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단통법
법 폐지 추진으로 불법지원금 단속 애매…규제 공백 상태로 시장 혼란 우려
[서울=뉴시스]심지혜 기자 = 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의 일환으로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를 추진했지만 끝내 21대 국회처리가 무산됐다.
그럼에도 정부는 법안 폐지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새로 구성될 차기 국회에서 논의가 끝날 때까지 단통법은 유명무실한 '유령 법안'으로 남을 공산이 커졌다. 정부가 법안 폐지를 공식 선언한 마당에 시장 단속과 규제를 강화할 경우 자칫 법안 폐지 명분조차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민생토론회서 단통법 폐지 공식 선언…"지원금 경쟁 활성화"
당초 단통법 폐지 법안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2020년 11월에 발의해 계류돼 있던 상황. 올해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가 '민생 살리기' 방안 중 대표과제로 강하게 드라이버를 걸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올 1월 개최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별도로 브리핑도 진행하면서 법안 폐지에 대해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더해 국회 과방위 여당 간사를 맡은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단통법의 순기능으로 여겨지는 선택약정(지원금에 상응하는 25%요금할인)이 법안 폐지 이후에도 유지될 수 있도록 해당 내용을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하는 법안을 추가로 발의되기도 했다. 선택약정 할인율은 지원금을 근거로 산정되는데, 지원금 공시제도가 폐지되면 기반이 없어지기 때문에 유지가 어렵기 때문이다.
법 폐지 추진으로…애매해진 불법 지원금 단속
정부, 22대 국회서 재추진 하겠다지만…
당장 휴대폰 매장이 몰려있는 집단상가만 방문해도 공시지원금과 유통점이 줄 수 있는 추가지원금 이외의 지원금을 버젓이 주고 있는 상황이다. 이뿐 아니라 SNS 등으로 지원금 상황을 게릴라성으로 공유하고 특정 기간에만 지급했다 빠지는 ‘떳다방’식 상황도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정부는 현저한 이용자 차별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단호하게 조치한다는 입장이나, 명확한 기준이 없는 데다 과거처럼 대란 상황까지 발생하지 않는 이상 사실상 불법지원금에 대한 엄정 조치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당분간 단통법은 사실상 법규는 존재하되 실효성은 없는 법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이동통신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방통위의 시장 조사도 이동통신 시장보다 플랫폼 시장에 더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장 규제를 담당하는 유관 협회도 이동통신 시장 조사 조직을 축소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계속해서 단통법 폐지가 현실화 될 수 있도록 지속 추진하겠단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22대 국회 개원 후 법안이 재발의 될 수 있도록 국회와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과방위 주요 현안으로 논의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당장 단통법 폐지와 관련된 법안을 낸 의원들이 모두 이번 총선에서 낙선했다. 이에 새로운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야 한다.
논의 우선순위에서도 밀릴 가능성도 높다. 과방위는 21대 국회 회기 종료를 앞두고 현안 논의와 함께 밀린 법안 처리를 위해 회의를 열 예정이었으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징계 및 관련 예산 논의 여부를 두고 여야가 갈등을 빚으면서 결국 무산됐다. 이에 22대 과방위에서도 초기 최대 현안은 방송 이슈가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뿐 아니라 단통법 폐지를 두고 여야가 시각차를 나타내고 있어 현실화 되기까지는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앞서 정부가 단통법 폐지를 발표하자 야당에서는 "대안 제시 없는 총선용 발표"라고 비판했다. 큰 틀에서 단통법 폐지에 동의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얻기 위해 숙고 없이 추진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용차 차별 등의 부작용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과기정통부 및 방통위 관계자는 "22대 국회에서도 단통법 폐지가 이뤄질 수 있도록 의지를 갖고 계속 추진할 계획"이라며 "국회와 논의해 법안이 재발의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당장 과방위 위원 구성이 방송 중심 인물로 채워지는 분위기인 데다 현안 논의도 초반엔 방송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과학기술이나 ICT 현안은 뒷전으로 밀릴 것 같아 걱정된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im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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