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192] 통영 간섬 돌미역 냉국
충무공은 갑오년 3월 신축 ‘난중일기’(1594년 3월 24일)에 ‘맑음. 몸이 조금 나은 것 같다. 방답첨사, 흥양현감, 조방장이 보러왔다. 견내량 미역 53동을 캐 왔다. 발포만호도 와서 만났다’라고 적었다. 충무공은 많은 전투, 여수에서 한산도로 통제영을 옮긴 후 통제사 부임, 원균과 갈등, 아산 고향 피해 등으로 몸과 마음이 몹시 쇠잔했다. 이 무렵 장수들이 통제사를 찾아오면서 곧잘 견내량 미역을 뜯어 왔다. 견내량은 거제와 통영 사이에 있는 좁은 바다다. 미역이 장군의 몸을 회복시켜 줄 것이라 믿었다.
지난 5월 중순 연기마을에 다녀왔다. 연기마을은 통영시 용남면에 있는 어촌으로 통영에서는 간섬이라 부르기도 한다. 바다 건너 거제시 광이마을과 함께 5월이면 트릿대를 이용해 미역을 채취한다. 두 마을이 이용하는 미역밭은 거제대교에서 연기마을 해간도에 이르는 바다다. 점심시간이 되자 미역을 실은 배들이 하나둘 포구로 들어왔다.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미역이 잘되어서 활기가 넘쳤다.
주민들은 “조류가 세면 미역을 뜯을 수 없어요. 조류가 약해지면 다시 나가려고요”라고 했다. 점심시간이라 들어온 것이 아니었다. 조류가 거친 바다에서 좋은 미역이 자라지만 밥상에 올리려면 조류가 약해지는 시간을 택해야 한다. 그래야 곧추선 미역을 뜯을 수 있다. 누운 미역은 트릿대로 감을 수 없다.
트릿대는 나무로 만든 트릿손, 긴 대나무를 이용한 트릿대, 미역을 감는 트릿통, 트릿살로 이루어져 있다. 트릿손, 트릿대, 트릿통을 차례로 이어서 묶으면 10여m에 이른다. 트릿통 끝에 트릿살 두 개를 끼워 수심 5, 6m에서 자라는 미역을 감아서 뜯는다. 낫으로 베는 미역과 달리 미역귀 윗부분만 감아서 채취하기에 포자가 오롯이 보호되는 지속 가능한 어업이다.
간섬 미역(견내량 미역)은 끓여도 물러지지 않고, 돌미역이지만 거칠지 않고 부드러워 푹 삶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다. 그래서 5월 햇미역이나 생미역을 구해 여름 미역냉국으로 즐겨 먹는다. 점심은 마을 안 카페에서 멍게밥 돌미역샐러드로 해결했다. 통영산 멍게와 간섬 돌미역을 이용한 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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