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가해자와 같은 반…학교는 “방법 없어”
[앵커]
몇 년 전 또래 남학생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초등 여학생이 가해 남학생과 같은 반에 배정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피해 여학생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학교 측은 사건 당시 합의했다는 이유만으로, 무성의하게 대처하고 있습니다.
조정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초등학교 4학년 아들과 동갑내기 여자 조카를 돌보고 있는 김 모 씨.
2년 전, 아들과 조카가 또래 남학생으로부터 성추행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자신의 몸을 만지게 했다는 겁니다.
아들도 그렇지만, 특히 여자 조카의 정신적 충격은 더욱 컸습니다.
[피해 학생 보호자/음성변조 : "정말 많이 울었어요. 많이 울고, 이유 없는 짜증을 굉장히 많이 내고."]
하지만, 당시 김 씨는 고민 끝에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열지 않기로 합의해줬습니다.
어린아이들이 처벌받는걸 원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신, 학교와 가해자 부모와 함께 아이들이 최대한 마주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의 '자체해결 합의서'를 작성했습니다.
그런데 이달 초 조카와 가해 남학생이 올해 버젓이 같은 반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피해 학생 학부모/음성변조 : "우리 반 애는 이렇게 얘기를 하다가 여자 아이(조카) 입에서 그 남자 아이 얘기가 나온거예요. 그래서 '고모가 알고 있는 걔가 맞아?' 그랬더니 맞대요."]
당장 가해 학생을 다른 반으로 옮겨달라고 요구했지만, 학교 측은 이미 합의가 된 사안인 만큼,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입니다.
[학교 관계자/음성변조 : "학교장 종결처리 사안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다시 재심의가 될 수가 없어요."]
도 교육청도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피해 학생은 당시의 충격을 떠안은 채, 고통스런 학교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조정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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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아 기자 (righ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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