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VIP격노설’ 당일 걸려온 대통령실 유선전화, 14초 뒤 ‘이첩 보류’

오연서 기자 2024. 5. 28.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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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관은 이 통화를 마치고 14초 뒤인 오전 11시57분께 자신의 보좌관 휴대전화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언론 브리핑 취소 및 사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

윤 대통령이 '격노'하자 대통령실 누군가가 이 장관에게 전화했고, 이 통화 이후 채 상병 사건의 경찰 이첩 보류 지시가 내려진 셈이다.

그는 이첩 보류 지시가 내려간 지 2시간여 뒤인 오후 2시7분 임기훈 당시 대통령실 국방비서관과 직접 통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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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2일 낮 12~1시 3번…이후 국방부의 사건 회수 본격화
검사 때 쓴 폰으로 엿새 뒤 또 전화…국방부 재검토 결정 전날
윤석열 대통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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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결과가 경찰로 이첩됐다 회수되던 날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세 차례 직접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윤 대통령의 세 차례 통화 이후 국방부의 사건 회수는 본격화됐다. 윤 대통령은 엿새 뒤, 이 장관이 국방부 조사본부에 재검토를 맡기기로 결정하기 전날에도 이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사건 처리 주요 국면마다 윤 대통령이 이 장관에게 직접 전화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 사건 관련 각종 조처에 윤 대통령이 직접 연루됐을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28일 한겨레가 확보한 이종섭 전 장관의 지난해 7월말~8월초 통화 내역을 보면,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2일 낮 12시7분 이 장관에게 자신이 검사 시절부터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첫 전화를 걸었다. 통화는 4분5초간 이어졌다. 해병대 수사단이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된다’는 내용이 담긴 수사 자료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지 17분이 지났을 때였다.

이어 윤 대통령은 낮 12시43분(13분43초간 통화), 낮 12시57분(52초간 통화)에도 이 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두번째 전화와 세번째 전화 사이인 낮 12시45분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은 보직 해임 통보를 받았다. 이 장관은 당시 우즈베키스탄 출장 중이었다. 세 차례 통화가 이뤄진 이날 오후 1시50분께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경북경찰청에 ‘사건기록을 회수하겠다’고 연락했고, 오후 7시20분께 국방부 검찰단은 경북경찰청에 이첩됐던 사건을 다시 회수했다.

윤 대통령은 엿새 뒤인 8월8일 아침 7시55분에도 같은 휴대전화로 이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33초간 통화했다. 이종섭 당시 장관이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국방부 조사본부에 재검토 맡기기로 결정하기 전날이었다. 이날은 윤 대통령의 휴가 마지막 날이었지만, 잼버리 등 여파로 집무실로 출근한 첫날이었다.

‘브이아이피(VIP)가 격노했다’던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회의가 있었던 지난해 7월31일, 이 장관이 대통령실 유선전화로 걸려온 전화를 받아 168초 동안 통화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 장관은 지난해 7월31일 오전 11시54분 대통령실이 사용하는 번호인 ‘02-800’으로 걸려온 전화를 받고, 168초 동안 통화했다. 격노설의 발원지인 안보실 회의는 오전 11시부터 열렸고 정오께 마무리됐다. 회의가 끝날 무렵 통화가 이뤄진 것이다. 이 장관은 이 통화를 마치고 14초 뒤인 오전 11시57분께 자신의 보좌관 휴대전화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언론 브리핑 취소 및 사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 윤 대통령이 ‘격노’하자 대통령실 누군가가 이 장관에게 전화했고, 이 통화 이후 채 상병 사건의 경찰 이첩 보류 지시가 내려진 셈이다.

한겨레가 확보한 박진희 국방부 군사보좌관의 통화 내역에서도 대통령실 개입 흔적은 발견된다. 그는 이첩 보류 지시가 내려간 지 2시간여 뒤인 오후 2시7분 임기훈 당시 대통령실 국방비서관과 직접 통화했다. 윤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 국방부 장관실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이 채 상병 사망 사건을 두고 직접 연락을 주고받은 것이다.

해당 통화 기록을 확보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윤 대통령 및 대통령실 인사들이 당시 국방부에 어떤 지시를 했는지, 해당 지시는 적절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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