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재생에너지 재원 깎고, 국제기금까지 폐지 추진…“부담금 완화” 밀어붙인 정부
12개 시행령 개정 국무회의 의결
정부는 28일 국무회의에서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안 등 13개 시행령을 심의·의결해 12개 부담금을 감면키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마련한 ‘부담금 정비 및 관리체계 강화방안’의 후속 조치다. 정부는 14개 부담금 감면과 18개 부담금 폐지 중 법 개정 없이 시행령만으로 가능한 12개 부담금 감면을 먼저 오는 7월1일부터 단행키로 했다.
정부는 전기요금에 포함된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 부과 요율을 현행 3.7%에서 2.7%까지 단계적으로 인하한다. 이에 따라 4인 가구당 연간 전기요금 8000원이 감면된다고 기획재정부는 설명했다. 월평균으로 환산하면 667원이다.
항공요금에 포함된 출국납부금은 1만원에서 7000원으로 3000원 인하된다. 출국납부금 면제연령은 현행 2세에서 12세로 확대된다. 10년짜리 복수여권 발급 시 부과되는 국제교류기여금은 1만50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3000원 인하된다. 단수여권과 여행증명서는 면제된다. 자동차보험료에 들어 있는 자동차사고 피해지원분담금은 3년간 50%(책임보험료의 1.0%→0.5%) 인하된다.
환경보호를 위한 부담금도 감면한다. 온실가스인 수소불화탄소(HFC) 감축을 위해 부과하던 ‘특정물질 제조·수입 부담금’은 요율 인하를 통해 연간 6억원 감면해준다. 영세 자영업자의 생계형 화물차(3000㏄ 이하, 적재량 800㎏ 이상)에 부과되는 환경개선부담금은 50% 인하(기준 부과금액 반기당 1만5190원→7600원)한다. 폐기물처분부담금의 감면 대상 중소기업의 범위는 연간 매출액 600억원 미만에서 1000억원 미만으로 확대한다. 껌 판매가의 1.8%씩 붙던 폐기물분담금도 폐지한다.
정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1년차에 1조1414억원, 2년차에 1조5742억원을 경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학교용지부담금 등 18개 부담금 폐지를 위한 일괄개정 법률안도 마련해 하반기 중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일부 기금도 폐지하기로 했다. 오는 7월부터 항공료에 포함된 출국납부금을 3000원 감면하면서 출국납부금에 포함된 국제질병퇴치기금(1인당 1000원) 폐지를 권고하기로 했다. 국제질병퇴치기금은 공항 출국자에게 1000원씩 걷어 개발도상국 감염병 예방·치료에 쓰던 돈이다.
유엔 권고에 따라 도입한 부담금이었으나 정부는 이날 기금존치평가 결과 폐지를 권고했다. 다만 이는 법 개정 사항이다. 정부는 올해 안에 ‘국제질병퇴치기금법’ 폐지 방침을 세웠다.
손종필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달 3일 브리핑에서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재생에너지 전환 사업의 주요한 재원”이라며 “4인 가구 기준 월 667원 경감은 미미한 수준으로 국민 체감 효과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특정물질 제조·수입 부담금 경감에 대해서는 “오존층 보호를 위한 사업의 재원 조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음에도 영세사업자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시켜주기 위해 요율을 인하하는 것은 법률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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