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으로 치매 조기발견→핀셋치료… 뇌과학이 꿈꾸는 미래[이진형의 뇌, 우리 속의 우주]
치매를 진단하는 정확한 방법… 아직은 없어 인지기능 질문지 작성
각종 검사도 가능성 추론에 그쳐… 기술 개발되면 건강검진→정밀검사
치매 종류-뇌손상 부위 확인해… 진단 따라 뇌자극이나 약물 치료
오른쪽 길가에 차를 세워 두고 놀란 마음을 진정하려 노력했다. 너무 무서워서 다시는 이 차를 운전할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차를 견인해서 딜러에게 보냈다. 하지만 자동차 딜러는 이 문제를 다시 재연할 수 없다고 그냥 차를 돌려줬다. 너무나 기가 막힌 일이었지만 그냥 가져오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뇌 질환도 마찬가지다. 치매를 예로 들어보자. 현재는 치매가 의심돼서 병원에 가면 환자의 증상에 관한 질문을 환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한다. 그리고 인지 기능 검사 질문지를 작성하게 된다. MMSE(간이정신상태검사)가 가장 대표적인 인지 기능 측정 질문지다. 인지 기능 검사 자체만으로는 치매인지 판단하기가 어렵기에, 이 인지 기능 검사 결과의 변화 추이를 보는 것도 중요하다. 혈액 검사, 소변 검사, 뇌척수액 검사, 그리고 뇌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양전자단층촬영(PET) 같은 영상 검사를 수행하는데 이는 인지 기능 변화를 가져오는 다른 질병이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해서 치매를 배제하거나, 치매와 관계가 있는 뇌 속 단백질 존재를 확인해 치매 판단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뇌의 기능 자체를 측정하는 방법이 부정확한 질문지밖에 없기 때문에 정량적인 측정은 치매일 가능성을 제외하거나 치매일 가능성이 높아지는 관련 변수를 알아보는 데 그친다.
최첨단 기술, 인공지능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러한 치매 진단법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비유하자면 자동차 정비소에 갔는데 정비 전문가가 차 주인에게 “차가 언제, 얼마나 자주 섰는지”를 물어보는 것 이외에 차의 상태를 직접 점검하는 방법이 없는 셈이다. 차가 ‘갑자기 서는 병’인지 아닌지 단순히 주인의 말에 의존해야 하고, 기름 탱크를 확인해서 차가 선 것이 기름이 떨어져서 그런 것이니 차가 서는 병은 아니다 정도를 확인해주는 방법밖에 없는 것과 같다. 차가 서는 것을 다시 확인한다고 해도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니, 차가 서는 병은 불치병입니다. 폐차하세요” 정도의 답만 줄 수 있다. 다시 말해, 현재는 치매를 진단하는 명확한 방법이 없다. 여러 가지 힌트를 주는 질문지, 다른 병을 제외할 수 있는 검사가 있을 뿐이다. 그 진단도 “엔진 오일에 문제가 있어서 차가 서는 것이다”처럼 치료로 이어질 수 있는 진단이 아니라 “차가 자주 서는 병에 걸린 것 같다. 앞으로 더 자주 서게 될 것이다” 같은 식의 두루뭉술한 진단이다.
“진단이 중요한 게 아니라 치료가 중요한 거 아닌가요?”라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 명확한 진단은 치료법을 찾는 데 제일 중요한 과정이다.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면 답이 보인다. 정량적으로 명확한 진단이 가능해지면 다음과 같은 미래를 예상할 수 있다. 우선 모든 사람이 정기 건강검진을 통해 치매와 같은 병이 의심되는지 조기에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치매와 같은 질환이 의심되는 환자는 병원에서 정밀 검진을 통해 명확한 치매의 종류, 즉 차로 따지면 엔진 오일이 문제인지 트랜스미션이 문제인지를 찾아내는 진단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면 엔진 오일 교체법, 트랜스미션 교체법처럼 진단에 맞는 치료법을 사용하면 된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다”라는 손자병법의 말처럼, 뇌 질환과의 전쟁에서 뇌 질환을 정확히 이해하고, 현재 기술의 한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뇌 질환을 알면 알수록 뇌 질환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이진형 미국 스탠퍼드대 생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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