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法] 음주운전 시 위드마크 공식 적용의 문제점에 대하여

김동진 2024. 5. 28.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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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첨단 기능을 결합한 자동차에 결함과 오작동이 발생하면,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급발진 사고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자동차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고 유형도 천차만별입니다. 전기차 전환을 맞아 새로 도입되는 자동차 관련 법안도 다양합니다. 이에 IT동아는 법무법인 엘앤엘 정경일 대표변호사(교통사고 전문 변호사)와 함께 자동차 관련 법과 판례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는 [자동차와 法] 기고를 연재합니다.

출처=엔바토엘리먼츠

음주운전을 하면,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합니다. 운전자의 도주나 운전 후 2차 음주로 혈중알코올농도를 제대로 측정할 수 없을 경우, 위드마크(Widmark) 공식으로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해 유·무죄 여부를 판단합니다.

참고로 법원이 일반적으로 인정하는 위드마크공식은 아래와 같습니다. 혈중알코올농도 = (음주량 x 알콜농도 x 알콜비중: 0.784 x 체내 흡수율 0.7) ÷ (체중 x 성별 위드마크 계수 x 10)

그런데 법원은 위드마크 공식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의 추정 방식 중 알코올의 흡수분배로 인한 최고 혈중알코올농도에 관한 부분과 시간 경과에 따른 분해소멸에 관한 부분이 있다고 규정합니다.

그중 최고 혈중알코올농도의 계산에 있어서는 섭취한 알코올의 체내 흡수율과 성, 비만도, 나이, 신장, 체중 등이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개인마다의 체질, 음주한 술의 종류, 음주 속도, 음주 시 위장에 있는 음식의 정도 등에 따라 최고 혈중알코올농도에 이르는 시간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알코올의 분해소멸에 있어서도 평소의 음주정도, 체질, 음주속도, 음주 후 신체활동의 정도 등이 시간당 알코올 분해량에 영향을 미치는 등 음주 후 특정 시점에서의 혈중알코올농도에 영향을 줄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하는 것인데요.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인정에 이르려면,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란 확신을 줄 증명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위드마크 공식의 적용을 위한 전제사실인 음주량, 음주시각, 체중에 대한 엄격한 증명이 있고, 혈중알코올농도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소들에 대해 피고인에게 가장 유리한 수치를 대입해 위드마크(Widmark) 공식에 따라 산출한 혈중알코올농도 결괏값만 유죄의 증거로 사용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0. 11. 10. 선고 99도5541 판결).

실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보다 위드마크 공식을 사용해 산출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적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음주운전으로 처벌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위드마크 공식의 허점을 막기 위해서는 음주운전이 상당히 의심되는 자가 도주하는 행위에 대해 별도로 처벌할 근거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검찰총장은 음주사실을 숨기기 위해 사고 후 2차 음주를 하는 행위를 음주측정거부죄와 마찬가지로 처벌 가능한 신설 규정을 만들어 달라고 법무부에 건의하기도 했는데 같은 취지입니다.

실제 위드마크 공식이 문제가 된 사건들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2015년 1월 10일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건(청주지방법원 2015고합23판결, 대전고등법원청주 2015노105판결, 대법원 2016도2판결)에서 운전자가 19일 만에 자수하면서 지인 3명과 소주 6병 이상을 마셨다고 진술했지만, 법원은 음주 시점을 운전자에게 유리하게 적용해 음주운전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충족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했습니다.

개그맨 이창명 음주운전사건(서울남부지방법원 2016고단3768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17노837판결, 대법원 2017도20628 판결)의 경우에도 법원은 음주운전을 의심하면서도 목격자들의 진술 불일치로 마신 술의 양, 음주시점 등을 특정할 수 없어 증거불충분으로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대표사례들이 음주운전을 피한 성공사례라 할 수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크림빵 아빠 뺑소니사건의 경우 특가법상 도주치사죄로 더 무거운 처벌을 받았으며 이창명의 경우에도 음주운전죄와 법정형이 비슷한 사고 후 미조치죄로 형사처벌을 받았고 시민들의 심판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음주운전은 통상 혈중알코올농도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고 경미한 사고라도 사람이 다치게 되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라 5년이하의 금고형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받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만취한 경우, 즉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라면 경미한 부상이라도 윤창호법(특정범죄가중법 5조의 11 위험운전치사상죄)부상의 경우, 1년에서 15년의 징역형 또는 1000만원에서 3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집니다.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는 경우에는 무기징역형 또는 3년에서 30년의 징역형으로 가중처벌 받습니다.

나아가 음주운전교통사고자들이 음주운전 사실을 숨기기 위해 도주하면, 도로교통법상의 사고후미조치죄와 뺑소니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 3 도주치사상죄)로, 부상의 경우 1년에서 30년의 징역형 또는 500만원에서 3,000만원의 벌금형, 사망의 경우 무기징역형 또는 5년에서 50년의 징역형이 추가될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법원에서는 음주사실을 숨기려 한 정황을 양형에 불리한 요소로 적용합니다. 이와 같이 음주운전자가 자신의 범죄행위를 숨기려 하다가 범죄만 더 늘어나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경우도 종종 접하게 되는데 잘못에 대한 비난의 마음도 있지만 안타까운 마음도 한편에는 생깁니다. 설령 음주운전자가 음주운전사실을 요행히 빠져나간다 하더라도 최근 가수 김호중 사건처럼 혹독한 대가를 치를 뿐입니다.

교통사고나 범죄는 누구나 잊고 싶고 피하고 싶어 하겠지만 음주운전에서 이러한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는 순간 또 다른 범죄만 생길 뿐 결코 피할 수 없습니다.

글 /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

정경일 변호사는 한양대학교를 졸업하고 제49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수료(제40기)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교통사고·손해배상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

정리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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