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의사가 '돈돈돈'거리진 않아… 20년째 공항서 생명지킴이" [차 한잔 나누며]

송은아 2024. 5. 28.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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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000만명 이상이 길어야 5, 6시간 스쳐 지나는 인천국제공항을 20년째 지키는 이들이 있다.

신호철 인천국제공항 의료센터장도 이 중 한 명이다.

2005년 응급실장으로 발령받은 이래 20년 동안 영종도에서 일한 그가 의료센터에서 겪은 일들을 에세이집 '공항으로 간 낭만 의사'로 엮었다.

이 후임자가 출근하기로 한 날 나타나지 않는 바람에 신 센터장은 '팔자로다, 운명이로다' 생각하며 지금까지 공항 의료센터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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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 인천공항 의료센터장
2005년 응급실장 발령 뒤 근무
한 해 환자 많게는 2만명 달해
그간 겪은 일 엮어 에세이집 내
“모든 의사 ‘돈돈돈’ 거리진 않아”
매년 1000만명 이상이 길어야 5, 6시간 스쳐 지나는 인천국제공항을 20년째 지키는 이들이 있다. 신호철 인천국제공항 의료센터장도 이 중 한 명이다. 2005년 응급실장으로 발령받은 이래 20년 동안 영종도에서 일한 그가 의료센터에서 겪은 일들을 에세이집 ‘공항으로 간 낭만 의사’로 엮었다.
신호철 인천국제공항 의료센터장은 “공항 의료센터는 대한민국의 안전을 지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본인 제공
신 센터장은 최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이 세상의 모든 게 연결돼 있고 보이지 않는 모든 것들이 모여 이 사회를 이룬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근무하는 공항에서도 보이지 않는 손과 노력들이 곳곳에서 작용함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의사가 ‘돈돈돈’거리는 건 아니며 많은 의사가 자기 자리를 지키며 일한다는 걸 알리고 싶기도 했다”고 한다.

그가 한 해 공항에서 만나는 환자는 1만∼2만명에 이른다. 사연도 다양하다. 수술 후 무리해서 비행기를 탔다가 봉합 부위가 다 벌어진 환자, 환승구역에서 산통을 호소하는 인도네시아 산모, 베트남전 때 미국으로 탈출했다 마지막으로 고향 땅을 밟기 위해 귀국 중 기내에서 숨진 베트남 어르신까지.

공항이다 보니 마약을 몸에 넣은 보디패커를 진찰하는 일도 생긴다. 전신에 문신을 한 피의자로부터 “개××, 얼굴 기억해 둘 거다. 밤길 조심해라!”라는 욕설을 듣고 ‘태워 죽일 듯 살벌한 눈빛’을 감내해야 할 때면 간담이 서늘하다.

세 명이 교대로 24시간 ‘항공응급 비상전화(EMCS)’를 받는 일도 만만치 않다. 8년째 시행 중인 이 제도는 항공기에서 위급상황이 생겼을 때 지상 의료진에 자문을 요청하는 시스템이다. 환자를 보지 못한 상태에서 필요하면 비상 착륙까지 결정해야 하니 책임감이 막중하다.

공항이 영종도에 있다 보니 입술이나 코에 낚싯바늘을 꿰여 들어오는 환자, 성게나 해파리에 쏘여 고통스러워하는 환자를 진찰하기도 한다.
최근 공항 의료에서 달라진 풍경은 공황장애 환자가 늘어난 점이다. 신 센터장은 “비행 전 항불안제를 처방해달라고 찾아오면 다행인데, 비행기에 탔는데 ‘공황장애라 못 견디겠다, 내려달라’하면 이 승객만 내려줄 수 없으니 정말 곤란하다”며 “공황장애가 있다면 여행 전 주치의와 상담하고 처방약을 받는 준비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가 공항 이용객들에게 가장 바라는 점도 ‘안전 챙기기’이다. 아이나 노약자를 동반하면서도 비상약을 준비하지 않아 곤란해진 이들을 볼 때면 안타깝다. 그는 “1, 2살 아기의 열이 38, 39도인데 해열제만 달라면서 여행을 강행하는 부모와 싸우는 일도 있다”며 “이용객들이 여행 전 건강관리 잘하고, 복용약은 미리 넉넉하게 챙겨놓고 무리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실 공항 의료센터는 수익이 나는 병원은 아니다. 민간기관이니 국가 보조도 없다. 게다가 업무 강도는 높다. 신 센터장도 힘에 부쳐 그만두려 한 적이 있다. 당시 후임자에게 인수인계를 하자 “생사의 갈림길에서 심폐소생술은 언제 어느 때라도 직접 해야 하며, 시시때때로 구급차에 탑승하여 활주로든 고속도로든 손에 땀을 쥐고 달려야 하는 일상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고 한다. 이 후임자가 출근하기로 한 날 나타나지 않는 바람에 신 센터장은 ‘팔자로다, 운명이로다’ 생각하며 지금까지 공항 의료센터를 지키고 있다.

그는 “많은 의사가 의료센터를 사직했는데 저 혼자 20년을 버텼다”며 “그렇다고 제가 사명감이 투철하다고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그는 “집사람하고도 20살에 만나 35년째 살고 새벽 운동도 15년째 하는 거 보면 그냥 ‘기웃대봐야 별로 좋은 게 없더라’가 제 성격 같다”며 “하루하루 힘든 날은 힘든 대로 아니면 아닌 대로 지내온 거고, 앞으로도 지금처럼 하루하루 잘 버틸 것”이라고 말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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