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건축] 자동차와 공존하기 위해
개별 필지 주차부하 개선해야
사람이 주인 되는 도시 환경을
모더니즘은 20세기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었다. 근대 사회는 기계문명의 등장과 함께 커다란 변화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도시와 건축은 문명적 전환에 따라 전통적으로 존재하지 않았던 백화점, 철도역, 사무소 등 새로운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공간을 생산하도록 요구받았다. 증기기관의 발명은 수 천년 동안 동물의 운동에너지의 한계 안에서 제약받던 인간의 탈 것에 혁명적 진보를 이끌어 냈다. 강철로 만든 궤도 위를 달리는 열차와 소형화된 모빌리티라고 할 수 있는 개인용 승용차는 도시 건축에 커다란 도전이 되었다. 특히 자동차는 인간과 더불어 도시 공간을 점유하고 이동하는 주요한 주체로 부각되며 도시와 건축의 계획에 있어서 그 영향력이 점차 커져왔다. 경제적 효용성과 삶의 효율을 중시하는 모더니즘적 태도는 자동차를 어떻게 편리하고 안전하며 빠르게 이동시킬 수 있는지에 초점을 두고 도시 건축의 담론을 개진했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로부터 휴먼스케일이 복권된 도시, 인간이 걷기 좋은 도시 건축이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비판적 시선이 꾸준히 강조되고 있다.
따라서 도시 안에서 자동차를 어떻게 포용하며 사람들과 공존하도록 이끌 것인지가 현대 도시의 주요한 이슈가 되어 뉴어바니즘의 보행자 중심 가로망 계획이나, 저명한 도시계획가인 얀 겔(Jan Gehl) 같은 이들이 보행자와 자전거 중심의 도시 환경 조성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려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도시 안에서 자동차를 다루는 근본적인 원칙은 주차장법에 내재되어 있다. 통행량을 가중시키는 건축 행위는 그에 상응하는 주차 공간을 각각의 개발 단위 내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원인유발자가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은 논리 상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우리 도시의 현실에서 발생하고 있는 현상을 들여다보면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
오랜 역사가 켜켜이 쌓여있는 만큼 땅의 소유권을 구분하는 필지의 크기는 일정하지 않다. 대규모의 단지를 지을 수 있는 메가블럭 스케일의 필지도 있지만 조그마한 방 하나 겨우 들어갈 만큼 작은 필지도 공존하는 것이 우리 도시의 매력이기도 하다. 문제는 상당한 비중의 필지가 대략 40-50평 사이의 규모라는 점이다. 가장 일반적인 용도지역인 일반주거지역을 가정했을 때 이 규모가 의미하는 바는 주거나 근린생활시설로 개발할 경우 대략 3-4대, 많으면 5대 정도의 주차장을 해당 필지에서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주차장법이 일괄적으로 건축물의 바닥면적에 비례하여 주차대수를 가산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물론 건축물의 용도에 따라 요구 대수가 바뀔 수 있으며 일부 과밀한 도심지의 경우 주차장설치제한 구역을 두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대부분의 경우 비슷한 상황이 전개된다. 50평 내외의 땅에 건물로서 기능하기 위해 필수적인 계단실과 엘리베이터까지 두게 된다면 4대 안팎의 주차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지상층의 대부분을 필로티 주차로 마련할 수 밖에 없다. 그 결과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주차장으로 가득한 도시의 지상층이다. 사람들의 보행과 도시 경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높이이며, 수많은 마주침과 이벤트가 발생할 수 있는 지상층에 주차장의 자동차들로 가득해 걷기 불편한 길을 걷는 것이 이미 관성이 되었다.
이는 근본적으로 대지의 규모와 관계없이 건축물의 면적에 비례한 주차대수 산정 방식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에 그 문제가 있다. 어느 정도 이상의 규모를 지닌 대지에서는 문제가 될 것이 없지만 작은 규모의 소필지에서는 몇 대의 주차장만 두어도 땅의 대부분을 차지해버리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대지의 규모에 따라 주차장 설치 대수 계산법을 달리 규정한다든지 공공이 주차장 공급에 적극적으로 나서 개별 필지에서의 주차부하를 덜어준다든지 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가능할 것이다. 이 모두가 결국 사람이 주인이 되는 도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반드시 고민해 봐야 하는 과제이다. 홍지학 충남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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