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특별법 '2라운드' 돌입…자동 '폐기' 수순→22대 국회 '재논의'

조용훈 기자 2024. 5. 29.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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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표결 결과, 170표 가운데 찬성 170표로 '가결'
대통령 '거부권' 가능성↑, 22대 국회서 또다시 '쟁점'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21대 마지막 본회의에서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재석 296인, 재석 170인, 찬성 170인, 반대 0인, 기권 0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2024.5.28/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야당이 주도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정부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거대 의석수를 앞세워 법안을 처리한 셈이다. 다만 대통령의 재의요구안(거부권) 행사로 인한 자동 폐기 가능성이 커 22대 국회가 문을 열면 이에 대한 재논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 제공.

◇야당, 특별법 개정 '강행'…국토부, 한발 앞서 현실적 '대안' 제시

29일 국회에 따르면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은 전날 열린 본회의 표결 결과, 총투표수 170표 가운데 찬성 170표로 통과됐다. 국민의 힘 의원들은 이에 반대하며 투표 직전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른바 '선구제 후회수'로 불리는 해당 개정안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이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해 피해 임차인을 우선 구제해 주고, 추후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비용을 보전하는 게 핵심이다.

민주당은 그간 기존의 특별법으로는 피해자들의 실질적 피해 회복이 어렵다는 논리를 내세워왔다. 후순위 임차인, 위반 건축물·신탁 전세 피해자 등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본회의 하루 전인 지난 27일 기존 특별법을 추가 보완하는 내용의 지원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피해자의 우선매수권을 양도받아 경매에 넘어간 주택을 감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입하고, 여기서 발생한 '차익'을 피해자 주거 지원에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낙찰받은 주택은 피해자들에게 '공공임대'로 공급하되 2가지 '선택지'를 줘 본인 상황에 맞는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주택을 사들이면서 발생한 차익을 10년간 월세로 차감해 살던 집에 계속 거주하거나, 퇴거를 희망하면 그 즉시 차익금을 돌려줘 신속한 피해 복구를 지원하는 게 골자다.

여기에 그간 매입대상에서 제외됐던 위반건축물, 신탁사기 주택 요건을 완화해 매입하고, 다주택은 경매차익을 피해액 비율대로 안분하도록 해 후순위 임차인들의 보증금 회수 방안을 보완했다.

전날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피해자는 경매에서 자력으로 자기가 가진 권리에 따라 배당받는 금액에 더해 낙찰자인 LH공사 등에 귀속되는 경매 차액만큼을 추가로 지원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전세사기피해자법 개정안(전세사기특별법) 국회 본회의 가결 관련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24.5.28/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주택도시기금 '손실' 불가피…반환채권 매입비 최대 '4조원'

국토부는 이번 '정부안'을 토대로 현행 전세사기 특별법을 개정하자고 말한다. 이번 야당 안이 시행되면 회수 불가한 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에 최대 4조 원의 주택도시기금이 투입된다는 이유에서다.

주택도시기금은 무주택 서민이 내 집 마련을 위해 저축한 청약 예금과 주택 구매 시 발행되는 국민주택채권 발행액 등으로 조성되는데, 여기에 손을 댈 수 없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지난 2021년 49조 원 규모였던 주택도시기금의 여유자금은 올해 3월 기준 13조 9000억 원으로 71.6%(35조 1000억 원)나 줄어들었다.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줄고 부동산 거래 침체로 국민주택채권 발행이 감소한 탓이다.

이날 박상우 장관은 정부서울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주택도시기금은 무주택 서민이 내 집 마련을 위해 저축한 청약통장으로 조성된 것으로, 국민에게 돌려드려야 할 부채성 자금"이라며 "국민이 잠시 맡긴 돈으로 피해자를 직접 지원하게 되면 그 손실은 고스란히 다른 국민이 부담하게 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외에 채권 매입 과정에서의 가치 평가에 따른 추가 혼란과 피해자의 주거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관련해 박 장관은 "피해주택의 복잡한 권리관계로 공정한 가치평가가 어려워 공공과 피해자 간 채권 매입 가격을 두고 불필요한 분쟁을 일으킬 우려가 높고, 채권 매입을 위한 예산 편성이 있어야 하는 등 현실적으로 집행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5.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대통령 '거부권' 행사할 듯…국토부 "22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하자"

결국 야당 주도의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당장 피해자 구제를 결정지을 공은 대통령실로 넘어갔다. 현재로서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짙다.

전세사기 특별법은 전날 야당이 단독 처리한 쟁점 법안들과 함께 곧바로 정부로 이송됐다. 21대 국회 임기가 하루밖에 남지 않은 점을 고려해 '긴급 이송'된 거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 임기 마지막 날인 이날 국무회의를 열고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선 구제를 위해 공정평가를 할 때 경매 등이 안 된 상태에서는 평가 자체를 못 한다"며 "최우선변제금만큼 먼저 보전해 줘도 나중에 회수할 수 없어 주택도시기금이 손실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택도시기금은 청약저축과 국민주택채권이 주요 재원인데 결국 정부재정 보조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상우 장관 역시도 대통령에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주무장관으로서 책임 있는 조치를 다 하겠다"며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대한민국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법률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에 돌아온 법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그 즉시 법률로 확정되고, 부결되면 폐기된다. 하지만 21대 국회 임기가 이날 종료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재의결 절차를 거치기 어려워 개정 법안은 자동 폐기 수순을 밟는다.

이에 따라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구제 논의는 22대 국회에서 지속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미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재발의'를 예고해 둔 상태다. 국토부도 22대 국회에서 이를 제대로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다만 국토부가 야당과의 논의 테이블에 마주 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야당은 이번 개정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주무 부처를 철저하게 배제해 왔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22대 국회가 구성됨과 동시에 정부안을 중심으로 여·야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joyong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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