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 요청' 떠나는 홈런왕에게 덕담 건넨 이강철 감독 "병호도 가서 잘하고, 서로 좋은 트레이드 됐으면" [MD잠실]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서로 좋은 트레이드가 됐으면 좋겠다"
KT 위즈는 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팀 간 시즌 7차전 원정 맞대결에서 12-3으로 승리, 파죽의 4연승을 내달렸다.
지난주를 '3연승'으로 기분 좋게 마친 KT. 하지만 이날 경기에 앞서 팀 분위기를 뒤숭숭하게 만드는 일이 알려졌다. '홈런왕' 출신의 박병호가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5일 경기가 끝난 후 2군으로 내려가는 과정에서 '방출'을 요청한 것. 반등을 위해 안간힘을 써도 모자란 상황에서 3년 총액 30억원이라는 FA 계약을 안겼던 구단의 뒷통수를 친 셈이었다.
이강철 감독은 28일 경기에 앞서 "선수들을 보니까 동요는 하지 않더라. 우리 선수들의 멘탈이 워낙 강하다"고 말했고, KT는 박병호 방출 논란에 전혀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날 KT는 1루수, 4번 타자로 선발 출전한 문상철이 5타수 4안타 5타점으로 '원맨쇼'를 선보였다. 박병호의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활약. 그리고 멜 로하스 준어가 2타수 1안타(1홈런) 2타점 4득점 2볼넷, 김민혁이 1안타 2타점 2볼넷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타선에서 워낙 많은 점수를 뽑아준 만큼 마운드도 제 몫을 다했다.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가 6이닝 동안 투구수 91구, 3피안타 1볼넷 7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함과 동시에 시즌 3승째를 손에 넣었다. 그리고 성재헌(⅓이닝 2실점)-손동현(⅔이닝)-주권(1이닝)-우규민(1이닝)이 차례로 등판해 넉넉한 점수차를 지켜냈다.
이강철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선발 쿠에바스가 좋은 피칭을 보여줬다. 타선에서는 로하스가 선제 홈런을 터뜨리며 경기 초반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타선이 초반부터 고루 터져준 것이 좋은 경기로 이어진 원동력이다. 빅이닝을 만들어준 선수들 모두 고생했다. 한 경기 개인 최다 타점 기록을 경신한 문상철도 축하한다. 원정에서 끝까지 열정적인 응원해주신 팬 분들께 감사하다"고 승리의 소감을 밝혔다.
이날 승리로 4연승을 달리며 SSG 랜더스와 격차를 1경기로 좁혀내는데 성공했지만, 경기가 끝난 뒤 모든 시선은 트레이드로 향했다. 최근 자진해서 방출을 요청했던 박병호를 KT가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박병호를 방출하게 될 경우 그 어떠한 이득도 없던 KT 입장에서는 당연한 결정이었다. 그리고 짧은 시간 내에 박병호에 합당한 카드를 찾는데 성공했다. 바로 오재일이었다.
오재일과 박병호는 닮은 구석이 많은 편이다. 1986년생의 동갑내기로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맺은 이후 최근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었던 까닭. 박병호는 올해 44경기에 출전해 3홈런 타율 0.198로 허덕이고 있었고, 오재일 또한 지난해 106경기에 출전해 64안타 11홈런 타율 0.203으로 부진했고, 올해도 한동안 2군에서 머무는 등 22경기에서 3홈런 타율 0.234로 아쉬운 모습을 거듭했다. 그 결과 박병호의 반대급부로 낙점됐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이강철 감독은 작별하는 과정은 좋지 않았지만, 팀을 떠나게 된 박병호에게 덕담을 건넸다. 그야말로 대인배였다. 사령탑은 "(박)병호도 삼성으로 가서 기회 많이 받고, 잘했으면 좋겠다"며 "(오)재일이는 어떻게 기용할지 생각을 해봐야겠지만, 좌타자이기 때문에 (문)상철이가 피곤할 때 번갈아가면서 쓸 생각이다. 병호도 가서 잘하고, 재일이도 와서 잘했으면 좋겠다. 서로 좋은 트레이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KT 나도현 단장은 오재일을 영입한 배경으로 "오재일은 팀에 필요한 좌타 거포 유형의 자원으로, 영입을 통해 팀 라인업을 다양하게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타선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