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라서…" 세금 안 낸 윤관, 강남 최고급 빌라 '16년 전세 계약'
"자료 검토 시간 필요" 윤관 세금 불복 소송 4차 변론기일 미뤄져
강남 최고급 빌라 전세 계약 16년째 유지…재판부 판단 주목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가 과세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종합소득세 부과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의 4차 변론기일을 앞두고 자료 검토가 이어지는 등 양측이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국내 거주자가 아니다'라며 종합소득세 추징에 불복한 윤관 대표와 '탈세'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는 과세당국 간 이견이 첨예한 가운데, 윤관 대표가 자신의 명의로 수십억원대 강남권 최고급 빌라 전세 계약을 16년째 유지한 사실이 추후 재판 과정에서 또 다른 쟁점으로 떠오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29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5부 재판부는 오는 30일 오후 윤관 대표가 강남세무서장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종합소득세 부과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의 4번째 변론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전날 기일을 변경했다. 자료를 검토하기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윤관 대표 측 요청을 재판부가 받아들인 것으로, 다음 기일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맏사위인 윤관 대표는 지난해 3월 국세청의 123억원 규모 종합소득세 추징해 불복해 해당 소송을 제기했다.
국세청 측 변호인단이 지난 3월 3번째 변론 이후 수차례 서면 자료를 제출한 점을 고려했을 때 이에 대응하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기일 변경을 요청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국세청은 다수의 조세 관련 소송을 담당하면서 단 한 건의 패소도 없는 가온의 강남규 대표변호사와 박준형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추가 선임하는 등 총력전을 예고했다.
이 소송의 발단은 2016~2020년 윤관 대표가 국내에서 벌어들인 배당 소득 221억원에 대해 종합소득세 신고를 누락했다고 본 서울지방국세청의 판단이다. 이후 강남세무서는 종합소득세 123억원을 청구했고, 윤관 대표는 자신이 한국인이 아니고 '국내 거주자'도 아니라고 주장하며 조세심판원에 불복 심판 청구를 제기했다. 이를 통해서도 기각 결정이 나와 탈세 의혹이 더욱 짙어지자, 윤관 대표는 소송전에 나서게 됐다.
과거 과테말라 국적을 취득한 후 미국 시민권을 받은 윤관 대표는 현재 외국인 신분이다. 앞선 재판에서는 윤관 대표가 미국 국적이더라도 '국내 거주자'라는 점에서 납세 의무가 있다는 주장을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소득세법상 183일 이상 국내에 머물러 '국내 거주자'로 인정되면 내국인과 동일한 납세 의무를 지게 된다. 윤관 대표 측은 국내 체류 일수가 183일 미만이기 때문에 '국내 거주자'가 아니라는 입장이고, 국세청 측은 일시적 출국 기간 등을 더해 윤관 대표가 183일 이상 국내에 체류했다고 보고 있다.
자료 검토가 이어지는 등 양측의 수싸움이 본격화되면서 다음 재판에 다양한 사안이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예상이다. 큰 틀에서 '국내 거주자' 판명이 중요한 상황에서 체류 일수뿐만 아니라 국내 사업장 운영, 소득·주거 여부 등이 종합적으로 다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가족들에게 생활비를 지급하는 등 생활 관계와 관련한 추가 확인 절차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윤관 대표가 전세로 구한 빌라 역시 중점적으로 검토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관 대표는 지난 2008년 서울 논현동에 있는 고급 빌라를 16억원에 전세 계약했고, 이후 전세금 20억원으로 계약을 연장해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강남 전통 부촌인 논현동에서도 최고급으로 손꼽히는 해당 빌라는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로 각층 794.18㎡(약 240평)에 달한다. 유명 축구선수와 한류스타 등 연예인과 정재계 인사들이 주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윤관 대표의 종합소득세 불복 심판 청구를 기각한 조세심판원의 판결문에도 해당 빌라가 거론된 바 있다. 조세심판원은 어머니와 형제들을 위해 전세 계약을 유지하고 있으며, 윤관 대표가 가족들과 국내에서 생계를 같이하고 있다는 근거 중 하나로 '빌라 무상 지원'을 제시하고 있다. 나아가 조세심판원은 윤관 대표가 가족들의 주거 장소뿐만 아니라 생활자금도 지원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국내에서 가족을 부양하려는 객관적인 관계 사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재계는 윤관 대표가 아내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자녀들이 있는 서울 한남동 주택과 어머니가 있는 논현동 빌라에서 주로 생활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16년 동안 전세권을 유지하고 있는 인물이 국내 비거주자라고 주장하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윤관 대표는 논현동 빌라 전세 계약 외에도 지인에게 아파트를 제공한 사실이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윤관 대표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에서 지인과 사적인 관계를 지속해서 유지하며 해당 지인과 그 자녀에게 학비 등 생활비를 지원하고 아파트를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조세심판원은 "윤관 대표는 배우자와 자녀들과 국내에서 주거 장소, 생활자금을 함께했을 뿐만 아니라 국내에 거주하는 모친, 형제 및 지인에게 주거 장소를 마련해주고 그들의 생활자금을 부담했으므로 국내에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윤관 대표 명의 전셋집이 향후 재판부 결정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국내 거주자'로 보이는 여러 요소 중 하나로 충분히 검토될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의견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국내 거주자' 혹은 '국내 비거주자'를 구분하려면 종합적인 확인이 필요하다"며 "계약 기간, 용도 등 전셋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확인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윤관 대표는 현재 세금 불복 소송 외 각종 논란에 휘말리며 구설에 오르고 있다. 삼부토건 오너 3세인 조창연 씨로부터 2억원대의 대여금 청구 소송을 당했고, SSG닷컴 투자 실패와 그에 따른 풋옵션(주식 매도 청구권) 행사를 놓고 신세계 측과 대립 중이다. 윤관 대표가 이끄는 BRV 산하 벤처캐피탈인 BRV캐피탈은 보호 예수가 해제된 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지분 일부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 주가 급락의 원인을 제공하며 투자자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아내 구연경 대표를 둘러싼 잡음도 이어지고 있다. 바이오 업체 A사의 주식 3만주를 매수할 때 미공개 정보를 이용,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A사는 윤관 대표가 지난해 4월 500억원의 투자를 발표한 곳으로, 발표 당일 주가가 16% 넘게 급등했다. 주식 매수 시점을 밝히지 않은 구연경 대표는 의혹이 제기되자 A사 주식을 LG복지재단에 모두 기부했다. 그러나 최근 LG복지재단 측이 이를 보류했고, 재계에서는 "추후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수증 결론을 내지 못하는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금융감독원은 주식 기부 여부와 관계없이 미공개 정보 주식 거래 의혹에 대한 조사 여부를 지속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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