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속·배당’ 부자 감세 또 나서는 정부, 빈 곳간은 안중 없나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최대주주 20% 할증평가 폐지, 가업상속 공제 대상 한도 확대, 밸류업 기업의 가업상속 공제 확대 등 몇개 안을 놓고 의견을 수렴한 뒤 1~2개로 좁혀지면 세법 개정안에 담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상속세 완화를 공식화한 것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8일 ‘자본시장 밸류업 국제세미나’에서 개인투자자 혼란을 들어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반대했다.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상속세를 줄여주고 금융소득 과세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2년째 역대급 재정적자로 비어가는 나라 곳간은 아랑곳하지 않고 ‘부자 감세’에만 골몰하니 모골이 송연할 정도다.
상속세 완화는 재계의 꾸준한 요구 사항이다. 현행 상속세율은 과세표준 30억원 초과 시 50%인데 최대주주가 주식을 상속할 때는 ‘경영권 프리미엄’ 명목으로 20% 할증이 붙어 세 부담이 과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계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시장에서 형성되는 경영권 프리미엄은 평균 45% 이상으로, 실제로는 할증이 아니라 ‘과세 할인’을 해준다는 실증연구도 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각종 세금 공제로 상속세 실효세율은 41.4%로 명목 최고세율보다 낮다. 특히 상속세를 내는 건 기업이 아니라 기업 총수이다.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재벌 후계자가 지배력을 늘리면서 일어나는 지배구조 왜곡은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실제보다 저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이다.
세제 개편이 현실화하면 세수 감소는 불가피하다. 2022년 귀속 상속세수는 19조2603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56조원의 ‘세수 펑크’로 관리재정수지 적자만 87조원을 기록한 상황에서 상당한 규모의 세수원이다. 올해도 3월까지 2조2000억원의 세금이 덜 걷혀 1분기 역대급 세수 펑크를 기록했다. 세입이 줄어 한국은행에서 45조원 넘는 돈을 빌려쓰는 정부가 부자 감세에 또 나서겠다니 어이가 없을 뿐이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 성적표는 낙제 수준이다. 올해 1분기 실질소득은 1.6% 감소해 7년 만에 가장 많이 줄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중고로 서민생활은 피폐해지고, 내수 부진으로 경제성장은 위축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속세를 줄여 부의 대물림까지 방치하면 사회적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오로지 부자를 위한 감세의 허망을 버리고 서민과 약자를 보듬는 경제로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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