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 공습 ‘피란민 희생’ 예고된 참극에도…네타냐후 “실수”
시내 중심부에 이스라엘 탱크 진입…시가전 본격화 우려
이스라엘군이 ‘안전지대’로 지정했던 라파 난민촌을 공습해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는 등 파장이 커지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민간인 희생이 “비극적 실수”였다고 주장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긴급 비공개회의를 소집했다. 라파 중심부에서 이스라엘군 탱크가 목격돼 시가전이 본격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27일(현지시간) 크네세트(의회) 연설에서 전날 라파 북서쪽 탈 알술탄 난민촌에서 민간인 최소 45명을 사망하게 하고 249명의 부상을 초래한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언급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는 라파에서 전쟁과 무관한 주민 100만명을 대피시켰다”며 “최선의 노력에도 어제 라파에서 비극적인 실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번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그것이 우리의 정책”이라며 “전쟁과 무관한 사람들이 다치는 것은 비극”이라고 말했다. 라파 난민촌 공습에 국제사회의 비판이 쏟아지며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피란민 사망에 이스라엘군의 책임이 있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공습 이후 “하마스 테러리스트들이 해당 지역에 있다는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정밀한 무기를 사용해 합법적인 목표물을 겨냥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불과 몇주 전까지만 해도 이스라엘군은 이곳이 전투가 없는 이른바 ‘안전지대’라며 라파 피란민들에게 이 지역으로 대피하라고 명령했으나, 말을 바꾼 것이다.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도 하마스 지휘관을 겨냥한 공습이었다며, 민간인들이 공습에 따른 화재 때문에 숨졌을 수 있다고 밝혔다.
유엔 최고법원인 국제사법재판소(ICJ)가 라파 공격을 중단하라는 긴급 명령을 내린 지 이틀 만에 대규모 민간인 피해가 발생하자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라파 공격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고,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이스라엘에 ICJ 명령을 준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폴커 투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공포를 느낀다”면서 “이미 많은 민간인의 목숨을 앗아간 이스라엘의 전쟁 방식에 어떠한 변화도 없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 담당 사무차장은 “우리는 용납할 수 없는 공격의 결과를 목도했다”며 “그것을 ‘실수’라고 부르는 것은 사망자들과 슬픔에 빠진 사람들, 생명을 구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에겐 무의미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국제사회 비판에 대해 “외부의 압박에 대응할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들은 패배의 깃발을 든다”며 “나는 그렇지 않다. 승리의 깃발을 게양할 때까지 싸울 것이며 모든 전쟁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전쟁을 끝내지 않을 것”이라고 받아쳤다.
유엔 안보리는 28일 긴급회의를 열어 라파 공습에 따른 민간인 피해 문제를 논의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군 탱크들이 이날 라파 시내 중심인 알아우다 모스크 인근에서 목격됐다면서 이스라엘군이 지난 6일 라파 지상작전을 개시한 지 3주 만에 시내 중심부에 도달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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