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영화에 대한 열렬한 환호와 예우…‘축제의 궁전’ 품격이 달랐다

김미주 기자 2024. 5. 28.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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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에 가다

- ‘영화 청년,동호’ 제작사 일원이자
- 영화 기자로 영광스런 기회 얻어
- BIFF 굿즈 곳곳 목격 위상 확인
- 미지의 세계서 한층 성장한 시간

지난 달 말, 프랑스 칸에서 부산 연제구의 편집국으로 “국제신문·존필름 제작 다큐멘터리 ‘영화 청년, 동호’(Walking in the Movies)가 제77회 칸영화제에 공식 초청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제작사의 일원이자 영화 담당 기자로서 ‘영화 청년, 동호’의 현지 행사와 영화제 전반을 둘러볼 기회가 주어졌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컸지만, 흔치 않은 기회가 주어졌음에 감사하며 지난 14~18일 칸영화제에 참석했다.

지난 16일 제77회 칸국제영화제 기간 영화진흥위원회부스(한국관)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해피아워 중 찍은 사진. 왼쪽부터 김미주 기자, 김동호 전 BIFF 집행위원장, 이수원 영화평론가·전남대 교수. ‘영화 청년, 동호’의 해외 배급사인 엠라인이 촬영했다.


칸영화제는 시민과 함께하는 축제 보다는 철저하게 영화 전문가들을 위한 영화제 성격을 띤다. 그래서 목적과 용도에 맞는 출입 배지를 사전에 신청·발급받은 사람만 축제가 열리는 ‘팔레 드 페스티벌’에 입장할 수 있다. 취재기자를 위한 프레스 배지의 경우, 그간의 영화제 참여도 등에 따라 배지의 색깔을 달리해 활동 범위 등에 차등을 둔다. 일명 ‘칸의 카스트 제도’다.

문턱은 높을지언정 ‘축제의 궁전’(팔레 드 페스티벌)답게 칸영화제 측은 영화와 예술가들에 존경과 예우를 다했다. 엄격한 드레스 코드도 그중 하나다. 우선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오후에 상영하는 영화를 보려면 관람객은 반드시 정장 차림을 갖춰야 한다. 레드카펫 행사와 관련해 취재진은 남자의 경우 정장에 나비넥타이 착용이 필수다. 면바지를 활용한 믹스매치나 색상은 같아도 재질이 다른 상하의 정장차림도 입장 불가다. 덕분에 저녁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뤼미에르 대극장 앞은 한껏 꾸민 사람이 모여들며 패션쇼 현장처럼 화려해졌다.

관객들의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는 뭉클할 정도다. 취재진은 체류 기간 ‘영화 청년, 동호’(김량)를 포함해 ‘퓨리오사:매드맥스 사가’(조지 밀러), ‘세상 끝까지 3km’(엠마누엘 파르부)를 관람했다. 세 영화 모두 상영 시작 전과 후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특히 황금 종려나무 이파리를 형상화한 칸영화제 공식로고가 뜰 때, 감독의 이름이 스크린에 등장할 때 환호와 박수는 최고조에 달했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자마자 자리를 뜨는 익숙한 풍경을 ‘축제의 궁전’에서는 볼 수 없었다.

아시아 최고 영화제 BIFF의 위상을 ‘굿즈’에서 확인한 건 무척 인상적인 기억이다. 취재진은 칸 곳곳에서 BIFF가 매년 출입 배지와 함께 증정하는 백팩(또는 에코백)을 착용한 국내외 영화인들이 필름마켓과 국가관 등을 오가는 것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었다. BIFF가 세계 영화인들을 초청해 이야기를 나눈 ‘해피아워’ 행사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내외 영화인들이 BIFF 박광수 이사장, 박도신 집행위원장 대행(부위원장), 김영덕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위원장 등 신임 집행부를 환영하고 ‘영화 청년, 동호’의 공식 초청을 축하하는 따뜻한 장면도 목격했다.

매년 칸영화제에서 영화진흥위원회가 주최하던 ‘한국영화의 밤’은 올해 열리지 않았다. 칸영화제에 참석한 영화인들은 대체로 “한국 영화인들이 모일 상징적 자리인데 없어서 아쉽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영진위 측은 “예산 문제도 있지만, 이미 세계에서 위상이 견고한 한국영화 홍보 패러다임을 바꿀 시기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대신 영진위는 이번 영화제에서 전 세계 400여 명의 프로듀서가 모이는 ‘프로듀서 네트워크’를 공동 주최하고 한국영화 프로듀서 5명을 소개하는 등 달라진 접근 방식을 보였다.

다소 막연했던 출장길은 칸영화제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의 조언들로 빛났다. BIFF 김형래 홍보실장은 초행길이라 오만가지 걱정에 사로잡힌 취재진을 위해 종이에 그림을 그리면서까지 안심시켜줬으며, 이번 영화제 기간 김동호 전 BIFF 위원장과 동행한 이수원 전 BIFF 프로그래머(전남대 교수·영화평론가)와 엠라인(대표 손민경)의 ‘족집게 강의’는 취재진의 현지 적응 시간을 효과적으로 단축시켰다.

유창한 외국어 실력과 수준 높은 매너로 ‘신사의 품격’을 보여준 BIFF 박광수 이사장과 부산영상위원회 강성규 위원장, 재치 있는 언변으로 국내외 영화인을 사로잡은 영화진흥위원회 김동현 위원장 직무대행의 모습 역시 생생하다. 칸영화제 출석 도장만 20회 넘게 찍어 ‘칸찬일’란 별칭을 가진 전찬일 영화평론가가 드뷔시 극장 앞에서 들려준 다양한 노하우들은 ‘칸미주’를 꿈꾸게 하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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