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192] 통영 간섬 돌미역 냉국

김준 전남대 학술연구교수 2024. 5. 28.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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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공은 갑오년 3월 신축 ‘난중일기’(1594년 3월 24일)에 ‘맑음. 몸이 조금 나은 것 같다. 방답첨사, 흥양현감, 조방장이 보러왔다. 견내량 미역 53동을 캐 왔다. 발포만호도 와서 만났다’라고 적었다. 충무공은 많은 전투, 여수에서 한산도로 통제영을 옮긴 후 통제사 부임, 원균과 갈등, 아산 고향 피해 등으로 몸과 마음이 몹시 쇠잔했다. 이 무렵 장수들이 통제사를 찾아오면서 곧잘 견내량 미역을 뜯어 왔다. 견내량은 거제와 통영 사이에 있는 좁은 바다다. 미역이 장군의 몸을 회복시켜 줄 것이라 믿었다.

트릿대로 미역을 채취하는 주민들

지난 5월 중순 연기마을에 다녀왔다. 연기마을은 통영시 용남면에 있는 어촌으로 통영에서는 간섬이라 부르기도 한다. 바다 건너 거제시 광이마을과 함께 5월이면 트릿대를 이용해 미역을 채취한다. 두 마을이 이용하는 미역밭은 거제대교에서 연기마을 해간도에 이르는 바다다. 점심시간이 되자 미역을 실은 배들이 하나둘 포구로 들어왔다.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미역이 잘되어서 활기가 넘쳤다.

주민들은 “조류가 세면 미역을 뜯을 수 없어요. 조류가 약해지면 다시 나가려고요”라고 했다. 점심시간이라 들어온 것이 아니었다. 조류가 거친 바다에서 좋은 미역이 자라지만 밥상에 올리려면 조류가 약해지는 시간을 택해야 한다. 그래야 곧추선 미역을 뜯을 수 있다. 누운 미역은 트릿대로 감을 수 없다.

트릿대 미역 채취 모습

트릿대는 나무로 만든 트릿손, 긴 대나무를 이용한 트릿대, 미역을 감는 트릿통, 트릿살로 이루어져 있다. 트릿손, 트릿대, 트릿통을 차례로 이어서 묶으면 10여m에 이른다. 트릿통 끝에 트릿살 두 개를 끼워 수심 5, 6m에서 자라는 미역을 감아서 뜯는다. 낫으로 베는 미역과 달리 미역귀 윗부분만 감아서 채취하기에 포자가 오롯이 보호되는 지속 가능한 어업이다.

돌미역 냉국

간섬 미역(견내량 미역)은 끓여도 물러지지 않고, 돌미역이지만 거칠지 않고 부드러워 푹 삶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다. 그래서 5월 햇미역이나 생미역을 구해 여름 미역냉국으로 즐겨 먹는다. 점심은 마을 안 카페에서 멍게밥 돌미역샐러드로 해결했다. 통영산 멍게와 간섬 돌미역을 이용한 식당이다.

연기마을 안에 식당에서 주문한 ‘멍게밥 돌미역 샐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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