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다시 생각하는 밥상머리 교육

김대성 전 부산시교육청 북부교육지원청 교육장 2024. 5. 29.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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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 전 부산시교육청 북부교육지원청 교육장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가정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지금 교육계에는 디지털 기반의 교육 혁신이 많이 이야기되고 있지만, 교육 본질의 많은 영역이 가정에서 시작되기에 가정교육의 중요성은 시대 변화와 관계없이 결코 간과될 수 없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첨단 기술의 발전, 글로벌화, 다문화 사회로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 직업의 형태를 바꾸고, 새로운 직업을 끊임없이 창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의 발달은 기존 단순노동 직업을 대체하고, 데이터 과학자나 인공지능 전문가와 같은 새로운 직업군을 등장시키고 있다. 아이들이 이러한 변화 속에서 성공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미래 사회에서 요구되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미래 사회에서 요구되는 인재의 핵심 역량을 미국의 ‘21세기 기술을 위한 파트너십(약칭, P21)’에서는 4C, 즉 비판적 사고력(Critical Thinking), 의사소통 능력(Communication), 협업 능력(Collaboration), 창의력(Creativity)으로 요약했다. 또한 이러한 역량 계발에 디지털 리터러시가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창의력으로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며, 비판적 사고로 정보를 분석하고 평가한다. 의사소통 능력으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하며, 협업 능력으로 팀워크를 통해 공동의 목표를 이루는 것이다.

최근에 인간적인 접근과 첨단 기술의 결합을 의미하는 HTHT(High Touch High Tech) 교육이 많이 강조되고 있다. 이는 미래 사회의 변화에 적응하고 필요한 역량을 키우기 위해, 4C의 맥락에서도 필수적인 교육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HTHT 교육을 통해 아이들은 단순히 기술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과 함께 인간적인 관계와 소통, 협업의 중요성도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을 활용한 교육은 아이들에게 몰입감 있는 학습 경험을 제공하며, 동시에 교사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인간적인 연결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가정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 것인가. 예전 한 개그 프로그램에 ‘대화가 필요해’라는 코너가 있었다.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가족 간 대화를 밥상 위에서 코믹하게 풀어낸 프로그램이었다. 필자가 부모로 살아온 시대는 성실한 직장생활을 최고의 미덕으로 생각하여 상대적으로 가정에서의 생활에 소홀한 경우도 더러 있었다. 이 코너가 장기간 대중의 인기를 끌었던 것도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서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 또한 밥상머리 교육의 다른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밥상머리 교육은 가족 간의 대화를 통해 자녀의 성장과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미국 하버드대 스노 박사와 털사 대학의 비얼스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식사 시간의 대화는 아이들의 복잡한 언어 구조 이해와 활용에 도움을 주며, 서사적 대화는 읽기와 쓰기 능력의 기초가 된다고 한다. 그리고 함께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대화는 아이들의 문제해결력을 기르게 된다는 것이다. 즉, 식사 시간에 갖는 대화는 아이의 미래 핵심 역량을 키우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전에 부산시교육청에서는 세대 간 공감을 높이기 위해 ‘대화가 있는 밥상’ 교육자료를 가정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한 바 있다. 식사하면서 각자가 하루 동안 겪은 일을 이야기하거나 특정 주제에 관한 토론 시간을 마련하여 가족 간 소통을 기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이 계속 추진되면 ‘밥상머리 교육’이 현대 가정교육의 중심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이에 부모는 자녀와 함께 식사하는 시간을 만들며, 자연스럽게 대화하면서 자녀의 생각과 느낌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은 자녀가 미래 사회의 변화에 적응하고, 이에 필요한 역량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앞으로 우리 가정의 밥상머리에서 따뜻한 대화가 더 많이 꽃피기를 소망한다. 이러한 밥상머리 교육이 우리 아이들의 밝은 미래를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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