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금연정책]③ 전문가들 "궐련 담배 변화 놓치고 있어"

이호승 기자 2024. 5. 29.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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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담배 규제 집중하자, 궐련 규제 구멍 뚫려
"신종 전자담배 수준으로 신종 궐련 규제 강화 필요"
20일 서울시내의 한 전자담배 판매점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2021.7.20/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이호승 기자 = "정부의 담배 규제가 신종 전자 담배에 집중되다 보니 궐련 제품에 대한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해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액상형 전자 담배 등 신종 전자 담배 규제에 집중되면서 정작 궐련에 대한 규제가 약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종 전자 담배의 이용자가 늘어나기 전에 선제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합리적인 정책 방향이긴 하지만 신종 전자 담배 규제에 집중하는 사이 궐련 제품의 변화에 발맞춘 규제 정책이 늦어진다면 담배 규제 정책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전문가들은 "신종 전자 담배 규제뿐만 아니라 기존 궐련에 대한 규제도 균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신종 전자 담배 규제에만 매몰된 사이 궐련이 신종 전자 담배처럼 변화하는 것을 놓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

◇"정부, 신종 전자담배 규제에 집중…규제가 궐련 변화 못 따라가"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정부의 담배 규제 정책이 액상형 전자 담배 등 신종 전자 담배 규제에 집중되고 있어 궐련에 대한 규제에 구멍이 뚫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28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신종 전자 담배가 확산되기 전 규제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청소년을 신종 담배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신종 담배 규제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센터장은 "정부의 담배 규제가 신종 전자 담배에 집중되다 보니 궐련 제품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새로 나오는 궐련 제품은 액상형처럼 맛과 향을 넣어 청소년들이 좋아하도록 만드는데 궐련이 신종 전자 담배처럼 변화하는 것을 놓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획재정부가 1월 내놓은 보도자료를 보면 2023년 궐련형 전자담배 등의 판매량은 전체 담배 판매량의 16.9%, 궐련의 판매량은 83.1%로 궐련의 판매 비중이 궐련형 전자담배의 4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부의 담배 규제 정책은 전체 담배 판매량의 83.1%에 달하는 궐련보다 판매 비중이 낮은 액상형 전자 담배 등 신종 전자 담배에 쏠려 있어 궐련에 대한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보건복지부가 2021년 내놓은 '제5차 국민건강종합계획'을 보면 첫 번째 과제는 '신종 담배의 시장진입 차단과 철저한 관리'다. 또 최근 수년간 복지부와 국가금연지원센터가 전개한 금연 캠페인에서도 정부는 주로 전자담배를 주요 소재로 삼았다.

이 센터장은 액상형 전자담배를 규제하는 동안 궐련이 맛과 향을 첨가한 신종 액상형 전자담배처럼 탈바꿈한다면 늦는다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가향 담배를 예로 들어 "가향 담배는 흡연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하는 계기가 되고, 맛과 향 때문에 시작한 가향 담배로 인해 니코틴에 중독되는 것이 메커니즘"이라며 "해외 선진국처럼 우리도 가향 담배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유석 단국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

◇"청소년 흡연 막기 위해선 신종 궐련 규제 강화해야"

정유석 단국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청소년 흡연을 막기 위해서 궐련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자 담배 회사들이 액상형 전자담배와 유사한 궐련을 제조·판매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규제는 미비하다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가향 담배를 예로 들어 "담배는 백해무익하다는 것은 상식이 됐는데 규제를 미루고 있다. 특히 담배를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담배 제조 회사들이 향을 첨가하는 것을 정부가 허가한 것은 담배 규제에 대한 의지가 없거나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소한 미국처럼 가향 담배 판매를 금지하는 등 담배를 '덜 매력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가격이 비싸면 접근성이 떨어지니 담뱃값도 현재의 3배 이상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청소년의 흡연을 막기 위해 최소한 학교 인근 편의점 등에서의 담배 판매부터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외국은 술을 파는 가게가 따로 있고, 담배는 캐비닛 등에 넣어 노출하지 않고 판매한다"며 "특히 학교 근처 편의점만이라도 담배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범조 서울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청소년기의 흡연, 물질 중독의 위험성 높이는 디딤돌"

오범조 서울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청소년 흡연 문제가 잘 알려지지 않아 저평가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청소년들 흡연을 규제하는 것이 담배 규제 정책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흡연을 시작하면 물질 중독의 위험도가 상승하는데, 청소년기에 흡연을 시작하면 담배가 물질 중독의 위험성을 높이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한국의 담배 규제가 해외 선진국에 비해 느슨한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미국은 마약이나 중독성 물질을 큰 틀에서 정의하고 있지만, 한국은 범위가 좁아 편법이 침투하기 쉽다"며 "규제가 약하기 때문에 궐련은 물론 가향 궐련, 액상형 전자담배 등 신종 전자담배 등이 확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청소년 흡연을 막는 것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담배 규제 정책을 손봐야 한다고도 했다.

오 교수는 "담뱃값을 올리는 게 흡연율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는 하지만 흡연자가 아닌 담배 회사를 규제해야 한다"며 "법과 규정을 촘촘하게 만들어 담배를 철저하게 규제하고 이를 어기면 제공자를 통제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yos54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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