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옥상옥 논란에도 … 민주유공자·한우산업법 '일방통행'

서동철 기자(sdchaos@mk.co.kr), 서진우 기자(jwsuh@mk.co.kr), 이윤식 기자(leeyunsik@mk.co.kr) 2024. 5. 28. 20:4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민주, 5개법안 강행 처리
보훈장관 "유공자 기준 없어
부적절한 인물 선정될수도"
가맹사업법·양곡법·농안법
논란 큰 3개 법안 상정 안해

◆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

28일 채상병 특검법을 재표결하는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렸다.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의원들과 상의를 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28일 국민의힘과 합의 없이 본회의에 직회부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또 민주유공자법·세월호참사피해지원법·한우산업법·농어업회의소법 등 4개 법안도 이날 직회부하기로 의결한 뒤 표결 처리했다.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도 민주당의 '일방통행'으로 막을 내린 셈이다.

야당이 이날 밀어붙인 전세사기 특별법은 전세사기 피해자를 '선(先)보상·후(後)구상' 방식으로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이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해 피해 임차인을 우선 구제하고, 추후에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비용을 보전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정부·여당은 무주택 서민들의 청약저축으로 조성된 자금을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쓰는 것은 용도에 맞지 않고 수조 원을 투입하고 추후에 회수가 곤란해질 경우 손해는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이어진다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일반 국민에게 악성 임대인의 채무를 전가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충분한 협의와 폭넓은 사회적 공감대 없이 개정안이 일방적으로 처리된 데 깊은 유감을 표하며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직회부한 뒤 단독 처리한 민주유공자법은 이미 특별법이 있는 4·19와 5·18을 제외한 다른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피해를 본 사람들도 유공자로 지정해 본인과 가족에게 의료 지원 등 혜택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화운동에 따른 피해 보상의 대상을 결정하는 것과 국민이 존경해야 할 영웅으로서 유공자를 결정하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이 법은 민주유공자 기준에 대한 심사 기준도 모호하고 국가보훈부의 자의적 판단도 가능하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도 입장문을 통해 "민주유공자를 가려낼 심사 기준이 없어 부산 동의대 사건, 서울대 프락치 사건 등 사회적 논란이 있어 국민적 존경과 예우의 대상이 되기에는 부적절한 인물들이 민주유공자로 인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통과된 세월호참사피해지원법 개정안은 참사 피해자의 의료비 지원 기한을 5년 연장하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법안이 통과된 만큼 내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애초 법안을 수용한다는 입장이었지만 거부권 건의 여부에 대해 다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해수부 입장은 29일 확정될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도 그간 농어업회의소는 기존 농민단체가 이미 많은데 지역별로 회의소를 꾸리게 되면 옥상옥이 될 수 있다는 차원에서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또 정부나 지자체가 예산을 정할 수 있도록 돼 있는 조항과 관련해 해당 농어업회의소가 관변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펴왔다.

한우법에 대해서는 이미 법 체계상 축산법이 있는 상황에서 한우에 대해서만 별도 법을 다시 만드는 것은 다른 축종과의 형평성에 어긋나고 비효율적이라는 취지로 반대해 왔다. 또 한우법이 제정될 경우 한돈법 등 다른 축종에 대한 별도 법률을 제정하자는 요구가 나올 가능성도 경계하고 있다. 다만 이날 예정됐던 브리핑을 취소하는 등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이 같은 각 부처의 미묘한 입장 차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은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안이 아니면 원칙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옳다는 판단이다.

이날 김진표 국회의장은 민주당이 본회의에 부의한 7개 법안 중 4개만 상정해 야당의 단독 처리를 도왔다. 논란이 매우 큰 법안은 일단 제외하되 민주당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 절충이었다.

김 의장은 "4개 법안은 21대 국회가 임기 만료되는 시점에서 내일 본회의 소집이 특별한 사정과 상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여야 및 정부와 큰 이견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해 오늘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연금개혁법안 합의 처리를 위해 29일에 본회의를 개의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 것처럼, 나머지 3개 법안에 대해 여야 합의가 이뤄진다면 내일이라도 본회의를 열어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했다.

이날 통과된 법안들은 여당 동의가 없는 강행 통과였고 정부·여당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을 건의한 만큼 거부권이 행사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21대 국회는 29일 막을 내릴 예정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경우의 수'에 대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국회법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기 전 거부권을 행사하는 경우 국회는 21대 임기 내에 재의요구안을 표결에 부쳐야 한다. 표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된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는 남은 시간이 하루밖에 없다는 점에서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따라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한 채 22대 국회를 맞이할 가능성이 지배적이다. 이럴 경우 학계에서도 법률안이 자동 폐기된다는 견해와 폐기되지 않는다는 견해로 나뉘고 있다.

[서동철 기자 / 서진우 기자 / 이윤식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