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의사가 '돈돈돈'거리진 않아… 20년째 공항서 생명지킴이" [차 한잔 나누며]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매년 1000만명 이상이 길어야 5, 6시간 스쳐 지나는 인천국제공항을 20년째 지키는 이들이 있다.
신호철 인천국제공항 의료센터장도 이 중 한 명이다.
2005년 응급실장으로 발령받은 이래 20년 동안 영종도에서 일한 그가 의료센터에서 겪은 일들을 에세이집 '공항으로 간 낭만 의사'로 엮었다.
이 후임자가 출근하기로 한 날 나타나지 않는 바람에 신 센터장은 '팔자로다, 운명이로다' 생각하며 지금까지 공항 의료센터를 지키고 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05년 응급실장 발령 뒤 근무
한 해 환자 많게는 2만명 달해
그간 겪은 일 엮어 에세이집 내
“모든 의사 ‘돈돈돈’ 거리진 않아”
그가 한 해 공항에서 만나는 환자는 1만∼2만명에 이른다. 사연도 다양하다. 수술 후 무리해서 비행기를 탔다가 봉합 부위가 다 벌어진 환자, 환승구역에서 산통을 호소하는 인도네시아 산모, 베트남전 때 미국으로 탈출했다 마지막으로 고향 땅을 밟기 위해 귀국 중 기내에서 숨진 베트남 어르신까지.
공항이다 보니 마약을 몸에 넣은 보디패커를 진찰하는 일도 생긴다. 전신에 문신을 한 피의자로부터 “개××, 얼굴 기억해 둘 거다. 밤길 조심해라!”라는 욕설을 듣고 ‘태워 죽일 듯 살벌한 눈빛’을 감내해야 할 때면 간담이 서늘하다.
세 명이 교대로 24시간 ‘항공응급 비상전화(EMCS)’를 받는 일도 만만치 않다. 8년째 시행 중인 이 제도는 항공기에서 위급상황이 생겼을 때 지상 의료진에 자문을 요청하는 시스템이다. 환자를 보지 못한 상태에서 필요하면 비상 착륙까지 결정해야 하니 책임감이 막중하다.
그가 공항 이용객들에게 가장 바라는 점도 ‘안전 챙기기’이다. 아이나 노약자를 동반하면서도 비상약을 준비하지 않아 곤란해진 이들을 볼 때면 안타깝다. 그는 “1, 2살 아기의 열이 38, 39도인데 해열제만 달라면서 여행을 강행하는 부모와 싸우는 일도 있다”며 “이용객들이 여행 전 건강관리 잘하고, 복용약은 미리 넉넉하게 챙겨놓고 무리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실 공항 의료센터는 수익이 나는 병원은 아니다. 민간기관이니 국가 보조도 없다. 게다가 업무 강도는 높다. 신 센터장도 힘에 부쳐 그만두려 한 적이 있다. 당시 후임자에게 인수인계를 하자 “생사의 갈림길에서 심폐소생술은 언제 어느 때라도 직접 해야 하며, 시시때때로 구급차에 탑승하여 활주로든 고속도로든 손에 땀을 쥐고 달려야 하는 일상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고 한다. 이 후임자가 출근하기로 한 날 나타나지 않는 바람에 신 센터장은 ‘팔자로다, 운명이로다’ 생각하며 지금까지 공항 의료센터를 지키고 있다.
그는 “많은 의사가 의료센터를 사직했는데 저 혼자 20년을 버텼다”며 “그렇다고 제가 사명감이 투철하다고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그는 “집사람하고도 20살에 만나 35년째 살고 새벽 운동도 15년째 하는 거 보면 그냥 ‘기웃대봐야 별로 좋은 게 없더라’가 제 성격 같다”며 “하루하루 힘든 날은 힘든 대로 아니면 아닌 대로 지내온 거고, 앞으로도 지금처럼 하루하루 잘 버틸 것”이라고 말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북한과 전쟁 나면 참전하겠습니까?”…국민 대답은? [수민이가 궁금해요]
- 박지윤 최동석 향한 이혼변호사의 일침…"정신 차리세요"
- “이 나이에 부끄럽지만” 중년 배우, 언론에 편지…내용 보니 ‘뭉클’
- “송지은이 간병인이냐”…박위 동생 “형수가 ○○해줬다” 축사에 갑론을박
- “식대 8만원이래서 축의금 10만원 냈는데 뭐가 잘못됐나요?” [일상톡톡 플러스]
- “홍기야, 제발 가만 있어”…성매매 의혹 최민환 옹호에 팬들 ‘원성’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