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버 전원 ‘생라이브’에 뻥 뚫리는 속… 돌아온 가창력의 시대

사지원 기자 2024. 5. 2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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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엠넷(Mnet)의 음악 프로그램 엠카운트다운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 베이비몬스터의 데뷔곡 '쉬시(SHEESH)' 영상은 특이했다.

S2엔터테인먼트 소속 4인조 걸그룹 '키스오브라이프'(키오프)는 지난달 3일 첫 싱글앨범 '마이다스 터치(Midas Touch)'를 내놓은 뒤 선보인 방송 무대에서 격한 춤에도 흔들리지 않는 라이브 실력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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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리스닝 유행속 ‘빡센 고음’ 갈증
아이돌 챌린지 등 외적인 측면보다
실력파 아이돌 그룹 찾기 시작해
신인그룹 ‘베몬’ 뜨고 에스파 재발견… 중소 기획사 소속 ‘키오프’도 주목
‘쉬시(SHEESH)’로 데뷔한 YG엔터테인먼트 소속 7인조 걸그룹 ‘베이비몬스터’가 지난달 25일 음악 방송 ‘엠카운트다운’에서 노래하고 있다. 엠카운트다운 유튜브 화면 캡처
지난달 25일 엠넷(Mnet)의 음악 프로그램 엠카운트다운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 베이비몬스터의 데뷔곡 ‘쉬시(SHEESH)’ 영상은 특이했다. 최근 상당수 아이돌이 반주와 목소리가 모두 녹음된 AR(All recording)을 틀어놓은 상태에서 노래를 살짝 ‘얹는’ 것과는 달리, 멤버 7명이 핸드 마이크를 들고 밴드 연주에 맞춰 ‘생라이브’를 선보인 것. “만날 힘 빠지는 노래 억지로 듣다 고음 들으니 극락”, “마케팅은 이 정도 실력으로 해야 한다”는 댓글들이 달렸다.

베이비몬스터가 지난달 1일 발표한 쉬시는 발매 첫날엔 멜론 일간차트 141위에 그쳤다. 강렬한 비트를 가진 고음 위주의 댄스곡인데, ‘기존 YG 출신 걸그룹인 2NE1, 블랙핑크와 비슷할 뿐 개성이 없다’는 혹평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라이브 실력이 입소문을 타며 상황이 달라졌다. 상승세를 탄 쉬시는 최근 10위권을 유지하며 뒷심을 보이고 있다. 28일에는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누적 스트리밍 1억 건도 돌파했다.

최근 라이브 실력을 내세워 주목받는 아이돌이 늘고 있다. 챌린지용 안무와 가벼운 멜로디를 갖춘 ‘이지 리스닝(가볍게 듣는)’ 노래가 주를 이루는 흐름 속에서 대중들이 ‘빡센 고음’과 ‘시원한 라이브’를 다시 찾고 있는 것.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 아이돌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에는 실력보다 외적인 측면이 많이 부각됐다”며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대중들이 가창력이 돋보이는 아이돌에게 열광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근 불거진 일부 아이돌의 가창력 논란도 ‘실력파 아이돌’을 두드러지게 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최대 음악 페스티벌인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코첼라) 무대에 오른 5인조 걸그룹 르세라핌이 ‘음 이탈’ 등 불안정한 음정으로 비판의 도마에 오른 게 대표적. 5인조 걸그룹 아일릿도 엠카운트다운 등에서 1위를 차지한 뒤 선보인 앙코르 무대로 가창력 논란에 휩싸였다. 대형 엔터테인먼트사 관계자는 “팬들도 결국 ‘본업(노래와 춤)’을 잘하는 아이돌에 대해 자부심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키스오브라이프
에스파
중소 기획사 소속 아이돌에 대한 재발견이 이뤄지기도 한다. S2엔터테인먼트 소속 4인조 걸그룹 ‘키스오브라이프’(키오프)는 지난달 3일 첫 싱글앨범 ‘마이다스 터치(Midas Touch)’를 내놓은 뒤 선보인 방송 무대에서 격한 춤에도 흔들리지 않는 라이브 실력을 뽐냈다. 이에 힘입어 키오프는 지난해 데뷔 이후 처음으로 12일 멜론 일간차트 50위권에 진입했다. 말랑하고 편안한 멜로디와 거리가 있는 랩과 사이버틱한 음색이 각광 받기도 한다. 13일 공개된 SM엔터테인먼트 소속 4인조 걸그룹 에스파의 정규앨범 ‘아마겟돈(Armageddon)’ 타이틀곡 ‘슈퍼노바(Supernova)’는 멜론 등 국내 주요 음원 차트들에서 1위를 휩쓸었다. 파워풀한 가창력과 특유의 쨍한 ‘쇠맛’ 보컬이 인기를 얻고 있다는 평.

하지만 순간적인 라이브 실수가 유튜브 쇼츠 등에서 반복되며 인신공격 대상이 될 우려도 있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가수가 라이브를 하다 보면 컨디션 난조 등으로 상대적으로 부족함을 보일 때도 있다”며 “가장 나쁜 부분만 영상으로 편집돼 반복 소비되면 자칫 ‘마녀 사냥’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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