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항운노조 채용비리 악습 반드시 끊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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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운노조의 고질적인 채용·승진 비리가 또 적발됐다.
2005년 다단계 먹이사슬 같은 조직적인 채용 비리로 11억 원의 청탁금이 전달돼 전 위원장 등 50명이 기소됐다.
채용비리가 적발될 때마다 항운노조는 자체 개혁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채용·승진 비리는 기회 균등과 공정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송두리째 흔드는 질 나쁜 범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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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의 채용·인사 개입 여지 차단을
부산항운노조의 고질적인 채용·승진 비리가 또 적발됐다. 부산지검 반부패수사부는 배임수재 등 혐의로 상임부위원장 2명과 지부장 3명 등 15명을 구속기소하고, 58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그제 밝혔다. 이번에 밝혀진 부정 청탁 수수금은 27억 원으로 역대 채용비리 검찰 수사 중 최고액이다. 통장·체크카드와 비밀번호가 기재된 백지 출금 전표를 받아 공여자가 사용한 것처럼 가장하는 신종 범죄 수법도 드러났다. 막대한 자금과 조직력을 동원해 수사 방해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체 정화가 어렵다는 사실이 또다시 확인된 만큼 외부의 힘을 빌려서라도 조직을 환골탈태할 필요가 있다.
부산항운노조의 비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부산부두노조가 항만노조로 이름을 바꾼 뒤 이듬해 운수노조까지 흡수해 확대 출범한 항운노조는 전국 최대 규모인 부산항 내 항만물류 관련 일거리를 독점해왔다. 비리가 생기지 않을 수 없는 구조였다. 2005년 다단계 먹이사슬 같은 조직적인 채용 비리로 11억 원의 청탁금이 전달돼 전 위원장 등 50명이 기소됐다. 2010년에는 취업 비리로 구속된 전 위원장이 수감 중에도 부정 채용에 간여해 금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2019년에는 전 위원장, 항운노조 관계자, 터미널 운영사 임원, 일용직 공급업체 대표 등 31명이 10억 원을 수수해 기소됐다. 잊을만 하면 터져 나와 이제는 놀랍지도 않을 정도다.
채용비리가 적발될 때마다 항운노조는 자체 개혁안을 내놓았다. 지난 3월 항운노조는 노·사·정 협약을 통해 46년간 독점적으로 행사해오던 채용 인사 추천권을 포기하는 제도 개선책을 내놨다. 정규직 채용이나 반장 승진 때 지부장 추천 절차를 폐지하고, 비정규직 채용 심사에서도 제3의 기관에 위탁해 채용 투명성을 높이기로 한 게 주내용이다. 당시 항운노조의 개선책 발표는 다소 뜬금 없었지만 알고 보니 검찰이 이번 채용비리 수사를 하고 있던 시기였다. 자숙을 하고 있어도 시원찮을 판에 대시민 고강도 혁신 코스프레를 했으니 기가 찰 일이다. 앞서 2005년 비리 이후에는 투명한 인력 관리를 위해 ‘항만인력수급관리협의회’를 설치했으나 나아진 게 없었고, 2019년 검찰 발표 후엔 공개 채용을 도입했음에도 무늬만 공채였지 노조의 권한은 사실상 유지됐다.
부두 주변에선 채용 5000만 원, 승진은 1억 원 상납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돈다고 한다. 유혹될 만한 적지 않은 금액이다. 하지만 채용·승진 비리는 기회 균등과 공정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송두리째 흔드는 질 나쁜 범죄다. 똑같은 비리가 반복된다는 건 썩을 대로 썩은 조직임을 방증한다. 노조가 채용과 인사에 아예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는 방향으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법 개정으로 제도적 틀을 바꾸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다. 노동자 권익 보호라는 미명 아래 이런 불법이 더는 반복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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