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中 ‘64조 반도체 펀드’ 조성, 韓 여당은 반도체 지원법 뒷전

조선일보 2024. 5. 29.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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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비상의원총회에서 정점식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남강호 기자

미국의 반도체 장악에 맞서 중국이 64조원 규모 기금을 만들어 ‘반도체 굴기’에 나선다. 중국 정부와 6대 국유은행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한다. 중국은 이미 두 차례 61조원 규모 반도체 펀드를 조성한 바 있다. 1차 펀드가 반도체 생산, 2차 펀드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에 주력했다면 이번 3차 펀드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에 집중한다. 세 번째 펀드까지 출범하면 중국이 10년간 투입하는 반도체 자금 규모는 130조원에 달하게 된다.

미국과 EU는 총 110조원을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지원하고 있다. ‘TSMC 보유국’ 대만은 직접 보조금 대신 한국처럼 세액 공제 방식으로 지원하지만 연구·개발 등 반도체 인프라 조성만큼은 대만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 대만은 10년간 12조7000억원을 쏟아부어 반도체 설계와 AI(인공지능) 분야 해외 스타트업을 대만으로 유치하고 글로벌 반도체 전문가를 육성하는 등의 대규모 프로그램을 지난 3월 시작했다. 이 정책을 담당하는 부처 장관들이 모두 반도체 전문가다.

미국과 일본, 대만, 중국 등이 국가 미래가 달린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총력전을 펴는 이 중대한 시점에 우리는 최소한의 반도체 지원법조차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29일 종료하는 21대 국회에서 무더기 폐기된다. 반도체 등 국가 전략기술에 시설 투자를 하면 15~25% 세금을 돌려주는 조세특례제한법이 올해로 일몰을 맞게 된다. 이를 2030년까지로 연장해주는 법 개정안이 올 1월 발의됐는데 역시 폐기된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최소한의 세제 혜택조차 올해를 넘기면 사라질 판이다. 이 법들은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진 법안들이다. 그런데도 국회 통과가 안 되는 것은 야당이 아닌 여당인 국민의힘이 다른 정치 목적으로 처리를 거부한 때문이다. 충격적인 일이다.

세계 최대로 조성한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전력 수요량이 원전 14기에 맞먹을 정도로 막대하다. 전력망 구축에 속도를 내기 위해 인허가 규제를 완화하고 지자체 갈등을 중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전력망 확충 특별법 역시 지난해 10월 발의된 후 별다른 진전 없이 국회에 발이 묶여 폐기 수순을 기다리고 있다. 반도체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상상하기 힘든 일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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