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 속탄다' 특별법 국회 통과…정부는 '거부'

김미리내 2024. 5. 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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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개정안 집행 어렵고 타 국민에 부담 전가"
관계기관·피해자와 논의해 정부안 보완 추진
22대 국회서 야당과 재논의…신속지원 '멀어져'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28일 서울 정부청사 브리핑룸에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본회의 가결 관련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김미리내 기자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28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 표결은 여당 의원들이 반대 의미로 전원 퇴장한 가운데 야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개정안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공기관이 피해자에게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을 매수해 보증금 일부를 돌려주고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해 회수하는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안이 골자다. ▷관련기사 : 전세사기특별법 운명의 날…'개정안vs정부안' 뭐가 달랐나?(5월28일)

최인호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는 개정안 대안에 대해 "전세사기는 명백한 사회적 재난"이라며 "전세사기로 인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임차인에 대해 일부만이라도 우선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 반대 의사를 수차례 밝혔으나 '여소야대' 벽을 넘어서지 못한 정부와 여당은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요구로 맞받았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본회의 표결 후 기자회견을 열고 "보증금 직접 보전 방식의 개정안 재원은 주택도시기금"이라며 "청약통장으로 조성된 국민이 잠시 맡긴 돈으로, 피해자를 직접 지원하면 일반 국민에게 악성 임대인 채무를 전가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충분한 협의와 폭넓은 사회적 공감대 없이 개정안이 일방적으로 처리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면서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법률안에 대한 재의요구안(거부권)'을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안이 늦어진 이유와 관련해 "지난해 말부터 국회가 사실상 휴업상태였고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행동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어 국회와 충분한 논의 자리를 갖지 못했다"면서 "서둘러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하루 빨리 실질적인 주거안정을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vs 정부안 주요 내용 비교/그래픽=비즈워치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15일 이내 이의서를 첨부해 국회로 이송하고 이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해 재표결을 거치게 된다.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시 재의결을 통해 법률로 최정 확정된다. 하지만 반대나 출석 미달 등으로 부결될 경우 법률안은 폐기된다.

21대 국회는 오는 29일자로 회기가 만료된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시 사실상 법률은 폐지수순을 거치게 돼 시행이 어려울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앞서 3차례 전문가 토론회를 열고 개정안이 '청약통장'으로 만들어지는 주택도시기금을 재원으로 하는 점과 채권평가 방법 등이 구체적이지 않아 실현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면서 본회의 하루 전인 지난 27일 경매차익을 통해 피해 주택에 10년 이상 무상 거주할 수 있는 내용의 주거 안전성에 초점을 둔 '정부안'을 내놨다. ▷관련기사 : 박상우 "전세사기 피해자, 경매차익으로 '더블' 지원"(5월27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법 시행이 무효화하면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위한 빠른 지원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22대 국회가 꾸려지고 법안을 상정하기까지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장원 국토부 피해지원총괄과장은 "어제(27일) 내놓은 정부안이 확정안은 아니다"라며 "이후 관계 기관을 비롯해 피해자들과 만나 여러 의견을 듣고 최종 확정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직 일정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관련 토론회 처럼 3회 정도 전문가 토론회도 개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피해자 지원을 위해 가능한 빠른 법안 통과를 추진하겠다는 복안이지만 야당의 의지도 강경한 만큼 합의점을 찾아 연내 피해 지원이 가능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장원 과장은 "거부권이 행사돼 22대 국회에서 다시 논의가 되면 빠른 지원에 어려움이 있는 것도 맞다"면서도 "하지만 기존 개정안은 통과가 된다고 해도 작동(실현 가능성)이 어렵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희망고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작동하지 않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보다 제대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시간이 걸리더라도 추진하는게 맞다고 본다"면서 "가능한 빠른 지원이 되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미리내 (panni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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