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구 수 줄여서 교통난 푼 언남지구의 교훈
도시 개발의 단골 과제는 교통대책이다. 인구가 밀집하면서 나타나는 필연적 문제다. 해법은 극히 간단한 이치에 있다. 인구 밀집을 낮춰 잡으면 된다. 이 간단하고 쉬운 해법이 이뤄지지 않는다. 이익 극대화를 위한 개발자 입장이다. 계획한 주택 수를 결코 줄이려 하지 않는다. 행정기관이 관철시켜야 하는데 여의치 않다. 개발자 논리에 과감히 맞서지 못한다. 결국 시늉만 하다가 개발은 예정대로 강행된다. 그렇게 만성적 교통지옥은 늘어 간다.
용인 언남지구 협상에서 올바른 예를 보게 됐다. 기흥구 옛 경찰대 부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공급 촉진지구다. 90만5천여㎡에 민간 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LH가 지난 2016년부터 추진해 왔다. 예상 가구 수를 6천626가구로 잡았다. 이후 8년간 사업은 표류했고 부지는 방치됐다. 교통대책이 미흡하다는 반대 때문이다. 이 원인도 당연히 교통망 대비 가구 수가 많기 때문이다. 이 사업을 다시 추진하기로 용인시와 LH가 협의를 마쳤다.
그 해법의 출발이 가구 수를 파격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당초 계획에서 20%가량 줄이기로 했다. 1천200가구 정도 줄어든다. 전체 가구 수는 5천400가구 미만으로 낮아지게 됐다. 다른 타협도 이것저것 있긴 하다. 당초 0%였던 지원시설 용지를 11% 확보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시민 문화·체육시설로 쓰일 기부채납 부지 9만㎡도 합의됐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해법은 역시 전체 가구 수 축소에 있다. 시와 LH의 합의를 높이 평가할 만하다.
우리가 이 문제에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가구 수를 고집하는 통에 민원이 대립되는 곳이 여러 곳이다. 용인시에서도 그런 곳이 많다. 이를테면 용인-성남 간 분쟁이 계속되는 고기교 갈등이 그렇다. 경기도가 ‘만성 민원 1호’로 명명했다. 왕복 2차로의 이 작은 다리가 십수년째 갈등이다. 넓히자는 용인시 요구에 성남시는 안 된다고 맞서 왔다. 땅따먹기 신경전이 아니다. 과도한 가구 개발 허가로 교통지옥을 부를 게 뻔한 인근 개발지 때문이다.
안 그래도 출퇴근 때 교통 마비다. 개발까지 완료되면 최악으로 변할 게 뻔하다. 그걸 마땅한 교통 대책 없이 허가했다. 이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기도 최악의 민원 현장이 돼버렸다. 이런 행정의 업보를 안고 있는 용인시다. 그 용인시가 도출한 언남지구 지혜다. 개발자와의 협의를 통해 가구 수를 20% 줄였다. 당초 계획했던 도로망을 여기저기 손봤다. 8년 표류 개발 사업을 전격적으로 풀어냈다. 같은 용인시의 행정이 이렇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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