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은행장 임기 D-6개월… 연임 과제는
주주가치 제고·상생 등에 힘써
수익 개선·건전성 관리는 숙제
올 연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 수장들의 임기가 모두 만료된다.
금융지주 회장들과 비교해 은행장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연임 도전이 어렵지 않다. 특히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장들은 모두 초임이다. 다만 금융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앞으로 6개월 간 남은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지가 연임의 관건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12월 말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농협은행장 등 5대 은행장들의 임기가 모두 끝난다.
이재근 행장은 지난해 11월 2년 임기를 마치고 행장 후보로 단독 추천 받으며 1년 더 국민은행을 이끌고 있다. 정상혁 행장과 이승열 행장은 각각 2023년 3월, 같은 해 1월부터 수장을 맡았다. 조병규 행장은 지난해 7월, 이석용 행장은 지난해 1월 각각 취임했다.
5대 은행장 모두 임기 동안 은행 수익 증대, 주주 가치 제고, 상생 금융 등에 힘써온 가운데 남은 과제도 산적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첫 임기를 지낸 정상혁·이승열·조병규·이석용 행장의 경우 연임을 위해선 하반기가 매우 중요하다.
공통적으로 주어진 과제는 △수익 개선 △건전성 관리 △글로벌 시장 확대 △디지털 강화 등이 꼽힌다. 은행별로 보면 '리딩뱅크 수성' 등이 있다.
이재근 행장은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에 따른 순익 감소를 만회해야 한다. 홍콩ELS를 가장 많이 판 국민은행은 배상금 관련한 충당부채를 8200억원 규모로 잡아, 올 1분기 전년의 절반 이하로 줄어든 3895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다만 최근 반등한 홍콩H지수의 수준에 따라 손실·배상 규모가 눈에 띄게 줄어들 수도 있다.
이 행장은 KB뱅크 정상화라는 과제도 떠안고 있다. 금융권에서도 플랫폼 경쟁이 치열한데, KB국민은행의 KB스타뱅킹이 금융 서비스는 물론 비금융까지 선보이며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는 등 좋은 평가도 나온다.
정상혁 행장은 신한은행이 올 1분기 9286억원의 순익을 내며 '리딩뱅크' 타이틀을 탈환한 만큼 1위 자리를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한은행 역시 수익 증대를 위해 기업대출에 힘주고 있는데, 연체율도 같이 오르고 있다는 점은 고민거리다. 특히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불투명해지면서 '연체율 상승'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신한은행의 올 1분기 말 기준 기업대출 연체율은 0.34%로, 전 분기보다 0.07%포인트(p) 늘었다.
이밖에 정 행장은 임기 내 신한의 슈퍼앱인 슈퍼 쏠(SOL) 활성화와 지주 계열사인 신한카드와의 쏠 트래블 체크카드 협업, 선제적인 책무구조도 도입 등의 성과를 달성하기도 했다.
이승열 행장의 최우선 과제 역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하나은행의 지속적·안정적 성장을 이끄는 일이다. 이 행장은 임기 동안 하나은행을 '리딩뱅크' 자리에 올려놓은 바 있다. 취임 초기부터 '현장 중심'을 외치며 기업금융 강화에 힘써온 결과다.
하지만 올 1분기에는 '홍콩ELS' 관련 충당부채로 1800억원을 인식하며 1조에 못 미친 8432억원의 순익을 내는데 그쳤다. 기업대출 관련 연체율은 올 1분기 기준 0.3%로 전년 말보다 0.01%p 상승했다.
따라서 이 행장은 남은 임기 동안 리딩뱅크 재수성과 건전성 관리에 특히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슈퍼 앱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도 힘쓸 전망이다. 하나은행은 슈퍼 앱 '하나원큐'를 보유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네이버나 당근마켓, 쿠팡 등과 협업해 다채로운 서비스를 선보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어느곳보다 '건전성 관리'라는 숙제를 안고 있는 곳은 우리은행이다. 조병규 행장은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연신 강조하고 있다.
다만, 기업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 대출의 연체율 상승은 고민거리이자 조 행장의 해결 과제다. 향후 중소기업 경기가 더 안 좋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은행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조 행장이 기업대출 외에 수익성 개선을 위해 주력하고 있는 자산관리(WM) 특화채널이 시장에 잘 안착할지도 관심 거리다.
최근에는 행장 직속으로 '신사업추진위원회'를 설립한 만큼 이를 통해 알뜰폰 사업, 슈퍼 앱 론칭 등을 성공적으로 이뤄낼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이석용 행장의 경우 '내부통제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농협은행에서는 배임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물론 이 행장 임기 내 일었던 사고는 아니지만,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행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평이 나온다. 이외에 내년 1월을 목표로 하고 있는 올원뱅크 리뉴월 작업, 연체율 관리 역시 이 행장의 숙제로 남아있다.
이미선기자 alread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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