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못해서" 한화 속죄의 15안타, 감독 사퇴 충격 딛고 3연승…롯데 박세웅 10실점 굴욕[대전 게임노트]
[스포티비뉴스=대전, 김민경 기자] 한화 이글스가 최원호 전 감독이 자진 사퇴하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3연승을 질주했다.
한화는 28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에서 12-3으로 대역전승했다. 8위 한화는 시즌 성적 22승29패1무를 기록했고, 9위 롯데는 2연승을 마감하고 시즌 성적 20승29패2무를 기록하면서 다시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한화는 27일 '박찬혁 대표이사와 최원호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 최원호 감독은 지난 23일(대전 LG 트윈스전) 경기 후 구단에 사퇴 의사를 밝혀와 26일 구단이 이를 수락하며 자진 사퇴가 결정됐고, 박찬혁 대표이사도 현장과 프런트 모두가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동반 사퇴하기로 했다'고 알려 아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한화는 지난 23일 대전 LG전에 4-8로 지면서 올 시즌 처음 최하위로 떨어졌다. 3월까지 7승1패로 선두를 질주하며 달라진 한화를 기대하게 했지만, 4월부터 긴 연패가 반복되면서 최하위권까지 급추락했다. 설상가상으로 주축 선수들의 부상 이탈 문제까지 겹쳤다. 5선발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던 김민우는 팔꿈치 수술로 시즌을 접었고, 외국인 투수 펠릭스 페냐는 부진 끝에 27일 웨이버 공시됐다. 리카르도 산체스는 팔꿈치 부상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문동주는 너무 부진해 2군에서 한 달 가까이 재정비를 하고 돌아와야 했고, 주장 채은성이 부상을 회복하고 돌아온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주축 선수 다수의 부상과 부진 속에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최 전 감독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모양새가 됐다.
한화는 새 감독을 선임하기 전까지 정경배 수석코치에게 감독대행을 맡기기로 했다. 정 대행은 정 대행은 "내가 조금 더 잘했어야 했고, 더 도움을 드렸어야 했다. 나도 코치 생활을 하면서 중간에 감독님이 나가신 게 2015년에 이어 2번째다. 또 (최원호 전 감독은) 40년지기 친구기도 하고, 많이 울었다. 그냥 미안하다.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다.
최 전 감독은 이날 오후 1시쯤 마지막으로 경기장을 들러 라커룸에서 선수단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최 전 감독은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팀도 성적이 안 좋을 때는 변화를 통해 빨리 정상궤도에 오르려 한다. 우리 선수들이 캠프 때부터 코치님들과 호흡을 잘 맞춰서 잘 준비했다고 생각한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 아닌 이상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다"며 우선 선수단을 먼저 다독였다.
이어 "좋을 때 자만할 필요도 없고, 안 좋을 때 포기할 필요도 없다. 지금 좋은 흐름을 타고 있으니 누구와 함께하든 여러분들은 선수 본연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바란다. 그렇게 하면 우리가 스프링캠프 때부터 목표로 했던 포스트시즌에 올라가리라 믿는다. 밖에서 응원 많이 할테니, 우리가 목표로 하는 포스트시즌에 꼭 가주길 진심으로 기원한다"며 새로운 리더와 함께 앞으로 더 나아가길 진심으로 응원했다.
주장 채은성은 "일단 감독님이 기분 좋게 나가신 게 아니기 때문에 결국 선수들이 못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우리가 할 일은 열심히 준비해서 또 이기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그게 감독님의 부탁이기도 하다. 안타깝지만 결과가 이렇게 난 것은 뭐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우리가 못 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 아직 포기할 단계도 아니고, 남은 경기가 많다. 먼저 나가신 우리 감독님과 사장님 때문이라도 더 열심히 목표한 대로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하자고 이야기했다"며 동요 없이 상승세를 이어 가겠다고 다짐했다.
한화는 김태연(지명타자)-요나단 페라자(좌익수)-노시환(3루수)-안치홍(1루수)-채은성(우익수)-이도윤(유격수)-최재훈(포수)-황영묵(2루수)-장진혁(중견수)으로 선발 라인업을 꾸려 상승세를 이어 가고자 했다. 한화 타선은 장단 15안타를 몰아치면서 선수단의 의지를 잘 보여줬다. 페라자는 4타수 4안타(1홈런) 1볼넷 2타점 맹타를 휘둘렀고, 황영묵도 3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다.
선발투수는 문동주였다. 문동주는 2군에서 재정비를 마치고 돌아온 지난 21일 대전 LG 트윈스전에서 5이닝 1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시즌 2승(2패)째를 챙겼다. 문동주는 복귀전만큼 강렬한 인상을 심어 주진 못했지만, 팀 승리를 이끌기는 부족하지 않았다. 그는 6이닝 101구 8피안타 무4사구 4탈삼진 3실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면서 시즌 3승째를 챙겼다.
롯데는 황성빈(중견수)-윤동희(우익수)-고승민2루수)-빅터 레이예스(지명타자)-나승엽(1루수)-박승욱(3루수)-김민석(좌익수)-손성빈(포수)-이학주(유격수)로 한화에 맞섰다. 안방마님 유강남이 옆구리 미세 통증으로 휴식을 취하면서 손성빈이 대신 포수 마스크를 썼다.
선발투수는 '안경 에이스' 박세웅이었다. 박세웅은 올해 10경기에서 5승3패, 57⅔이닝, 평균자책점 3.59를 기록하며 선발진의 한 축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었는데, 이날은 그러지 못했다. 4⅔이닝 112구 11피안타(1피홈런) 4사사구 4탈삼진 10실점(9자책점)에 그치면서 시즌 4패째를 떠안았다. 박세웅의 종전 한 경기 최다 실점은 2016년 8월 26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기록한 9실점(3이닝)이었는데 이날 자신의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갈아치웠다.
선취점은 한화의 몫이었다. 1회말 1사 후 페라자가 우중간 2루타로 물꼬를 텄고, 2사 2루에서 안치홍이 볼넷을 얻어 흐름을 이어 갔다. 이어 채은성이 좌전 적시타를 날려 1-0이 됐다. 채은성은 이 타점으로 개인 통산 700타점을 달성했다. KBO 역대 60번째 기록이다.
문동주는 3회초 롯데의 반격을 허용했다. 손성빈과 이학주가 연속 안타로 출루한 상황. 다음 황성빈 타석 때 문동주가 폭투를 저질러 2, 3루가 됐고, 황성빈이 유격수 땅볼로 출루할 때 1루주자 이학주를 2루에서 잡으면서 1사 1, 3루까지 버텼다. 그러나 윤동희와 고승민에게 연달아 적시타를 허용하면서 1-2로 뒤집혔다. 계속된 1사 1, 3루 위기에서는 레이예스가 유격수 땅볼로 출루할 때 3루주자가 득점해 1-3으로 벌어졌다.
한화는 차근차근 쫓아가기 시작했다. 3회말 페라자의 홈런이 시작이었다. 페라자는 볼카운트 0-1에서 바깥쪽에 걸친 시속 146㎞짜리 직구를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겼다. 2-3으로 바짝 따라붙은 순간이었다.
한화는 5회말 대거 8점을 뽑으면서 승기를 잡았다. 김태연의 안타와 페라자의 볼넷, 노시환의 안타로 무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안치홍이 투수 땅볼로 출루할 때 홈에서 3루주자 김태연이 포스아웃되면서 절호의 기회를 날리는 듯했다.
한화는 계속된 1사 만루에서 채은성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3-3 균형을 맞췄다. 여기서부터 롯데 선발투수 박세웅이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다음 타자 이도윤을 밀어내기 사구를 내보내면서 4-3으로 뒤집었고, 최재훈의 중전 1타점 적시타와 황영묵의 우익수 오른쪽 2타점 적시 2루타, 장진혁의 우전 2타점 적시타로 9-3이 됐다.
롯데는 박세웅을 교체하지 않고 계속 끌고 갔다. 1사 1루에서 1루주자 장진혁이 2루를 훔치고, 상대 포수 손성빈의 2루 송구 실책에 힘입어 3루를 밟았다. 이어 김태연이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쳐 10-3으로 크게 도망갔다.
한화는 7회말 2점을 더 뽑으면서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황영묵의 안타와 김태연의 2루타로 만든 1사 2, 3루 기회. 페라자 타석에서 상대 투수 홍민기의 폭투가 나오면서 3루주자 황영묵이 득점해 11-3이 됐고, 페라자가 좌익수 왼쪽 적시 2루타를 쳐 12-3으로 달아났다.
한화는 7회부터 불펜을 가동해 승리를 지키고자 했다. 김규연(1이닝)-한승혁(1이닝)-박상원(1이닝)이 이어 던지며 승리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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