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직원들 은퇴 러시에... 기업들 “로봇 아니면 폐업할 수밖에”
“로봇 없으면 폐업” 자동화에 안간힘
지난달 25일 경북 포항 포스코DX 로봇실증센터. 불순물이 제거된 1000도의 쇳물을 고체로 굳히는 포항제철소 ‘연주공정’에 도입을 앞둔 로봇 ‘래들맨덱’이 마지막 실증 작업을 거치고 있었다. 쇳물이 빠져나오는 구멍이 막히는 경우 이 구멍에 노즐(통로)을 끼우고 공기를 불어 넣어 뚫는 일을 대신해주는 로봇이다. 포스코DX 관계자는 “이달부터 현장에 도입됐고 기존에 5명이 하던 일을 로봇 1대에 맡길 수 있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740만명(경제활동인구의 25%)에 이르는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생, 50~60세)의 대거 퇴직을 앞두고 기업들이 인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들이 만 60세에 접어드는 올해부터 대규모 은퇴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생산 현장을 지켜오던 베테랑 직원의 노하우를 불순물 제거 로봇, 불량품 선별 로봇 등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로봇으로 대체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한창이다. 한편으로는 건강한 신중년의 정년을 연장하고 이들이 작업하기 편한 환경을 만드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기업 “로봇 아니면 폐업밖에 길 없어”
자동화 실패가 폐업과 직결되는 업종은 특히 로봇 도입에 적극적이다. 직원이 91명인 경기도 부천의 동아정밀공업은 매년 평균 5명이 정년으로 퇴직한다. 이 회사 권창오(57) 기술연구소장은 “젊은 세대가 현장 생산직을 꺼리니 공장 생존을 위해 로봇 도입은 필수였다”고 말했다. 대구에 있는 자동차 부품 제조기업 광남공업도 2022년부터 육축 다관절 로봇 15대를 도입해 자동화했다. 이 회사 이몽룡(49) 기획실장은 “폐업을 하든지 로봇을 들이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은 2020년부터 중소기업의 로봇 도입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여성 2차 베이비부머가 지탱하던 급식업계도 로봇 도입에 나서고 있다. 전국 500여 개 사업장에서 일하는 조리보조원 8000명 중 67%가 50~60대 여성인 삼성웰스토리는 파 썰어주는 기계, 뚝배기 그릇을 배식해주는 로봇, 튀김·볶음 전문 로봇 등을 개발하고 있다.
◇숙련공 노하우를 로봇에 도입하라
일반 자동화 외에 숙련공의 노하우를 대체할 수 있는 고급 로봇 개발 작업도 한창이다. 2차 베이비부머 퇴사 쇼크를 앞둔 포스코는 아연 도금 공정에서 불순물을 제거하는 로봇 등 다양한 로봇을 도입하고 있다. 윤석준 포스코DX 로봇자동화센터장은 “사람이 그동안 손으로 전수해 오던 베테랑 기술을 수치화하고 AI를 활용해 로봇을 개발한다”고 말했다.
LS일렉트릭도 사람의 노하우와 감(感)에 의존하던 용접, 불량품 검사 같은 일을 비전 AI 기술과 데이터를 통해 로봇화에 성공했다. 백희선 LS일렉트릭 제조지능화연구팀장은 “용접은 주위 온도, 바람의 세기, 원재료의 물성 등에 따라 강도와 온도를 조절해야 하는 고도의 노하우가 필요한 작업”이라며 “각종 변수를 일일이 데이터로 만들었다”고 했다. 이 밖에 로봇팔이 라인에서 생산된 제품 사진을 찍고 AI를 통해 2.5초 만에 불량 여부를 판별하는 로봇도 도입했다.
◇고령 친화적 라인 만드는 기업들
2차 베이비부머를 현장에 붙잡기 위한 노력도 벌어진다. 정년이 된 직원을 재고용하는 기업들은 이들이 일하기 편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애를 쓴다. 크라운제과 진천 공장은 20kg에 달하는 플라스틱 박스를 옮겨주는 리프트 4대를 들였다. 회사 관계자는 “고령자도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미끄럼 방지 바닥을 마련하기도 하고 작업장 곳곳에 혈압 측정기와 안전바를 비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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