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채 상병 특검법 부결, ‘방탄 여당’은 민심을 저버렸다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외압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법(채 상병 특검법)이 21대 국회에서 무산됐다. 국민의힘은 ‘당론 반대’로 총력 저지에 나서 결국 재의안을 부결시켰다. 젊은 해병의 억울한 죽음과 수사 외압을 규명하고 정의를 실현하라는 민심에 등 돌리고, 윤석열 대통령 방탄을 택한 것이다. 192석 거야는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채 상병 특검법 재추진을 예고했다. 윤 대통령 ‘탄핵’까지 거론하는 민심의 실망과 후폭풍은 오롯이 정부·여당이 책임져야 한다.
국회는 28일 본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 재의안을 찬성 179표, 반대 111표, 무효 4표로 부결시켰다. 공개 찬성한 의원 5명이 있었으나, 국민의힘 의원들이 똘똘 뭉쳐 ‘방탄’ 대오를 짠 것이다. 일개 여당 의원이 아닌 국민 대표의 양심을 기대한 민심을 철저히 외면한 처사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국민 셋 중 두 명이 특검을 도입해 채 상병 죽음의 진실을 밝히라는데 그 민심을 따르는 게 그리 어렵고 부당한 일인가.
국민의힘의 ‘민심 배반’은 윤 대통령까지 특검 반대에 앞장설 때 예견됐다. 지난 23일 추경호 원내대표는 의원들에게 일일이 당론을 따르라고 친전을 보냈고, 당내에선 찬성 의원들을 향해 ‘당을 나가라’는 막말까지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이날도 본회의를 막으려 법사위 등을 보이콧해 구하라법과 같은 민생·경제 법안이 자동폐기됐다. 윤 대통령은 총선 낙선·낙천자를 잇달아 만나 사실상 표단속을 하기도 했다. 총선 민심을 안다면 이렇게 할 수는 없다. 헌법상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할 거부권을 본인 의혹을 막으려 남용한 윤 대통령이나 그에 발맞춘 집권여당은 모두 국정을 사유화하고 헌법 가치를 훼손했다. 그래놓고 “공수처 수사가 부족하면 먼저 특검을 주장할 것”이라 한 대통령과 여당 말을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
정부·여당이 특검법을 일단 무산시켰다고 안도하면 오산이다. 진실과 정의는 반드시 모습을 드러낸다. 윤석열 정부처럼 민심의 신뢰를 완전히 잃은 권력이라면 더 빠르고 분명하게 진실의 순간이 다가온다. 야권은 22대 국회 시작과 함께 채 상병 특검을 재추진해야 한다. 그간 정부·여당의 조직적이고 후안무치한 행태를 감안하면 공수처 수사를 방해할 우려가 크다. 민심이 수사력과 독립성이 보장된 특검을 강력 지지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공수처는 살아 있는 권력의 부정을 밝혀내는 존재 이유를 깊이 자각하고, “증거가 가리키는 대로 법과 원칙에 따라 열심히 수사하겠다”(오동운 공수처장)는 다짐을 실천해야 한다. 통신자료 증거인멸 시효(7월)가 목전인 상황에서 향후 특검 수사를 위해서도 공수처는 실체적 진실 규명에 한 치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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