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에도 기립 박수… ‘흙신’의 전설은 영원하다
프랑스오픈이 열리는 파리 롤랑 가로스 테니스장은 나달에겐 특별하다. 이곳에서 그는 14번 정상에 올랐다. 2005년 19세 때 첫 우승 트로피를 든 이후 2000년대(4번)와 2010년대(8번), 2020년대(2번)까지 시대를 관통하며 이 무대를 호령했다. 2008·2010·2017·2020년엔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은 ‘퍼펙트 우승’도 일궜다. 프랑스오픈 역대 전적은 112승4패. 승률이 96.6%다. 결승전엔 14번 올라 14번 모두 이겼다. 39연승을 거둔 적도 있다. 롤랑 가로스는 ‘클레이 코트(Clay Court)’. 그를 ‘흙신’으로 부르는 이유다.
28일(한국 시각) 롤랑 가로스에 노바크 조코비치(세계 1위·세르비아), 카를로스 알카라스(3위·스페인), 이가 시비옹테크(여자 세계 1위·폴란드) 등 테니스계를 주름잡는 스타들이 모였다. 남자 단식 1회전 라파엘 나달(275위·스페인) 경기를 보기 위해서였다. 1986년생 나달은 올해를 끝으로 코트를 떠나겠다는 의사를 종종 밝혀 왔다. 어쩌면 이번 프랑스오픈이 ‘흙신’의 고별 무대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 다들 그 현장을 목격하기 위해 온 셈이다.
2005년 곱슬머리를 휘날리며 미친 듯이 코트를 휘젓던 그 소년은 이제 머리숱 휑한 노장이 됐다. 엄청난 운동 능력도 세월에 밀린 듯 부상에 시달렸다. 나달은 작년 처음으로 프랑스오픈을 건너뛰었다. 절치부심하고 올해 돌아왔지만 이날 열한 살 어린 알렉산더 츠베레프(4위·독일)에게 0대3(3-6 6-7<5-7> 3-6)으로 무릎을 꿇었다. 부상으로 쉬는 동안 랭킹(275위)이 많이 떨어져 1회전부터 강적을 만났다. 개인 통산 19번째 프랑스오픈. 처음 겪는 1회전 탈락이다. 지긴 했지만 팬들은 나달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나달이 인사를 마치고 코트를 빠져나가는 순간 휴대전화 사진 찍는 소리가 곳곳에서 터졌다. 전설의 마지막을 놓치지 않겠다는 노력이었다. 3시간 5분 만에 나달을 잡은 츠베레프는 “운이 좋게도 이 아름다운 코트에서 나달과 두 번 경기할 수 있었다. 오늘은 내 순간이 아닌, 나달의 순간”이라고 말했다.
클레이 코트는 공이 튈 때 점토질 흙(실제로는 벽돌 가루) 마찰력에 영향을 받는다. 느리고 높게 튀면서 강한 서브나 결정구보다 랠리가 자주 이어진다. 나달은 왼손잡이. (오른손) 상대 백핸드 쪽을 파고드는 정교한 스트로크에 압도적 체력을 갖췄다. 롤랑 가로스를 지배한 원동력이다.
나달은 대회에 앞서 “올해가 마지막 프랑스오픈이 될 것 같지만 ‘100% 그렇다’고 하긴 어렵다”면서 여지를 남겼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롤랑 가로스로 돌아오겠다는 꿈을 이루려고 지난 2년간 선수 생활 중 가장 힘든 시간을 거쳤다”며 “마치 정글에 있는 것 같았다. 어떤 날은 뱀에게 물렸고, 또 어떤 날은 호랑이에게 공격을 당한 느낌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재활 과정 어려움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나달은 일단 오는 7월 파리 올림픽에 알카라스와 함께 복식에 출전한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단식 금메달에 이어 두 번째 금메달 도전이다. 경기장은 이번에도 롤랑 가로스다.
직전 치러진 남자 단식 1회전에서 한국 권순우(494위)는 에밀 루수부오리(67위·핀란드)를 3대0(6-3 6-4 6-3)으로 눌러 2022년 8월 US오픈 2회전 진출 이후 1년 9개월 만에 메이저 대회 단식 본선에서 승리했다. 2회전 상대는 여자 골프 세계 랭킹 1위 넬리 코르다 동생 서배스천 코르다(28위·미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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