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동요 NO, 박병호 방출? 본인이 요구" 말 아낀 이강철 감독의 허탈한 웃음 [MD잠실]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방출을 시켜달라고 요구했다"
이강철 감독은 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팀 간 시즌 7차전 원정 맞대결에 앞서 최근 자진해서 웨이버공시를 요청한 박병호에 대해 이야기했다.
박병호는 지난 2021시즌 키움 히어로즈에서 118경기에 출전해 93안타 20홈런 76타점 72득점 타율 0.227 OPS 0.753의 성적을 남긴 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었다.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 43홈런-33홈런을 터뜨리며 건재함을 뽐냈었지만, FA를 앞둔 2년간 극심한 부진을 겪었던 만큼 박병호에게는 '에이징커브'라는 불명예 수식어가 뒤따르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박병호가 새로운 행선지를 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컸다.
이때 구원의 손길을 내민 구단이 바로 KT였다. 당시 KT는 박병호와 3년 총액 30억원(계약금 7억원, 연봉 20억원, 옵션 3억원)의 계약을 맺었다. '에이징커브'라는 불명예 수식어가 따라다님에도 불구하고 KT는 박병호가 충분히 반등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고 박병호는 이적 첫 시즌 124경기에 출전해 118안타 35홈런 98타점 72득점 타율 0.275 OPS 0.908로 펄펄 날아올랐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물론 부진한 시즌은 아니었지만, 박병호는 지난해 홈런 숫자가 18개로 급감하는 등 132경기에 나서 122안타 87타점 53득점 타율 0.283 OPS 0.800을 기록하는데 머물렀다. 나쁜 성적이라고 할 순 없지만, 박병호라는 이름값에 비하면 기대 이하의 활약이었던 것은 분명했다. 그리고 올해는 박병호가 넥센(現 키움) 히어로즈로 이적하면서 타격에 눈을 뜬 이후 가장 부진한 '커리어로우'로 향하고 있다.
박병호는 3월 8경기에서 8경기에서 타율 0.154로 허덕이기 시작, 4월부터는 선발로 나서는 기회가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박병호는 좀처럼 타격감을 회복하지 못했고, 4월 한 달 동안 1홈런 타율 0.229로 부진했다. 그리고 5월에도 2홈런 타율 0.200으로 반등하지 못하면서 지난 26일 1군에서 말소됐고, 결국 구단에 웨이버공시를 요청한 상황이다. 즉 자신이 KT에서 출전할 기회가 많지 않으니, 자유롭게 새로운 행선지를 찾을 수 있게 방출을 해달라고 한 것이다.
일단 KT 입장에서는 박병호를 웨이버 할 이유가 많지 않다. 박병호가 웨이버공시 된 이후 새로운 행선지를 찾더라도, KT에게는 그 어떠한 이득도 없다. 물론 카드를 맞추는데 어려움은 있겠지만, 차라리 트레이드를 통해 박병호와 결별 작업을 밟는 것이 낫다. 박병호도 자신이 트레이드 카드로서는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웨이버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한다면 자신의 이익만 바라본 박병호의 행동은 더욱 괘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KT도 마음만 먹는다면, 박병호의 앞길을 막을 수 있다. 박병호의 FA 계약은 올 시즌을 끝으로 만료되지만, KBO리그 특성상 다시 FA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해당 구단에 4년간 몸담아야 한다. 따라서 내년에도 박병호에 대한 '보류권'은 KT가 손에 쥐게 된다. KT가 작정을 하고 박병호를 기용하지 않고 2군에 방치한다면, 박병호 입장에서도 어찌할 방도가 없다. 박병호의 방출 요청에 대한 이강철 감독의 생각은 어떨까.
이강철 감독은 28일 경기에 앞서 박병호에 대한 질문에 "(기사에) 나온 그대로다. 더 할 말이 없다. 자기(박병호)가 방출을 시켜달라고 요구했다. 그 외에는 진전된 것이 없다. 내가 방출을 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라고 말을 아꼈다.
최근 3연승을 질주할 정도로 팀 분위기가 좋은 상황에서 박병호의 웨이버 요청, 선수단 분위기를 묻자 이강철 감독은 "보니까 동요는 하지 않더라. 우리 선수들의 멘탈이 워낙 강하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박병호가 지난 26일 1군에서 말소된 이유는 허리 통증. 아직까지 KT 2군 선수단에 합류하진 않았다. FA 계약까지 안겼던 팀에 '방출'을 요청하고 새로운 행선지를 찾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박병호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