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시즌 아웃됐는데…사이영상 투수도 'ERA 10.42' FA 먹튀 전락, 그런데 SF 왜 자꾸 이기지?
[OSEN=이상학 기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FA 영입한 사이영상 투수 블레이크 스넬(32)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외야수 이정후(26)가 어깨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가운데 스넬의 부진까지 이어지면서 샌프란시스코의 FA 투자가 적어도 2024년에는 실패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스넬은 지난 2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 4이닝 5피안타(1피홈런) 2볼넷 7탈삼진 4실점(3자책)으로 5회를 버티지 못하고 조기 강판됐다.
1~2회는 실점 없이 막았지만 3회 요한 로하스에게 안타를 맞은 뒤 카일 슈와버에게 투런 홈런을 허용했다. 5구째 시속 95.6마일(153.9km) 포심 패스트볼을 몸쪽으로 던졌지만 우측 담장을 넘어갔다. 4회에는 1사 후 에드문도 소사에게 우중월 3루타를 맞더니 폭투로 실점했다. 3-3 동점.
이어 위트 메리필드를 3루수 맷 채프먼의 포구 실책으로 1루에 내보낸 뒤 2루 도루를 내줬고, 로하스의 빗맞은 타구가 중전 안타가 되면서 추가 실점했다. 3-4 역전. 다음 타자 슈와버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더블 스틸까지 허용했다. J.T. 리얼무토를 삼진 처리하며 가까스로 이닝을 끝냈지만 5회 시작부터 랜디 로드리게스가 마운드에 올랐다. 4이닝 만에 투구수 90개. 제구 불안 속에 주자가 나갈 때 슬라이드 스텝에 문제를 드러내며 진땀을 흘렸다.
이날까지 스넬은 시즌 5경기에서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10.42에 그치고 있다. 19이닝 동안 삼진 24개를 잡았지만 볼넷 11개로 9이닝당 5.21개에 달한다. 원래도 제구가 안 좋은 투수였지만 커리어에서 가장 나쁜 수치. 지난해 1할대(.181)에 불과했던 피안타율도 3할대(.318)로 크게 치솟았다. 구속이 크게 떨어지거나 한 것도 아닌데 마운드에 올라올 때마다 난타를 당하고 있다. 5경기 모두 5회를 버티지 못하고 내려갔다. 지난해 사이영상 투수라곤 믿기지 않는 부진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3월 시즌 개막을 앞두고 스넬을 2년 6200만 달러에 FA 영입했다. 전년도 사이영상 수상에도 불구하고 겨우내 FA 시장에서 인기를 끌지 못했고, 시즌 개막을 열흘도 안 남겨두고 백기 투항하듯 샌프란시스코와 옵트 아웃이 포함된 FA 재수 계약을 했다.
스프링 트레이닝을 생략하면서 빌드업 시간이 필요했고, 지난달 9일에야 시즌 첫 등판에 나섰다. 그러나 3경기 만에 왼쪽 내전근을 다쳐 부상자 명단에 올라 한 달간 공백기도 가졌다. 부상 복귀 후 2경기 연속 4이닝 이하 4실점 투구로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겨울 6년 1억1300만 달러 거액을 들여 영입한 이정후도 지난 13일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수비 중 펜스에 왼쪽 어깨를 부딪쳐 관절와순이 파열돼 수술을 받게 됐다. 이정후가 37경기 만에 시즌 아웃된 가운데 그 다음으로 큰돈 들인 스넬이 부진을 거듭하면서 골머리를 앓게 됐다.
그런데 이정후가 다치고, 스넬이 부진한데도 샌프란시스코는 계속 이기고 있다. 스넬이 일찍 내려간 이날 필라델피아전도 타선이 5~7회 4점을 내며 8-4로 이겼다. 리그 최고 승률팀 상대로 거둔 역전승이었다. 이정후와 마이클 콘포토가 부상으로 빠진 외야에서 선발 기회를 받고 있는 루이스 마토스와 엘리엇 라모스가 나란히 2안타로 활약했다.
공교롭게도 이정후가 부상을 당한 날부터 샌프란시스코는 14경기 10승4패(승률 .714)로 급반등했다. 야수 쪽에서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이정후가 빠진 중견수 자리를 꿰찬 22세 마토스가 폭발력이 떨어지긴 했지만 15경기 타율 2할7푼(63타수 17안타) 2홈런 19타점 OPS .705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 다른 외야 유망주인 25세 라모스도 18경기 타율 2할8푼8리(66타수 19안타) 2홈런 12타점 OPS .795로 잠재력을 꽃피우기 시작했다. 내야에선 25세 브렛 와이슬리가 지난 12일 콜업 후 9경기 타율 4할5푼(20타수 9안타) 1홈런 6타점 OPS 1.079로 폭발하며 유격수 고민을 해소하고 있다.
3년 5400만달러에 데려온 FA 3루수 맷 채프먼도 4월까지 부진을 딛고 5월에는 24경기 타율 2할5푼3리(91타수 23안타) 4홈런 13타점 OPS .814로 살아났다. 마운드에선 4년 4400만 달러에 FA 영입한 투수 조던 힉스가 11경기(58이닝) 4승1패 평균자책점 2.33으로 에이스급 투구를 하고 있고, 로건 웹이 12경기(72⅓이닝) 4승4패 평균자책점 2.74로 1선발다운 활약을 하고 있다.
어느덧 시즌 28승27패(승률 .509)로 5할에서 +1이 된 샌프란시스코는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공동 2위에 오르며 1위 LA 다저스에 5경기 차이로 추격 중이다. 아직 큰 의미가 없지만 와일드카드 공동 2위로 가을야구에 나갈 수 있는 수준으로 치고 올라왔다. 이정후는 아쉽게도 시즌 아웃됐지만 스넬이 어느 정도 반등한다면 가을야구도 꿈이 아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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