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중소기업 입법, 22대 국회에 바란다

허현도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중소기업회장 2024. 5. 29.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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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노사에 맡기고 중대재해처벌법 개정해야
수출 지원·가업 승계 보완, 협동조합 공동행위 확대를
허현도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중소기업회장

22대 국회가 내일 출범한다. 국회는 대화와 타협의 원칙에 따라 정당이 정책으로 경쟁하고 협력하며 나라의 앞날을 만들어가는 대의기관이다. 이번 새 국회의 개원을 기대 반 우려 반으로 바라보면서도 기대 쪽으로 기우는 게 솔직한 마음이다.

현재 국민과 중소기업이 처한 경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금 우리 경제는 고금리 고물가 저성장의 복합 위기가 심화되고, 내수 시장의 침체도 길어지고 있다. 더욱이 저출산·고령화가 심화 되면서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등 한국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22대 국회는 기업 현장에서 바라는 정책 입법으로 한국 경제를 회복시켜 국민에게 신뢰받고 사랑받는 국회가 되기를 바라며 다음과 같이 제언한다.

먼저, 근로시간 유연화와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개정을 바란다. 필자는 지난 13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최한 ‘중소기업 입법과제 대토론회’에 참석했다. 여기서 발표한 ‘중소기업이 바라는 최우선 추진 입법과제’ 조사 결과에 따르면, 1순위는 근로시간제도 개선, 2순위는 중대재해처벌법 처벌방식 개선 및 의무 명확화였다.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주 52시간제에 가장 큰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주 52시간이라는 규정을 정해 놓는 것은 좋지만 납기를 맞춰야 한다든가, 근로자가 더 일하고 싶어 하는 경우 노사 자율에 맡기는 게 더 합리적이다. 그리고 많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공포에 떨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은 더 시급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소기업인들의 현실과 능력은 고려하지 않고 광범위한 책무를 부과하면서도 중대재해 발생 시 1년 이상의 징역형의 중벌만을 부과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대표가 영업 관리 등 1인 다역을 하고 있어 장기간의 수사와 재판 등에 따른 대표의 부재는 폐업과 근로자들의 실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일부 업체는 해당 법의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용인원을 5인 미만으로 줄이거나 회사를 분할시키는 등의 조치를 하는 실정이다.

두 번째, 수출 및 해외 진출을 통한 중소기업의 성장동력 강화를 지원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성장을 위해 내수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해외시장 개척이 필수적이다. 2023년 기준 수출 중소기업의 수는 9만4635개로 최근 몇 년간 감소 추세를 보이며, 수출을 통해 고성장하는 기업도 적은 편이다. 현재 중소기업 수출에 대한 지원은 중소기업기본법 판로지원법 등 다양한 개별법에 산재해 있고, 여러 부처에서 유사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지만 단순 수출 지원을 넘어 해외 진출 지원, 수출전략 분야 지원, 민관협업 지원 등 중소기업의 글로벌화 수준에 맞추어 지원 수단들이 마련되고 체계적으로 지원이 이루어지려면 중소기업 수출 거버넌스 구축 측면에서 중소기업 글로벌화 지원법(가칭) 제정을 통한 지원이 필요하다.

세 번째, 가업승계제도에 대한 보완책 마련이다. 가업승계를 지원하는 것은 기업에 고용된 근로자의 일자리를 보장하고 기업이 상당한 세금을 납부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세수 확보에 기여하며 기업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경제주체들의 원활한 경제활동에 도움이 되는 일이다. 하지만 가업승계제도는 여전히 업종 변경 제한, 고용 유지 등 까다로운 요건이 남아있어서 기업들은 제대로 활용을 못 하고 있다. 특히 업종 변경 제한 요건은 폐지돼야 한다. 현행 제도는 중소기업이 산업 트렌드 변화, 생산인구 감소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타업종에 투자가 잘 돼 업종을 바꾸면 요건을 위반하게 게 돼 투자를 자유롭게 할 수 없도록 설계돼 있다. 그리고 가업승계 지원세제를 활용할 때 사업과 관련이 없다고 판단되는 자산을 사업무관자산이라고 하는데 직원용 주택이나 임직원 복지를 위한 대여금,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확보한 유동성 자금까지 포함시키고 있어 현실을 반영해 개선해야 한다.

끝으로, 중소기업협동조합의 공동행위 허용 확대가 필요하다. 중소기업이 협동조합을 통해 조직화되고 동일 규격과 품질을 갖춘 동일 브랜드 물품에 대해 비슷한 가격을 형성해 판매하는 것은 합리적인 공동 행위이고 협동조합의 가장 근본적인 활동이다. 그런데 이런 행위를 담합으로 규정해 처벌하는 것은 협동조합의 공동사업 활성화와 경쟁력 강화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22대 국회의 입법 행보가 기대된다는 응답은 21%에 그쳤다. 이처럼 낮은 이유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유예 무산 등 과도한 노동규제와 무관치 않다. 기업인들의 간절한 호소를 외면한 국회의 모습에 그만큼 실망이 크기 때문이다. 22대 국회는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고, 민생 경제의 역동성을 살려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가지고, 기업 현장에서 바라는 정책 입법을 실현함으로써 정치가 경제를 밀어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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