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채 상병 사건 이첩 당일 이종섭에 3차례 전화
첫 번째 통화 후 ‘항명’ 박정훈 수사단장 해임…오후엔 수사기록 회수
군사법원, 이 전 장관 통신기록 확인…대통령실 수사 외압 의혹 짙어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8월 해병대 수사단이 채모 상병 사망 사건을 경찰에 이첩한 당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세 차례 통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는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임성근 사단장 등을 채 상병 사건 혐의자에 넣은 조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고, 이 전 장관이 박 대령을 항명 혐의로 수사하라고 국방부 검찰단에 지시한 직후다. 윤 대통령은 엿새 뒤에도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건 것으로 밝혀졌다. 대통령실의 수사 외압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28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2일 낮 12시7분44초에 이 전 장관에게 전화해 통화했다. 통화는 4분5초간 이어졌다. 당시는 박 대령 등 해병대 수사단이 임 사단장 등 8명을 사망사건 책임이 있는 혐의자로 명시한 조사 결과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직후였다. 해당 통화기록은 박 대령의 항명 혐의 등을 재판 중인 군사법원이 박 대령 측 요청을 받아들여 통신사로부터 받은 이 전 장관의 통신기록 조회 결과다.
윤 대통령은 낮 12시43분16초에 다시 이 전 장관에게 전화했고 13분43초간 통화했다. 윤 대통령과 이 전 장관의 3번째 통화는 12시57분36초부터 12시58분28초까지 52초간 한 차례 더 이뤄졌다. 3차례 통화가 이뤄진 당시 이 전 장관은 우즈베키스탄 출장 중이었다.
두 사람의 통화가 이뤄지는 사이인 12시45분쯤 김계환 사령관은 박 대령을 불러 보직 해임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이시원 당시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등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 국방부 관계자들 간의 통화도 여러 차례 이뤄졌다. 이날 오후 늦은 시각 국방부 감찰단은 경북경찰청으로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 기록을 회수해왔다. 윤 대통령은 엿새 뒤인 8월8일 오전 7시55분에도 같은 휴대전화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튿날인 8월9일 이 전 장관은 해당 사건을 국방부 조사본부에 재검토를 맡기기로 결정했다.
이 전 장관이 지난해 7월31일 오전 해병대 수사단이 수사 결과 발표를 취소하기 전에 대통령실 유선전화로 걸려 온 전화를 받아 2분48초간 통화한 사실도 확인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보실 회의를 주재했다. 이른바 ‘VIP(윤 대통령) 격노설’이 나온 현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과 장관의 통화 내용은 알 수 없다”면서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무리한 수색 작업으로 인명사고가 발생한 것을 질책했다고 밝힌 만큼 유사한 대화가 이뤄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연주·김혜리·유설희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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