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모습 보여드리는 게 도리”…최 전 감독의 마지막 부탁, 선수들도 포기하지 않았다[스경x현장]

정경배 한화 감독대행이 28일 대전 롯데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대전|배재흥 기자

정경배 한화 수석코치는 최원호 전 감독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하던 코치다. 지난 27일 최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엔 정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아 새 감독 선임 전까지 팀을 이끈다.

28일 대전 롯데전을 앞두고 취재진 앞에 처음 선 정 감독대행은 최 전 감독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죄송하다는 말 외엔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이 없다”며 “더 도움을 드렸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40년 지기 친구이기도 해서 (전날) 많이 울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최 전 감독과 정 감독대행은 감독과 코치 이전에 인천고를 함께 졸업한 오랜 친구 사이다.

정 감독대행은 “팀 성적이 더 좋지 않았을 때 감독님이 힘들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면서도 “최근에는 팀이 상승세로 돌아서서 코치진이나 선수단도 (감독님이 물러날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정 감독대행은 “계속 야구를 해야 하는 선수들에겐 동요하지 말고 경기에 최선을 다하라는 말을 해줬다”며 “류현진, 채은성 등 고참 선수들에겐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어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채은성이 28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대전 |배재흥 기자

임시 지휘봉을 잡은 정 감독대행에겐 신임 감독이 선임 되기 전까지 팀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다. 그는 “(최원호) 감독님이 잘 만들어 놓은 팀을 새로운 감독님이 오시기 전까지 잘 이끌어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팀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감독대행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선수단 리더의 역할이다. 주장 채은성은 “선수들이 못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며 “감독님이 나가시면서 한 부탁을 들어드릴 수 있도록 이기려고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최 전 감독은 이날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선수들과 만나 “지금 좋은 흐름을 타고 있으니까 누구와 함께하든 여러분은 선수 본연의 책임과 임무를 다하길 바란다”며 “그렇게 하면 우리가 스프링캠프 때부터 목표하던 포스트시즌에 올라가리라 믿는다”고 작별 인사를 했다.

그러면서 “밖에서 응원 많이 할테니까 우리가 목표로 하는 가을야구에 꼭 가주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마지막 부탁을 남겼다.

채은성은 “먼저 나가신 감독님이나 (박찬혁) 사장님 떄문이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우리의 목표를 위해 끝까지 하자는 이야기를 선수들에게 했다”며 “잠시만 슬퍼하고 이기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원호 전 한화 감독(오른쪽)과 정경배 수석코치. 한화 제공

대전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