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있는 아이를 잘 키우는 법 [프리스타일]

장일호 기자 2024. 5. 29.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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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5월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을, 5월13일에는 저출생수석실 신설을 지시했다.

'아이가 있는 미래는 무엇으로 가능한가'라는 부제가 달린 책 〈0.6의 공포, 사라지는 한국〉에서 정재훈 교수는 '저출생·저출산' 대책에서 비용 부담 문제가 필요조건이라면 성평등은 충분조건이라고 쓴다.

그러려면 '저출생·저출산' 대책만큼이나 '이미 있는 아이'를 잘 키우는 대책을, 정치가 더 많이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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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부모가 키우는 것 같지만, 사회가 함께 키운다. ⓒ시사IN 포토

윤석열 대통령이 5월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을, 5월13일에는 저출생수석실 신설을 지시했다. 저출생 문제를 ‘국가비상사태’로 인식한 결과라고 했다. 정부의 때늦은 호들갑에 일부 지자체도 발맞췄다. 경상북도는 지난 2월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5월13일 ‘필승 실행계획’을 발표했다.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진하기 위해 결혼정보회사 역할을 도청이 맡고, ‘연애시 행복읍’으로 명명한 솔로 마을도 운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합계출산율 0.7명으로는 경고가 부족했구나 싶다. 전쟁의 언어로 생명을 사고하는 천박함이야 더 말할 것도 없다. 정답을 대놓고 알려주는데도 오답을 계속 적는다. ‘아이가 있는 미래는 무엇으로 가능한가’라는 부제가 달린 책 〈0.6의 공포, 사라지는 한국〉에서 정재훈 교수는 ‘저출생·저출산’ 대책에서 비용 부담 문제가 필요조건이라면 성평등은 충분조건이라고 쓴다. “아이를 많이 낳는 국가는 공통적으로 사회문화적으로 남녀 평등하며 다양한 가족을 인정하는 제도를 갖춘 동시에 이민자에게도 높은 수용성을 보인다.” 정 교수만이 아니라 이미 전문가들이 지난 수십 년간 입이 닳도록 해온 얘기다. 입 아프지만 또 말할 수밖에 없다. 성평등 없이 ‘저출생·저출산’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첫째 조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해, 조카 이름으로 적금통장을 만들었다. 살면서 목돈이 필요한 일이 생길 때 꺼내줄 요량이다. 그해 디딤씨앗통장 후원도 시작했다.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이 취약계층 아동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정부가 운영하는 ‘유일한’ 아동 자산 형성 사업이기도 하다. 후원자가 월 5만원 내에서 후원금을 내면, 정부가 10만원까지 추가로 해당 아동을 지원한다(1:2 매칭 비율). 적립금은 아동이 만 18세 이후 학자금이나 전세금 등 목적이 분명할 때 출금할 수 있다.

올봄에는 그룹홈에 사는 이주 배경 학생 한 명과 목적 없는 책 읽기를 시작했다. 학업과 상관없는 그림책과 시, 단편소설 등을 읽을 계획이다. 아이는 부모가 키우는 것 같지만, 사회가 함께 키운다. 기초생활수급자였던 나 역시 사회가 만든 안전망 안에서 자랐다. 그 안전망이 더 촘촘해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려면 ‘저출생·저출산’ 대책만큼이나 ‘이미 있는 아이’를 잘 키우는 대책을, 정치가 더 많이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한국 사회의 ‘느린 자살’을 막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장일호 기자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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