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채은성에게 부탁했다"…혼돈의 한화, 왜 정경배 대행은 둘만 따로 언급했을까
[스포티비뉴스=대전, 김민경 기자] "(류)현진이하고 (채)은성이하고 그래도 우리 나름 고참 선수들이 굉장히 많이 있다. 오히려 코치나 이런 사람들보다 훨씬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좀 부탁했다."
정경배 한화 이글스 감독대행이 28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리고 있는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에 앞서 '절친' 최원호 전 감독을 대신해 지휘봉을 잡는 소감을 말했다. 정 대행은 팀을 대표하는 에이스 류현진과 주장 채은성에게 선수단 분위기를 잘 수습해 줄 것을 일단 당부한 상태다.
한화는 27일 '박찬혁 대표이사와 최원호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 최원호 감독은 지난 23일(대전 LG 트윈스전) 경기 후 구단에 사퇴 의사를 밝혀와 26일 구단이 이를 수락하며 자진 사퇴가 결정됐고, 박찬혁 대표이사도 현장과 프런트 모두가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동반 사퇴하기로 했다'고 알려 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정 대행은 물론이고, 선수단 대부분이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라 충격이 컸다.
한화는 지난 23일 대전 LG전에 4-8로 지면서 올 시즌 처음 최하위로 떨어졌다. 3월 성적 7승1패로 선두를 질주하며 올해는 한화의 봄이 찾아오나 싶었는데, 4월부터 긴 연패가 반복되면서 최하위권까지 급히 추락했다. 시즌 출발이 워낙 좋았기에 추락 폭이 더 크게 느껴졌고, 올 시즌 에이스 류현진의 합류로 엄청난 전력 강화를 기대했었기에 상실감은 더더욱 크게 다가왔다. 최원호 전 감독이 자진사퇴를 결심한 배경이다.
한화는 28일 현재 시즌 성적 21승29패1무로 8위에 올라 있다. 5위 NC 다이노스(27승24패1무)와는 5.5경기차다. 남은 시즌 93경기가 남은 것을 고려하면 가을야구를 포기하기는 이른 시점이다. 한화는 일단 손혁 단장을 중심으로 새 감독 선임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고, 당분간은 정경배 감독대행이 선수단 분위기 수습과 최근 상승세를 유지하는 임무를 맡았다.
정 대행은 최 전 감독과 직장 동료기도 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친구로 지내 더 각별한 사이였다. 그래서 최 전 감독이 자리에서 물러났을 때 오른팔인 수석코치의 임무를 다하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유난히 무거웠다.
정 대행은 "내가 조금 더 잘했어야 했고, 더 도움을 드렸어야 했다. 나도 코치 생활을 하면서 중간에 감독님이 나가신 게 2015년에 이어 2번째다. 또 (최원호 전 감독은) 40년지기 친구기도 하고, 많이 울었다. 그냥 미안하다.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고 답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최 전 감독은 이날 오후 1시쯤 마지막으로 경기장을 찾아 구단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라커룸에서 선수단과 미팅을 진행하면서 포기하지 않기를 당부했다.
최 전 감독은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팀도 성적이 안 좋을 때는 변화를 통해 빨리 정상궤도에 오르려 한다. 우리 선수들이 캠프 때부터 코치님들과 호흡을 잘 맞춰서 잘 준비했다고 생각한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 아닌 이상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다"며 충격받았을 선수들을 다독였다.
최 전 감독은 이어 "좋을 때 자만할 필요도 없고, 안 좋을 때 포기할 필요도 없다. 지금 좋은 흐름을 타고 있으니 누구와 함께하든 여러분들은 선수 본연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바란다. 그렇게 하면 우리가 스프링캠프 때부터 목표로 했던 포스트시즌에 올라가리라 믿는다. 밖에서 응원 많이 할테니, 우리가 목표로 하는 포스트시즌에 꼭 가주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격려하고 라커룸을 빠져나갔다.
정 대행은 최 전 감독의 뜻을 이어 받아 팀 분위기가 무너지지 않게 빠르게 수습하는 게 목표다. 정 대행은 "감독님 인사 끝나고 선수들은 어쨌든 야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니까. 동요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라고 그렇게 간단하게만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일단 감독님이 만들어 놓은 그런 기조에서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없다. 밖에서는 잘 모르겠지만, 안에서 봤을 때는 감독님께서 잘 만들어 놓으셨다. 감독님의 기조를 이어서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나도 경험이 없어 뭐라 이야기하지 못하겠지만, 감독님이 잘 만들어 놓으셨다고 생각한다. 그 틀에서 벗어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 대행은 선수단 고참인 류현진과 주장 채은성 등을 따로 불러 선수들을 잘 이끌어 줄 것을 당부했다. 류현진은 지난 2월 한화가 8년 총액 170억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영입한 에이스다. 류현진이라는 존재가 선수단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 이상이다. 채은성은 주장이기에 설명이 더 필요없다. 정 대행은 그렇게 둘을 따로 언급하며 선수들을 단단히 하나로 모아주길 바랐다.
정 대행은 "아까 (류)현진이 하고, (채)은성이 하고, 그래도 나름 고참 선수들이 굉장히 많이 있다. 어린 선수들은 사실 잘 모를 수도 있지만, 고참 선수들은 조금 알고 있어야 하니까. 고참 선수들이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어서 좀 잘해 달라고 했다. 코치나 이런 사람들보다 훨씬 더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이기에 부탁을 했다"며 새 사령탑이 선임되기 전까지 흔들리지 않고 지금 상승세를 이어 가길 바랐다.
채은성은 '내 탓이오'를 외쳤다. 올해 부진에 부상이 겹쳐 주장으로서 자기 몫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게 사실이기 때문. 채은성은 27일까지 34경기에서 타율 0.217(129타수 28안타), 3홈런, 20타점, OPS 0.606으로 고전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6년 총액 90억원에 이르는 대형 계약을 한 것을 고려하면 분명 아쉬운 수치다. 부상으로 2차례 이탈하면서 선수단 리더의 임무를 다하지 못하기도 했다.
채은성은 "일단 감독님이 기분 좋게 나가신 게 아니기 때문에 결국 선수들이 못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우리가 할 일은 열심히 준비해서 또 이기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그게 감독님의 부탁이기도 하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이어 "안타깝지만 결과가 이렇게 난 것은 뭐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우리가 못 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 아직 포기할 단계도 아니고, 남은 경기가 많다. 먼저 나가신 우리 감독님과 사장님 때문이라도 더 열심히 목표한 대로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하자고 이야기했다"고 덧붙이며 다시 하나로 뭉쳐 한화 선수단이 앞으로 나아가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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