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비판 되고, 여 비판 안 되고…서울 서대문구 ‘현수막 편애’
진보당 ‘구청장 비난’은 철거
“입맛대로 조례 적용” 논란
‘김건희를 수사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강제철거해 논란이 됐던 서울 서대문구가 ‘산하기관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구청장이 해결하라’는 현수막도 “비방을 조장한다”며 자진철거하라고 요청했다. 반면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서대문갑 국회의원 당선인의 ‘학교폭력 의혹’ 관련 현수막은 그대로 뒀다. 자치구가 입맛에 따라 관련 조례를 해석해 철거한다는 비판과 함께 현수막 내용을 규제하는 서울시 관련 조례 자체가 위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대문구는 지난 27일 진보당에 정당 현수막을 자진철거해달라는 협조요청 공문을 보냈다. 진보당은 지난 21일 ‘서대문구 도시관리공단 직장 내 갑질·괴롭힘 문제, 진짜 사장 구청장이 직접 해결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걸었다.
공문을 보면 서대문구는 “‘직장 내 갑질·괴롭힘 문제’가 실제 발생했는지 여부가 명백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진실로 발생한 것처럼 전제하고, 구청장을 ‘진짜 사장’이라고 빗대서 표현해 책임 소재가 구청장에게 있는 것처럼 단정해 구청장을 비방했다고 볼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서대문구가 철거의 법적 근거로 든 규정은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된 ‘서울시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 산업진흥에 관한 조례’다. 이 조례에는 ‘특정인의 실명을 표시해 비방하거나 모욕해서는 안 된다’ ‘혐오, 비방, 모욕, 인종차별, 불법을 조장하는 내용이 없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서대문구는 국민의힘이 지난 16일 내건 ‘더불어민주당 김동아 당선인은 학교폭력 의혹 해명하고 책임져라’라는 내용의 현수막에 대해서는 자진철거 요청 공문을 보내지 않았다. 그러다 민원이 들어오고 나서야 공문을 보내 철거를 요청했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진보당 현수막에 대해) 법률자문을 한 결과 ‘구청장을 비방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검토 내용을 받았다”면서 “(국민의힘 현수막은) 특별히 민원이 접수되거나 하지 않아서 공문을 보내지 않았다가 지난 27일 전화를 받은 뒤 철거 요청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서대문구의 엇갈린 철거 요청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진보당의 ‘김건희를 수사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강제철거했다가 논란이 됐다. 2월 ‘국정농단 김기춘, 댓글공작 김관진 국민이 심판한 국정농단 풀어주는 윤석열 대통령도 공범이다’라는 현수막도 강제철거했다. 시 조례를 어기고 ‘실명’을 거론했다는 이유였다.
진보당은 지난 1월17일 현수막 강제철거 취소 소송을 냈다. 시 조례가 상위법인 현행 옥외광고물법에서 위임하지 않은 ‘내용 규제’를 담고 있어 법치주의에 위배되고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한다고 주장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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