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10.42’, 지난해 NL 사이영 위너의 처참한 부진···스넬, ‘FA 재수’의 꿈은 물거품이 되나
이 정도면 다시 한 번 자유계약선수(FA)로 ‘대박 계약’을 노리는 것은 사실상 물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블레이크 스넬(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이 심각한 부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스넬은 2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4이닝 동안 5피안타 2사사구를 내주고 4실점(3자책)하며 고전했다. 타선이 폭발한 샌프란시스코가 8-4로 승리해 패전투수가 되지는 않았지만, 홈팬들 앞에서 다시 한 번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이날 스넬의 최고 구속은 97.5마일(약 156.9㎞)이 찍혔다. 총 투구수 90개 중 포심패스트볼이 46개로 가장 많았고 커브(19개)와 슬라이더(14개), 체인지업(11개)를 고르게 던졌다.
2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하다 팀이 3-0으로 앞선 3회 1사 1루에서 카일 슈와버에게 볼카운트 3볼-1스트라이크로 몰렸고, 카운트를 잡기 위해 한복판으로 던진 95.6마일(약 153.9㎞) 패스트볼이 그대로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홈런으로 연결됐다.
이어 4회에는 1사 후 에드문도 소사에게 3루타를 맞은 뒤 폭투까지 범해 3-3 동점을 허용하더니, 맷 채프먼의 실책으로 출루한 휘트 메리필드가 도루까지 성공시켜 1사 2루 위기를 맞았고 2사 후 요한 로하스에게 적시타를 맞아 끝내 역전을 허용했다. 결국 스넬은 5회 랜디 로드리게스와 교체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스넬의 이번 시즌 성적은 5경기 3패 평균자책점 10.42다. 지난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32경기에 등판해 14승9패 평균자책점 2.25에 234개의 탈삼진을 곁들이며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했던 것과 비교하면 충격적인 부진이다.
지난 시즌 후 스넬은 FA 시장에 나온 투수들 중 최대어로 꼽혔다. 오타니 쇼헤이와 야마모토 요시노부(이상 LA 다저스)가 충격적인 대형 계약을 마친 직후 자연스럽게 스넬에게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시장은 스넬에게 너무 냉담했다. 뉴욕 양키스와 잠깐 루머가 있긴 했으나, 계약 규모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면서 물러났고 시즌 개막이 다가오도록 좀처럼 계약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3월19일에서야 샌프란시스코와 2년 6200만 달러에 계약할 수 있었다. 연평균 3100만 달러가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니었지만, 당초 총액 2억 달러 이상의 대형 계약을 원한 것을 감안하면 초라한 계약임에는 틀림없었다. 대신 이번 시즌 후 옵트아웃을 이용해 다시 FA 자격을 얻을 수 있게해 사실상 FA 재수에 들어갔다.
계약이 늦어지면서 시즌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던 스넬은 시즌 초반 계속해서 고전하고 있다. 지난달 9일 워싱턴 내셔널스전에서 시즌 첫 등판을 가졌으나 3이닝 3실점에 그쳤던 스넬은 15일 탬파베이 레이스(4이닝 7실점), 20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4.2이닝 5실점)에서 모두 부진했다. 그리고 왼쪽 내전근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라있다 지난 23일 피츠버그 파이리츠전에서 다시 복귀했으나 역시 3.1이닝 4피안타 4실점에 그쳤다. 그리고 이날마저 부진하면서 또 고개를 숙였다. 지금의 모습이라면, FA 재수는 커녕 내년 시즌에도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고 뛰어야 할 전망이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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