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100명중 4명 중독 위기인데 '남의 일'이란 시선 여전" [마약중독과 싸우는 사람들]

김동규 2024. 5. 28.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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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박상규 DAPCOC 사무총장
고려대학교회 담임목사 활동중
캠퍼스에서 마약파티 전단 발견
그 일이 예방센터 만들게 된 계기
대학생들 마약류에 이미 노출
한국은 청정지대란 생각 버려야
적발안된 사람 비율도 28배 달해
최고의 예방책은 사회의 관심
박상규 답콕(DAPCOC) 사무총장이 지난 21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교우회관에서 대학생 마약류 중독 예방 방안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20대 청년들도 답콕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다. 박 사무총장과 직원들 사진=서동일 기자
"대학생들의 마약류 중독이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 대학생 사이에서도 암암리에 마약류가 퍼져 있다. 대학생 스스로가 마약류의 유혹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난 21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교우회관에서 만난 박상규 답콕(대학을 위한 마약 및 중독 예방센터·DAPCOC) 사무총장의 말이다. 답콕은 고려대를 거점으로 하는 마약류 중독 예방운동 단체다. 박 사무총장은 고려대학교회 담임목사를 맡고 있다. 마약류 치료 분야의 일인자로 불리는 조성남 전 국립법무병원장이 이 단체의 고문으로 있다.

박 사무총장이 답콕 설립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 8월이었다. 그는 "당시 캠퍼스를 돌아다니다가 마약류 파티를 연다는 내용의 A4용지 크기 전단지가 캠퍼스 곳곳에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면서 "이 대학교를 거점으로 하는 마약류 유통책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돼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마약류 파티 초대장 나붙은 캠퍼스

박 사무총장은 기자에게 대검찰청에서 발간한 '마약류 월간동향'을 들이밀었다. 마약류 월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사범은 2만7611명인데 이 중 20대의 비율이 전체의 30.3%인 8368명이다. 박 사무총장은 "10대 마약류 사범의 증가세가 높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마약류 사범 중 20대 비중이 다른 연령대와 비교했을 때 제일 높다"면서 "한국의 높은 대학 진학률을 생각한다면 한국의 20대 상당수가 대학 캠퍼스를 거쳐 갈 수밖에 없으므로 대학 캠퍼스에 주목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마약류 범죄의 암수율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암수율이란 범죄를 저질렀지만 검거·적발되지 않은 비율을 의미한다. 박성수 세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등이 2019년에 발표한 '마약류 범죄의 암수율 측정 연구'에 따르면 국내 마약류 범죄의 암수율은 28.6배다. 박 사무총장은 "박 교수의 연구에 기반한다면 한국 20대의 마약류 중독자는 약 23만9325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지난해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기록된 20대 인구가 619만7486명인 점을 고려하면 20대의 100명 중 4명은 마약류에 중독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대학생들이 마약류을 접하는 계기는 과거엔 주로 해외였다. 유학을 가거나 교환학생 등 해외 경험이 일상화되면서 한국 대학생들이 마약류에 노출되는 일이 잦았다. 이제는 국내에도 비대면 마약 유통이 쉬워져 지역적 경계는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박 사무총장은 "해외 유학을 통해 마약을 접하는 한국 학생들은 현지에서 마약류 판매책으로 일하거나 마약류를 소비하는 학생에게서 권유받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제 시대가 변화했다. 세계적으로 마약류가 유행하는데 한국만 우물 안 개구리처럼 마약류가 들어오지 않을 것이란 생각은 현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일침을 가했다.

답콕에서는 현재 20대 청년 2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 20여명은 정기적으로 매주 금요일 저녁에 모여 2시간씩 마약류 예방 활동을 한다. 30분은 마약류에 대한 정보를 교육받고, 이렇게 얻은 정보를 이용해 30분간 서로 토론한다. 그 뒤 배운 내용을 중심으로 연극과 운동 등 신체활동을 하며 지식을 체화한다. 이 같은 대내활동뿐만 아니라 대외활동에도 힘을 쏟고 있다. 예컨대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와 배우 차인표씨 등이 중심이 돼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광림교회에서 출범한 마약류 예방·치유단체 '은구(NGU)'의 사무국 임무를 수행했다. 지난 4월에는 서울 동작구 보건소와 함께 마약류 예방교육 활동에도 참여했다.

■"청소년·청년을 아우르는 마약류 예방운동 단체로 도약할 것"

박 사무총장은 마약류 예방운동이 성공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공감으로 꼽았다. 박 사무총장은 "마약류 중독 예방을 이야기하면 대부분은 '나와 상관없는 것'이란 반응을 보인다. 우리 사회,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마약류가 가까이 와 있고 노출돼 있는지에 대한 공감대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마약류 사범에 대한 통계는 있을지언정 마약류 중독 실태조사에 대한 데이터가 없는 것에서 알 수 있듯, 한국 사회가 마약류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답콕은 마약류의 위험성에 대한 공감대를 한국 사회에서 이끌어내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다. 그는 "앞서 언급했듯 답콕이 대외활동을 열심히 하는 이유도 마약류의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라며 "대학생들은 문화적 수준과 기호가 다양하다. 마음을 열 수 있는 세밀한 교육 콘텐츠를 갖추고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영상 콘텐츠와 콘서트 등 문화 형태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답콕은 앞으로 고려대 캠퍼스를 넘어 청소년 청년을 아우르는 마약류 예방운동 단체로 거듭날 계획이다. 박 사무총장은 "올해 안에 주요 대학 10개 정도에 답콕 지부를 설치해 고려대를 넘어 다양한 학교의 학생들이 참여하는 운동단체로 성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서 "또 이렇게 활동하는 답콕 회원들을 훈련해 전국의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마약류 예방교육을 할 수 있다면 청소년에게 진로멘토와 마약류 예방 전도사 두 가지 메리트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약류 범죄에서 처벌도 중요하고 재활도 중요하지만, 예방 역시 이들 못지않게 중요하다"면서 "마약류에 한번 빠지게 되면 투약자 당사자의 인생뿐만 아니라 투약자의 가정 자체가 파괴된다. 그렇기에 예방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해 사회 구성원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삶을 영위하도록 돕고 싶다"고 전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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