 집중하게 됐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까 오늘 또 좋은 결과가 있었다. 페냐가 비행기를 타고 있을 텐데, 멀리 있는 친구에게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진심을 표현했다.
2군에서 약 한 달 동안 재정비하고 돌아온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문동주는 이날 101구를 던지면서 직구(47개)와 커브(31개), 커터(8개), 체인지업(9개), 슬라이더(6개)를 섞었다. 2경기 연속 직구와 커브 2가지 구종의 비중을 높이면서 좌타자에게는 커터를 쓰는 변화를 줬다. 커터는 지난해 NC 다이노스 에이스였던 에릭 페디(현 시카고 화이트삭스)에게 배웠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6㎞, 평균 구속은 152㎞로 형성됐다.
문동주는 "일단 무4사구가 가장 결정적이었던 것 같다. 또 카운트를 조금 공격적으로 들어갔던 게 투구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됐던 것 같다. 내가 워낙 롯데한테 약했는데, 그래도 그런 생각은 조금 덜하고 이기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던졌던 게 많이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커터와 관련해서는 "작년에 페디가 알려줬다. 작년에 조금 던지기 시작했고, 왼손 타자한테는 조금 그립을 바꿔서 던지고 있는데, 구속도 잘 나오고 그래도 잘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커터 구속은 최고 148㎞까지 나왔다.
최원호 전 감독을 향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문동주는 "4월에 모두 아시다시피 너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서 (최원호 전 감독에게) 조금 죄송한 마음이 든다. 지금 조금 좋아지고 있는데, 그 순간이 조금 더 빨리 왔으면 그래도 큰 힘은 아니더라도 힘이 될 수 있었는데 그 점이 아쉽다. 지금 잘 준비하고 덕분에 배운 것들이 많다 보니까. 잘 기억해서 올 시즌 마무리하고 싶다. 오늘 경기를 꼭 이기고 싶었는데, 이기게 돼서 다행인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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