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크리에이터] 농촌은 할일 많은 기회의 땅 ‘농라이프’ 숨은 매력 알려요

정성환 기자 2024. 5. 2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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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크리에이터] 이지현 뭐하농 대표 <충북 괴산>
국책연구원 일하다 농부로 새 인생
축제 등 문화행사 기획 … 카페 운영
제철농산물로 만든 건강음료 인기
창업 아이템 홍보 ‘농페스타’ 마련
멤버십 회원제 통해 연고맺기 도와
충북 괴산에 있는 농업회사법인 ‘뭐하농’의 이지현 대표가 카페이자 농촌문화공간 ‘뭐하농 하우스’ 내부를 소개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곳에서 제철 농산물로 만든 건강 먹거리를 제공하고 재즈 공연 같은 문화행사도 연다. 괴산=김병진 기자

아침에 일어나 직장으로 향하며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루 종일 형광등 아래에서 커피를 마시며 일하는 삶이 정말 즐거울까. 이런 질문에 답을 찾아 농촌으로 향한 청년이 있다. 충북 괴산군 감물면에서 농촌문화기획사 ‘뭐하농’을 운영하는 이지현 대표(38)다.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자는 자연스러운 삶을 찾다보니 농부를 해야겠더라고요. 처음에는 표고농사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농사에 정이 들어서 거의 100여가지 작물을 재배하고 있어요.”

서울에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으로 일하던 이 대표는 2017년 귀농했다. 기계 부품처럼 살아야 하는 도시의 삶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사 대신 스스로가 주인공이 되고 싶었던 이 대표는 농부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철저한 준비 끝에 그는 표고농사를 시작해 1년 만에 연매출 1억원을 달성했다. 그런데도 그에겐 서울에서 도망쳤다는 꼬리표가 붙었다. 이런 인식을 바꾸기 위해 시작한 게 ‘뭐하농’이다.

‘뭐 하는 농부’라는 뜻의 ‘뭐하농’은 2020년 이 대표와 괴산지역 청년농부 5명이 만들었다. 이곳은 자연과 함께하는 농부의 삶, 일명 ‘농라이프’를 알린다. 농촌 축제나 재즈 파티 같은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다이어리와 농산물 비누 같은 굿즈(기념상품)를 판매한다.

‘뭐하농 하우스’에서 판매하는 표고버섯 샌드위치(왼쪽부터), 농부 라테, 호박 셰이크.

뭐하농은 2021년 카페이자 농촌문화공간 ‘뭐하농 하우스’를 세웠다. 괴산에서 나는 제철 농산물로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어 제공하기 위해서다. 덕분에 메뉴판만 봐도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대표 메뉴는 비트로 담근 청과 우유가 어우러진 ‘농부 라테’다. 게다가 여름이면 ‘초당옥수수 라테’를, 햅쌀이 나오는 가을이면 고소한 ‘햅쌀 라테’를, 겨울에는 늙은 호박으로 청을 담근 ‘호박 셰이크’를 만들어 손님을 맞는다. 덕분에 그의 카페에는 계절별로 다른 메뉴를 맛보러 다시 찾는 손님이 적지 않다.

“손님에게 제철 농산물로 만든 음식으로 계절을 알리는 역할을 하는 셈이지요. 특히 방부제나 감미료 없이 만든 저희 음식을 먹고 손님들이 ‘채소가 이렇게 맛있었나’라고 하실 때가 가장 뿌듯하죠.”

뭐하농 하우스는 행사가 있는 날이면 마을주민들의 사랑방으로 변신한다. 이곳에서는 연 1∼2회 농촌 축제인 ‘농페스타’가 열린다. 농촌 청년이 창업 아이템을 알리고 나눔장터를 통해 교류도 하는 행사다. 저녁이면 재즈 오케스트라, DJ 파티도 열린다. 이 행사는 1회부터 마을과 인근 지역 주민 220명이 참석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뭐하농은 지난해엔 지역변화를 도모하는 농부들을 대상으로 ‘농개더링’을 열었다. 청년농부들이 농업활동 성과를 발표하고 농촌의 미래를 주제로 토론하는 모임이다.

즐길거리가 늘자 괴산에 청년이 모여들었다. 뭐하농은 2022년 농촌 두달살이 프로그램인 ‘청년마을’ 사업을 진행했다. 귀농 방법을 모르던 청년에게 마을 어르신들이 멘토가 돼 농사를 가르쳤다. 이후 18명의 외지 청년들이 괴산에 정착했으며 그중 4명은 농업인으로, 다른 14명은 작가나 디자이너 등으로 지역에 뿌리내렸다. 마을주민 전선우씨(37)는 “외지 청년들이 많이 정착하면서 마을주민들과 활발하게 교류를 이어나가고 있다”며 “뭐하농 덕분에 마을주민들이 끈끈하게 뭉치면서 마을 분위기가 여간 좋은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뭐하농은 ‘농라이프’를 알리는 농촌생활 브랜드로 성장할 계획이다. 지난해 이 대표는 ‘뭐하농 멤버십’을 출시했다. 한달에 한번 함께 밭을 경작하고 밥을 먹는 모임으로 올해만 41명이 가입했다. 멤버십 회원들은 주로 수도권에서 태어나 농촌에 연고가 없다. 이들은 주말이면 뭐하농 하우스에 모여 가족처럼 고민을 나눈다. 지난해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연 뭐하농 팝업스토어에서는 ‘농라이프’를 위한 다이어리와 농산물 비누 등을 판매했는데 8000여명이 현장을 방문했을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뭐하농 하우스’ 앞 텃밭에선 토마토와 바질 같은 동반작물이 자란다.

“멤버십은 주말농장이나 텃밭 체험과는 다르게 농촌에서 같이 살 작은 고향을 만드는 일입니다. 삶 속에 농업을 조금씩 넓혀가는 방식인 거죠. 작물이 물·바람·햇빛이 있어야 자라듯 사람도 자연이 필요하거든요. 앞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농라이프’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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