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도 쿠팡에서 '합성 니코틴' 산다?…규제 사각지대 놓인 '액상담배'

박세열 기자 2024. 5. 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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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액상형 전자담배가 온라인 상에서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지만, 정작 유통 제한이나 성분 검증 등의 면에서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특히 청소년들이 온라인을 통해 성분 불명의 다양한 액상형 니코틴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환경에 노출돼 있지만, 제대로 된 규제가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각종 불법, 편법이 난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포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와 시민공론광장이 28일 군포시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연 '청소년의 안전한 성장을 위한 유해환경 개선 정책 토론회'에서 '청소년 대상 액상 니코틴 불법 유통' 실태와 관련해 발제에 나선 이경훈 수원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발제문을 통해 "합성 니코틴을 사용한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과 규제 사각지대에 대한 논란은 심각하다. 하지만 모든 논란을 논하고 해결하기에 앞서 현행법상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규제도 지켜지지 않는 것이 더욱 큰 문제"라며 "이를 이용하는 제조·유통업체들의 도덕불감증이 예고된 문제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핵심은 제대로 된 '실태 파악'과 그에 근거한 '규제'의 문제다.

▲'베이핑'하는 한 남성 ⓒ연합뉴스

일회용 전자담배는 특성상 타르 등 독성 물질을 발생시키지 않기 때문에 일반 연초에 비해 덜 해롭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 교수는 "이것이 해롭지 않다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액상형 전자담배에 들어가는 합성니코틴은 분자 융합 방식을 통해 인위적으로 만든 화학물질이기 때문에 유해 성분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최근 영국의 다국적 담배회사인 BAT(British American Tobacco)에서 합성니코틴을 사용한 액상형 전자담배 국내 출시를 검토 중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국 정부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관련해 '담배 사업법 규제 대상에 합성니코틴을 포함하자'는 주장이 나오지만, 문제는 간단치 않다. 이 교수는 "이미 합성니코틴 유해성 검증 관련 관련한 정책은 차고 넘치게 많다. 하지만 여전히 합성니코틴 시장 속에 불법은 천차만별의 스토리를 가지고 진화해 나가고 있다. 이미 관련 정책이 많이 있음에도 불법이 날뛰는 이유는 제대로 규제할 정책이 없어서가 아닌 그 누구도 제대로 나서서 단속하고 규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경각심을 가진 정부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하 화평법)',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을 시행했지만, 이 교수는 "화학물을 사용하는 전자담배 액상은 유해성에 대한 검증 절차가 여전히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소비자에게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소비 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액상형 전자담배 역시 온라인 시장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이 교수는 "현재 국내에서 청소년들이 액상형 전자담배를 가장 많이 구매하는 유통망은 네이버와 쿠팡이다.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 검증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면서 이들은 S 니코틴이 들어간 액상은 판매를 당연히 금지해야 한다. 하지만 네이버와 쿠팡은 니코틴 함량을 기재 하지 않는 간단한 꼼수를 사용하는 불법업체에 제품을 온라인에서 계속 판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교수는 "실제로 니코틴이 함유되어 있는지 아닌지에 대한 검증 절차는 전혀 없고 불법으로 의심되는 업체를 신고하더라도 별다른 제재 조치가 없다. 정말 니코틴이 함유되지 않은 무니코틴 제품이라면 이는 의약외품으로 분류되어 약사법에 저촉 받게 된다. 하지만 네이버나 쿠팡에서 전자담배 액상 판매 시 이를 확인하는 절차가 없기 때문에 사실상 무법지대나 다름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액상 니코틴을 '담배'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것도 문제의 해법이 아니라고 봤다. 정부는 세금을 많이 걷을 수 있겠지만, 유해성 검증 의무마저 약화될 수 있는데다, 업체들은 가격을 낮추기 위해 '니코틴 찌꺼기' 등으로 만든 저렴한 상품을 시중에 내놓을 수 있기 대문이다. 또한 연초를 포함한 '흡연 규제'의 정책 방향에도 맞지 않다.

이 교수는 철저한 관리 감독 하에 검증된 제품을 판매하되, 청소년 접근 등을 막을 장치를 마련하고, 현재 존재하는 미검증 제품을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영국 등 유럽은 전자담배 액상 성분에 대한 엄격한 관리규정(TPD: Tobacco Products Directive)이 있고 미국은 담배제품 시판전 판매허가를 받아야하는 PMTA(Pre Market Tobacco Applications) 규정이 있다. 즉 제품 출시 전 안전성을 검증하고 합격한 제품만 출시하도록 허가하고 있는 것인데 이 규정을 준수하는 것이 매우 까다로워 담배에 대한 높은 과세는 없지만 국가에서 담배관련 제품의 안전성은 절대 양보하지 않아 오히려 국민건강을 더 지키고있는 방향으로 산업이 발전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철저한 유해성 검증 강화 및 불법 전자담배 업체에 대한 강력한 처벌로 불법행위 근절 및 탈세를 방지하고 무엇보다 이 나라의 미래인 청소년들의 건강과 안전을 도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경훈 수원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박세열 기자(ilys123@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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