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구 중 59구' 슬라이더 망령에 사로잡힌 박세웅, 충격의 10실점 최악투...대전 징크스 못넘었다
[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무언가에 홀린 걸까. 롯데 자이언츠의 '안경 에이스' 박세웅(29)이 프로 데뷔 후 최악의 투구를 펼쳤다. 이해하기 어려운 볼배합으로 5회에만 8점을 내주며 완전히 무너졌다.
박세웅은 28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경기에 선발투수로 등판해 4⅔이닝 11피안타 1피홈런 3볼넷 1사구 4탈삼진 10실점(9자책)으로 부진했다. 롯데가 3-12로 대패하면서 박세웅은 시즌 4패(5승)째를 기록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3.59에서 4.62로 폭등했다.
2015년 1군에 데뷔한 박세웅은 10시즌 만에 개인 한 경기 최다 실점 신기록 불명예를 떠안았다. 종전 기록은 2016년 8월 26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기록한 9실점(3이닝)이었다.
박세웅은 1회부터 고전했다. 선두타자 김태연을 3구 만에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했지만, 2번 타자 요나단 페라자와 풀카운트 승부 끝에 147km/h 패스트볼을 공략당해 우중간 2루타를 허용했다. 노시환을 3루 땅볼로 처리한 박세웅은 안치홍과 8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볼넷을 내줬다.
2사 1, 2루에서 박세웅은 채은성을 넘지 못했다. 볼카운트 2-1에서 4구째 146km/h 패스트볼이 유격수 옆을 빠져나가는 좌전안타로 연결돼 먼저 1실점했다. 이어지는 2사 1, 2루에서 이도윤을 6구 승부 끝에 2루 땅볼로 처리해 어렵게 1회를 마쳤다.
2회는 비교적 순탄했다. 선두타자 최재훈을 삼진 처리한 박세웅은 황영묵에게 145km/h 패스트볼을 통타당해 2루타를 맞았지만 장진혁을 헛스윙 삼진, 김태연을 유격수 땅볼로 막고 이닝을 정리했다.
롯데 타선은 3회 초 한화 선발 문동주를 공략해 3-1 역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3회 말 박세웅이 선두타자 페라자에게 바깥쪽 높은 코스 144km/h 패스트볼을 던지다 솔로 홈런을 맞아 바로 3-2 추격을 허용했다. 노시환을 삼진, 안치홍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한 박세웅은 채은성에서 또 한 번 안타를 맞았지만 이도윤을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해 추가 실점 없이 3회를 마쳤다.
3회까지 4개의 피안타 모두 패스트볼을 공략당한 박세웅은 4회 슬라이더와 커브, 포크볼까지 변화구 3종류만 던지는 투구 패턴으로 변화를 줬다. 그 결과 이날 유일한 삼자범퇴 이닝을 가져갔다. 최재훈을 3루 땅볼, 황영묵을 1루 땅볼, 장진혁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5회에도 박세웅은 변화구 일변도로 한화 타선을 상대했지만 이번에는 통하지 않았다. 선두타자 김태연에게 3구째 136km/h 슬라이더를 공략당해 좌전 안타를 내줬다. 장타 2개를 맞았던 페라자에게는 포크볼 2구, 슬라이더 2구를 던져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했다.
이어 노시환과 승부에서는 2구 연속 슬라이더를 던진 뒤 3구째 패스트볼을 던져 파울이 됐다. 4구와 5구 연속으로 커브를 던진 박세웅은 좌전 안타를 맞고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안치홍을 상대로 2구 연속 슬라이더를 던진 박세웅은 투수 땅볼로 어렵게 아웃 카운트 1개를 잡았다.
박세웅은 앞서 2개의 안타를 맞은 채은성을 상대로 무려 6구 연속 슬라이더를 구사했지만 결과는 밀어내기 볼넷이었다. 3-3 동점을 허용한 박세웅은 슬라이더 승부가 통하지 않자 이도윤 타석에서는 1구 포크볼, 2구째 패스트볼을 던졌다. 그러나 바깥쪽을 요구한 포수의 미트와는 한참 먼 몸쪽 공이 날아갔고 결국 몸에 맞는 볼로 다시 한 번 실점, 3-4 역전을 헌납했다.
악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1사 만루에서 박세웅은 최재훈을 상대로 5구 중 4구를 슬라이더로 던지다 적시타를 맞았다. 이어 황영묵에게도 초구부터 슬라이더를 던져 1루수 옆을 빠져나가는 2타점 2루타를 허용했다. 1사 2, 3루에서 박세웅은 장진혁에게도 초구 슬라이더 승부를 펼쳤지만 우익수 방면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스코어는 어느덧 3-9까지 벌어졌다.
박세웅은 김태연을 상대로 드디어 패스트볼을 2구 연속 던져 볼카운트 1-1을 만들었다. 3구째 커브를 던지는 타이밍에 1루 주자가 2루를 노렸고, 포수 손성빈의 송구가 빗나가 장진혁은 3루까지 진루했다. 1사 3루에서 박세웅은 다시 2구 연속 슬라이더를 구사했고, 한가운데 몰린 공을 김태연이 중견수 방면 깊은 코스로 날려 희생플라이 타점을 기록했다. 어렵게 두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았지만 10번째 실점이 기록됐다.
다시 페라자를 만난 박세웅은 커브와 패스트볼을 모두 볼로 던진 뒤 슬라이더로 헛스윙과 파울을 유도했다. 5구째 커브가 볼이 돼 풀카운트가 됐고 6구째 슬라이더가 높은 코스에 몰려 중전안타를 허용했다. 김태형 감독의 인내심은 여기까지였다. 박세웅은 5회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책임지지 못하고 한현희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한현희는 노시환을 상대로 초구 패스트볼을 던져 투수 땅볼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박세웅은 이날 올 시즌 최다인 112구를 던졌다. 최고 구속 150km/h을 기록한 패스트볼은 26구, 커브 18구, 포크볼 9구를 던졌고, 슬라이더는 절반이 넘는 59구(약 52.7%)를 구사했다. 이상하리만큼 슬라이더에 집착하는 모습이었다.
3회까지 허용한 안타가 모두 패스트볼이었다는 점에서 자신 있는 구종인 슬라이더 승부를 택한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5회 대량 실점 과정에서 무모하리만큼 슬라이더를 고집했다. 날카롭지 못했던 투구는 볼넷이 되거나 한화 타자들의 스윙에 걸려 안타가 됐다. 결과적으로 슬라이더 일변도의 투구 참사를 부른 셈이 됐다.
박세웅은 또 한 번 '독수리 공포증'과 '대전 공포증'을 떨쳐내지 못했다. 박세웅은 이날 경기 전까지 한화전 16경기(선발 15경기) 1승 8패 평균자책점 7.97, 대전구장에서 승리 없이 7패 평균자책점 8.10을 기록하고 있었다. 지난 시즌 아예 한화전에 등판하지 않았던 박세웅은 올해 첫 대전구장 등판에서 슬라이더의 망령에 사로잡혀 최악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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