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윤 "막막했던 나날 꿋꿋하게 견뎌온 스스로가 대견"
구상 단계서부터 김혜윤 염두에 놓고 쓰인 캐릭터…"밝고, 긍정적인 성격 닮아"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한명씩 다 (스타가 되서) 떠나가더라고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면, 제가 뭐 한 건 없으면서도 괜히 뿌듯하고 그래요. (웃음)"
탄탄한 연기력으로 함께 호흡을 맞추는 상대 배우들의 매력을 한껏 돋보이게 하는 배우 김혜윤(28) 뒤에는 '스타 제조기'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로운과 이재욱에 이어 변우석까지, 모두 김혜윤과 함께 한 작품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배우들이다.
지난 27일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종영을 앞두고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마주 앉은 김혜윤은 "하나둘씩 멀어져가는 동료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저도 빨리 따라가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제가 그들의 성공에 이바지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며 "원래 잘 될 사람들이었는데, 우연히 같이 작품을 한 덕분에 그들이 잘 되는 과정을 눈앞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혜윤은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에서 좋아하는 아티스트 류선재를 살리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2008년으로 돌아가는 임솔을 연기했다. '해사하게 웃을 때면 봄볕 같은 온기가 느껴'지는 인물로 소개되는 임솔은 구상 단계에서부터 김혜윤을 염두에 놓고 쓰였다고 한다. 밝고 구김 없는 사랑스러운 매력이 흘러넘치는 캐릭터다.
김혜윤은 "누군가 제 모습을 보고 16부작짜리 드라마로 써주신다는 게 너무 큰 영광이었지만, 그만큼 부담감도 컸다"고 털어놨다.
그는 "밝고, 웃음이 많은 제 모습을 보고 솔이 역에 점 찍어주셨다고 들었다"며 "작가님이 미팅을 거치면서 제 실제 말투와 행동을 많이 녹여주셨고, 실제로도 솔이와 성격이 비슷한 구석이 있어서 통통 튀는 연기를 할 때는 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2023년 류선재의 열렬한 팬으로 살던 임솔은 타임슬립을 통해 고등학생이던 2008년으로 돌아간다. 당시 옆 학교에 다녔던 류선재를 찾아가는데, 그가 먼저 자신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톱스타가 되는 류선재가 결국 극단적인 선택으로 삶을 마무리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임솔은 몇 번씩 과거로 되돌아가 그를 살리려고 애쓴다. 매번 류선재가 본인을 구하려다가 죽게 된다는 점을 알아차린 임솔은 과거로 돌아가 그를 밀어내기 시작한다.
김혜윤은 "같은 장소, 다른 상황에서 촬영해야 하는 장면이 많았다"며 "감정을 섬세하고, 세세하게 분석해서 연기해야 하는 장면이 많아서 어려웠다"고 말했다.
예컨대 솔이가 선재에게 노란색 우산을 씌어주는 둘의 첫 만남 장면과, 솔이가 같은 장소에서 일부러 선재를 모른 척 지나쳐가는 장면은 같은 날 잇달아 촬영했다. 김혜윤은 "솔이가 어떤 마음으로 선재를 외면했는지가 고스란히 느껴져서 찍으면서도 아주 속상했던 장면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솔이가 워낙 눈물이 많은 친구라서 자주 울었는데, 눈물의 양을 조절하는 게 어려웠다"고 짚었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엉엉 쏟아질 때도 있었고, 두 눈이 촉촉해지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렁그렁 눈물이 맺힐 정도로 울어야 하는 장면이 많았어요. 우는 건 어렵지 않은데, 그 양을 조절하는 게 어려웠죠. 그럴 때마다 변우석 배우가 선재 모습으로 같이 연기해주면서 도움을 많이 줬어요. 덕분에 연기할 때 힘을 많이 받았죠."
17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KBS 드라마 'TV소설 삼생이'(2013)로 데뷔한 김혜윤은 수많은 단역과 조연을 거치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2018년 드라마 'SKY 캐슬'의 강예서 역으로 얼굴을 알렸고, 이후 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 영화 '불도저에 탄 소녀' 등에 출연했다.
김혜윤은 "배우가 되고 싶어서 연기를 시작했는데 너무 막막했었다"며 "하루에 한 시간 운동하기, 하루에 영화 한 편씩 보기 등 날마다 지킬 수 있는 목표를 세워가며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았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막막하고 어두웠던 나날을 꿋꿋하게 견뎌줬던 과거 내 자신이 대견하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라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드라마 종영 후 계획은 어떻게 될까. 김혜윤은 "내가 좋아하고, 행복해하는 것은 무엇인지 찾는 것이 목표"라고 답했다.
"남의 인생을 사는 직업을 살고 있고, 남에게 보이는 직업이다 보니 나 자신에게 소홀해진 것 같아요. 잠도 한번 푹 자보고, 맛있는 것도 한껏 먹어보면서 제 행복을 찾아볼래요."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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