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영의 저랑 같이 신문 읽으실래요] [9] 신문이 위로를 건네는 방식
‘내 길이 있는 게 아니라 가다 보면 어찌어찌 내 길이 되는 거야.’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 가사처럼 나는 어쩌다 보니 글쓰기 강사가 되었다. 글쓰기에 특별히 재능이 있는 것도, 학력이 좋은 것도 아니었기에 매 수업을 진행하며 내가 잘한다는 걸 증명해 내는 수밖에 없었다. 그때마다 강의에 나를 갈아 넣었다. 다행히 강의가 많지는 않아도 5월에는 6월 강의가, 7월에는 8월 강의 요청이 들어왔다. 그럴수록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듯이 수업을 준비하는 하루가 반복되었다.
열심히 달려오다가 얼마 전 두 강의가 연달아 취소되었다. 강의는 결국 다른 강사가 하게 되었는데, 나는 이미 그 강의에 맞춰 내 시간표를 다 짜놓은 상태였다. 물론 강의가 시작된 게 아니었으므로 문제가 될 건 없었다. 그런데 기분은 그렇지 않았다. 왜 이렇게 울적해졌는지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예전 같으면 1시, 2시 순서대로 흘러갔을 시간이 그때부터 낮과 밤으로만 흘렀다. 멍하게 있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밤이었다. 나는 시간을 되찾기 위해 집으로 오는 종이 신문 몇 가지를 읽고 또 읽었다. 유일한 취미 생활이었던 신문 읽기가 마치 직업인 듯 매달렸다. 어떤 쳇바퀴라도 올라타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그게 내게는 신문이었다.
전보다 꼼꼼하게 신문을 읽으니 확실히 그 안에는 모든 것의 흥망성쇠가 담겨 있었다. 특히 나라와 기업. 신문에는 얼마 전까지 주가가 높았던, 잘나가던 기업의 실적이 확 줄었다는 기사와 한참 조용했던 기업이 최근 무언가를 개발해서 잘되고 있다는 기사가 공존한다. 잘되면 잘되는 대로, 잘 안되면 잘 안되는 대로 기업은 변화와 혁신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려고 애쓰고 있었다.
주식, 부동산, 정치 이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살아왔지만 내 관심과 기분에 상관없이 세상은 움직이고 있었다. 내게 강의가 갑자기 취소되는 것처럼 세상 많은 나라와 기업에서 일정이 취소되기도 하고 협약을 맺기도 하면서 바쁘게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신문 기사가 말한다. “너만 일이 취소되는 것 같지. 힘든 것 같지. 이 기업은 말이야. 속닥속닥.”
그렇게 집중해서 신문을 읽으니 스치듯 만난 경제를 더 잘 알고 싶어졌다. 곧장 지역 내 경제 독서 모임에 들어갔다. 막상 모임에 참여하니 지식을 얻는 기쁨과는 또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느낌이 좋았다. 이후 내가 좋아하는 신문을 매개로 할 수 있는 신문 모임을 만들고 싶어져서 모임을 운영하는 데 도움을 줄 수업 과정까지 이수했다.
두 강의가 취소되었지만 나는 전에 없던 신문 모임을 열 생각에 들떠 있다. 쳇바퀴에서 달리다가 잠시 내려온다면 신문을 읽자. 변화와 혁신. 개인에게는 별건가. 신문에서 관심사를 찾고 하고 싶은 걸 시도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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