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CDO 사업 기대감 커진 이유

김윤화 2024. 5. 29.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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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 움직임에 바이오텍 펀딩 증가
생물보안법으로 경쟁사 고객 이탈 전망
"반사이익 기대감 높아…사업 확대 기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위탁개발(CDO)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리인하, 미중갈등 등으로 신규 고객사를 유치하는 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가운데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자사의 CDO 서비스를 △민첩성 △유연성 △고객중심 3가지 키워드로 새로 브랜딩했다. 신약 개발 주기를 단축하는 등 자사 CDO 서비스가 가진 경쟁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내달 3일부터 6일까지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2024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 USA)'에도 참여해 새롭게 정립한 CDO 브랜드와 관련 서비스를 소개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또한 지난 2월 국내 바이오텍 31곳을 초대해 세미나를 여는가 하면 최근에는 고객 맞춤형 CMC(공정개발 및 품질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플랫폼인 '셀렉테일러(SelecTailor)'를 출시하는 등 연초 이후 CDO 사업 보폭을 지속적으로 넓히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처럼 CDO 사업을 확대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글로벌 금리인하 시기가 다가오면서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텍으로 흐르는 자금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지난 2월 개최한 K-바이오산업 동반성장 세미나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업계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하반기부터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Fed는 지난해 9월 11차례 연속으로 올리던 금리를 동결한 후 현재까지 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금리인하 기대감만으로도 바이오텍 펀딩(투자) 환경은 조금씩 개선되는 분위기다. HSB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바이오텍이 조달한 벤처 투자금은 총 68억달러(9조2000억원)로 전년동기대비 약 20% 늘어났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가 의료산업 전문가를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선 이들 중 44%는 올해 이 같은 펀딩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관측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CDO 사업에 힘을 주는 또 다른 이유는 미 의회가 자국 안보를 위협하는 국가의 생명공학기업과 거래를 제한하는 '생물보안법'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경쟁사인 우시바이오로직스가 이 법안에 안보위협대상으로 이름을 올리면서 우시바이오로직스의 고객이 새 파트너를 찾아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위탁생산(CMO)이 아닌 CDO를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는 만큼 이번 법안으로 CDO 고객 유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기준 총 674개의 CDO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해까지 수주한 누적 CDO 프로젝트 수를 6배 넘는 규모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 업체들이 반사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생물보안법의) 실제 수혜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추정되나 이는 분명 중장기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에도 CDO 사업 확대의 기회"라고 분석했다.

ADC(항체약물접합체)가 신규 모달리티(약물이 약효를 전달하는 방법)로 부상하면서 관련 신약 개발 수요가 늘어난 점도 삼성바이오로직스 CDO 사업 부문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지난해 유방암 치료제인 '엔허투'를 기점으로 ADC 개발 붐이 불면서 우시바이오로직스의 경우 회사가 진행 중인 ADC 관련 프로젝트수가 전년 대비 52.1% 늘어났다. 현재 우시바이오로직스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 중 ADC는 단클론항체 다음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이러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현재 인천 송도에 ADC 전용 생산시설을 짓고 있으며 스위스계 제약사인 아라리스 바이오텍 등에 투자해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연초에는 국내 바이오텍인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구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와 손잡고 ADC 신약 개발을 위한 CDO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드설리번에 따르면 글로벌 CDMO 시장은 2020년 113억8000만 달러(15조5000억원)에서 연평균 10.1% 증가해 2026년 203억1000만달러(27조7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세포주 개발부터 임상시험계획(IND) 신청, 상업화 생산 단계까지 고객사 니즈에 맞춘 원스톱 CDO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며 "안정적인 트랙 레코드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CDO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윤화 (kyh9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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